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청탁'과 '제보'사이...김영란법의 숙제

[기자수첩]'청탁'과 '제보'사이...김영란법의 숙제

최우영 기자
2016.08.17 06:33

대부분 제보는 '제3자' 아닌 이해당사자로부터 나와...공익적 목적 여부 구분 불분명

얼마전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던 굴착기 국내판매 제한 방침을 두고 업계 관계자의 제보를 받았다. 건설기계 임대업자들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반영한 판매 제한 결정이 내려질 경우, 굴착기 업체들의 경쟁력 상실과 함께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으로 인한 무역분쟁이 우려된다는 내용이었다.

제보를 검토하고 취재한 이후 기사를 작성했다. 얼마 뒤 국토부는 해당 방침을 철회했다.

이런 '제보'는 다음달 28일 시행되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일까.

아직 법 시행 이전이라 판례가 없지만, 김영란법 제5조(부정청탁의 금지) 1항의 9호(공공기관 관리 재화 및 용역) 또는 12호(공공기관 실시 평가·판정 업무)에 저촉될 가능성이 크다.

이 밖에도 김영란법 제5조는 1항 2호(인허가 취소, 조세 등 행정처분)를 통해 현행법 상 개선의 지점이 필요한 행정제도에 대한 당사자의 문제제기를 막을 수 있고, 6호(입찰, 개발, 군사, 과세 등 직무상 비밀 누설)을 통해 내부고발자를 원천 봉쇄한다.

대부분의 제보는 이해당사자로부터 나온다. 제3자가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며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하라는 요구는, 언론사에 들어오지 않는다. 김영란법에서 규정하는 부정청탁 조항 대부분에 붙은 '법령을 위반하여'라는 문구는, 현행법에 문제가 있을 경우 피해자가 언론사에 건네는 제보들조차 부정청탁으로 규정할 수 있게 만든다.

김영란법의 두 축은 제2장 '부정청탁금지'와 제3장 '금품수수금지'다.

'쌍팔년도'에 출입처 겁박해서 아파트 분양권까지 받아가던 '구악' 기자들이 공짜밥, 공짜술 끊길까봐 "농축산시장 다 죽는다" "한정식집 줄도산한다"며 침 튀기는 동안 김영란법의 애매한 조항, 독소조항에 대한 문제제기까지 설 자리를 잃었다.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기자들까지 도매금으로 구악 취급 받고, 동료기자들 SNS에는 "이제부터 깨끗하게 살게요"라는 간증만 넘쳐난다.

언론은 약자의 무기다. 절차로 싸우고 법으로 싸우다 안되는 사람들이 언론사를 찾아와 제보라는 이름의 청탁을 건넨다. 이해당사자 아닌 사람들은 제보는커녕 '남의 일'에 관심도 없다. 금품수수금지에만 매몰된 김영란법 논의가, 부정청탁의 명확성 여부까지 매몰시키고 있다. 부정청탁 예외 항목에 '사회상규'라는 애매한 표현을 쓰기보다, 구체적이고 세밀한 사례 구분을 통해 제보가 원천봉쇄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최우영 기자

미래산업부 유니콘팩토리에서 벤처스타트업 생태계를 취재합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