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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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을 진심으로 아낀다면 진작 사과하고 물러났어야 한다" 장석효 한국가스공사이 11일 사의를 표명한데 대해 업계 관계자가 한 말이다. 장 사장은 2013년 7월 가스공사 사장으로 취임하기 전 예인선 업체 대표로 있으면서 가족 해외여행 경비를 법인카드로 결제하는 등 회사에 30억3000만원 상당 손해를 입힌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가스공사 사장에 취임한 이후에도 이 업체로부터 2억8900만원의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장 사장은 결백을 주장하며 그동안 자진 사퇴 여론을 일축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사회가 해임 절차에 착수했으나 7명의 사외이사 중 3명이 장 사장 편에 서면서 부결됐다. 자정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 버린 셈이다. 비리 혐의자가 버티고, 사외이사들 일부는 그런 사장을 감싸고도는 공기업의 단면을 보여줬다. 가스공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바닥까지 추락했다. 결국 정부가 직접 개입할 수 있는 '명분'을 마련해 줬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임면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 대형증권사가 최근 법인영업부를 지원하던 리서치센터 스몰캡 팀을 지점 지원 리서치 팀에 통합했다. 스몰캡(중소형주)에 대한 관심이 다소 감소한 점도 반영됐지만 국내 주식형 펀드 시장이 장기간 위축되면서 법인 영업부 실적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주식형 펀드 시장은 2008년 정점을 찍은 후 지속적으로 내리막길이다.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2011년말 100조원을 돌파했다 매년 감소해 지난해 말 79조원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국내 증시에서 기관투자자의 큰 축인 펀드가 갈수록 힘을 잃으며 외국인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외국인이 사면 지수가 오르고 팔면 내리는 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과거에도 외국인 투자자의 매매에 따라 지수가 오르내리는 일이 다반사였지만 투신 등 국내 기관의 역할도 만만치 않았다. 2011년에 국내 증시에서 투신이 주도해 차화정(자동차, 화학, 정유) 장세를 이끌었던 게 대표적이다. 그러나 기관투자자의 시장 지배력은 크게 줄어든 모습이다. 지난 연말
"윤리지원실장이 왜 사장단 회의에 참석하나요?" 연초부터 보험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논란의 중심에는 중견 손보사인 메리츠화재가 있다. 새로 영입한 윤리지원실장(사장급)이 정기적으로 열리는 손해보험사 사장단 회의에 참석키로 타진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엄연히 김용범 사장이 있는데, 윤리지원실장이 사장단 회의 정식 멤버로 나서는 것은 관례적으로 없었던 일인데다, 다른 보험사 사장들에게도 '예의'는 아니라면서 손보업계가 발끈했다. 금감원 부원장보 출신인 윤리지원실장이 메리츠화재로 영입되는 과정에서도 뒷말은 많았다. 보험개발원장을 지낸 그는 지난해 초 롯데손보 사외이사를 맡았다. 세월호 사태 여파로 관피아(관료+마피아) '낙하산'이 차단되자 전직 금감원 출신들이 빈자리를 채웠다. 이번 논란이 불거지기 전인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12월 24일), 메리츠화재의 대규모 임원해임 소식이 전해지면서 보험업계가 뒤숭숭했다. 메리츠화재 임직원들에게는 그야말로 '악몽의 크리스마스'로 돌변한 것이다. 지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29일 내놓은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대해 노동계·야당·청년단체 등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번 개정안에는 35세 이상 비정규직 노동자의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안을 반대하는 이들은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연장하면 교육·견습기간에 들어가는 기업 측 부담이 줄어들 뿐 4년 뒤에 다시 같은 상황이 되풀이될 것이라 지적한다. 최근 인기를 끈 드라마 ‘미생’의 주인공인 비정규직 장그래를 줄이기는커녕 늘릴 것이라며 ‘장그래 양산법’이라고 비판한다. 정부안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반대 측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통계가 최근 발표됐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청년 취업자들의 고용상태변동 및 직장이동 실태'에 따르면 청년층 10명 중 4명은 안정적인 고용상태를 유지하지만 나머지 6명 중 2명은 일자리를 잃어버리고 나머지 4명은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 이동한다. 첫 직장을 계속해서 유지하는 10명 중 4명은 다른 유형보다 상
"근데 던힐은 왜 욕을 먹나요?" 담배값 인상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기자에게 취재원들이 되물었다. 던힐 등 주요제품의 가격 인상을 늑장 신고한 BAT(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에 대해 '꼼수'라는 지적이 비등하던 상황이었다. BAT는 담배세 증세에도 불구하고 담배가격 인상을 늑장 신고했다. 세금 인상을 값에 반영하는게 당연한 수순인데, BAT는 정부의 담배세 인상 시점이 한참 지나도록 "본사의 결정이 지연되고 있다"며 가격 인상 신고를 하지 않다가 결국 6일 오후에야 신고를 접수했다. 다른 담배가 5000원에 육박하는 동안 던힐은 여전히 2700원이었다. 당연히 시장에선 품귀였다. 변두리 편의점에서 던힐을 봤다는 얘기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무용담처럼 올라왔다. 정부는 BAT에 은근히 불편한 내색이다. 꼼수로 시장을 교란했다는 거다. 주무부처 한 관계자는 BAT의 신고 지연에 대해 "재고를 싸게 소진하면서 점유율을 늘리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미 출고된 담배에 대해서는 세
