[기자수첩]中企조선업체 구조조정, 대출보다 투자로

[기자수첩]中企조선업체 구조조정, 대출보다 투자로

전병윤 기자
2016.08.22 05:00

대형 조선업체들이 숨겼던 병을 드러내듯 연이어 응급실 수술대에 오르고 있다. 조선기자재를 비롯한 수많은 중소 협력업체는 졸지에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 일감이 끊기고 자금난이 가중되는 악순환에 빠진 지 오래다. 늘 그렇듯 위기가 닥치면 자생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이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는다.

중소기업청이 줄초상 분위기인 조선분야 중소기업의 생존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올들어 주영섭 중기청장이 여러차례 현장을 내려가 간담회를 연 것도 그런 이유다. 급한대로 대출금리를 연 3.52%에서 2.47% 로 내리고 1000억원 한도로 지원 중인 특례보증을 1조원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문 닫기 일보직전인 기업에 저리로 돈을 빌려주는 셈이어서 임시방편이란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

최근 경남 창원서 열린 간담회에서 중소 조선업체가 '민간은행의 조선업 융자제한'을 '수주감소'에 이은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은 걸 보면 이미 극심한 신용경색이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단기적인 연명이 아니라 생존할 수 있는 기업들만이라도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단순 대출 지원보다 투자를 활용한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방안이 효과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추가경정예산에 포함된 조선업 구조개선펀드가 그 방안 중 하나다. 정부 벤처투자금인 모태펀드가 추경을 통해 확보한 예산 1000억원을 활용, 민간 자금 1000억원을 추가로 모집해 총 2000억원 규모의 조선업 구조개선펀드를 결성한다는 것이다.

이 펀드를 운용할 벤처캐피탈은 중소 조선기자재 업체의 M&A(인수·합병)나 경영권 참여 등을 통해 경영개선을 추진하고 수익성 극대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단순히 정부의 대출지원을 벗어나 모태펀드를 마중물로 활용, 민간 자본을 끌어들인 뒤 투자이익 극대화를 목적으로 해당기업의 경영개선을 유도하는 민간영역의 순기능을 활용해보겠다는 계산이다.

주 청장도 최근 "조선업체와 협력사 중 회생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투자금을 공급해 조속한 경영정상화를 유도하는 지렛대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이런 펀드를 선제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뒷수습용으로 추진한다는 아쉬움과 벤처캐피탈의 펀드 운용역량이 정책 목표에 얼마나 부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추경예산 통과 후 최대한 신속하게 펀드를 결성하는 것이 지금의 상황에선 차선책이라도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