2014년 2월 20일 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가족들이 2미터가 넘게 쌓인 눈길을 뚫고 금강산 상봉장에서 조우를 했다. 젊어 헤어진 그들은 이제 고령층이 됐다. 어느 할아버지는 가족을 보겠다는 일념하에 응급차에 호송돼 왔다. 그 할아버지 전담 취재를 맡았던 나는 지금은 영면하신 그 분이 가족을 만나자 기적적으로 힘을 찾고 앉아서 대화까지 나누던 모습에 울컥했다. 시간이 없다. 이산가족들은 연로하다. 직계 아닌 가족들의 상봉은 그리움보다 의무감이 앞서 서먹하기까지 하다. 눈물조차 마르지 않았을까 두렵다. 그래서 당시 새벽녘 금강산 자락에서 문 담배가 유독 썼나보다. 따뜻한 남녘땅의 사람들 위에도 찬 서리가 내렸다. 탈북자단체가 대북전단 선전전을 펼치며 냉기를 뿜는다. 한 편에서는 가족들을 한없이 그리워하고 다른 편에서는 처했던 현실의 끔찍함에 '증오'를 쏘아 올렸다. 2015년 을미년 새해가 밝았다. 광복 70주년이자 분단 70주년이다. 우리 힘으로 해방을 못 이뤄서일까 남북은 서로
지난 2013년 크리스마스로 기억한다.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유독 피곤한 목소리로 기자와 전화통화를 했다. 기자는 전날 우리투자증권 인수후보로 농협금융이 최종 선정된데 따른 소감을 듣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임 회장은 피곤한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앞으로의 일정과 계획에 대해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했다. 며칠 후 임 회장이 유독 피곤해했던 이유를 듣게 됐다. 12월24일 우투증권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임 회장은 밤을 새워 인사명단을 직접 챙겼다. 당시 농협금융의 최대현안이었던 우투증권 인수를 앞두고 내부 인사도 차일피일 미뤄졌기 때문이다. 임 회장은 인사까지 마무리한 뒤 크리스마스 오후 늦게 잠자리에 들었다고 한다. 1년 6개월째 농협금융을 이끌고 있는 임 회장의 성향을 잘 보여주는 일화다. 지난 2013년 6월 임 회장이 취임할 때만 하더라도 농협금융의 지배구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전임 회장이 농협금융의 지배구조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며 자진사퇴한데다 농협
"새해에는 정말 좀 나아지겠죠?" 대형마트 업체들마다 을미년 새해를 맞는 심정이 착잡하다고 토로한다. 지난해 최악의 실적부진을 겪었는데 올해도 상황이 좋아질 조짐은 보이지 않아서다. 대형마트는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2012년과 2013년은 '월 2회 의무휴업'에 따른 영업일수 감소가 매출 부진의 원인이라고 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영업일수가 2013년과 똑같았던 지난해에도 전년대비 신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대형마트의 성장 엔진이 그만큼 식어버린 것 아니냐는 분석을 가능하게 만든다. 그래서 대형마트들마다 지난해 4분기 사활을 걸고 전년대비 매출증가를 위해 올인했지만 한번 얼어붙은 소비심리는 끝내 살아나지 않았다. 대형마트들은 그러나 이 같은 실적부진과 영업규제의 이중고 속에서도 소비심리 회복을 향한 투자는 멈추지 않았다. 전 세계를 뛰어다니며 품질 좋은 상품을 한국으로 들여왔고, 엔화 가치하락으로 판로가 막힌 제주산 참소라를 매장으로 들여와 팔았다. 명
한 달 전 에쓰비(SB)인베스트먼트는 중소기업청에 창업투자회사(이하 창투사)로 신규 등록했다. 납입자본금(50억원)과 전문인력(심사역 2명)을 확보해 중기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거쳐 영업허가를 받은 것이다. 하지만 신규 등록의 절차상 문제가 없었음에도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SB인베스트먼트 지분 100%를 보유한 영남제분 때문이다. 영남제분 오너인 류원기 회장은 본사와 계열사 등에서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고 지난해 10월 2심 재판부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더구나 횡령한 자금 일부를 복역 중인 부인 윤길자씨의 형 집행정지를 위한 허위진단서 발급을 청탁하는데 썼다는 혐의를 받았다. 부인 윤씨는 여대생 하모씨가 자신의 사위와 불륜관계인 것으로 오인해 청부업자에 하모씨 살인을 지시한 혐의로 2010년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영남제분이 벤처캐피탈(VC)인 창투사를 설립한 걸 무심하게만 바라볼 수 없는 이유다. 주무부처인 중기청도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오너
서울시교육청의 '탁상행정'이 황당한 결말을 낳았다. 여러 차례 공언했던 유치원 중복지원자 처벌 방침을 철회한 것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전날 "사실상 (처벌이)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학부모들 사이에서 떠돌던 '중복지원 안 한 사람만 손해볼 것'이란 소문은 사실이 됐다. 시교육청은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자신들의 주장만 고수하다가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지난달 10일 원아모집 개선안을 발표했을 때부터 중복지원 처벌은커녕 적발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전체 지원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이 없을 뿐 아니라, 유치원별 입학원서 내용을 달리 기재할 경우 적발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시교육청은 지원횟수 제한 방침을 철회하지 않았다. 선제적인 중복지원 적발에 대해서는 모호한 입장을 취해 혼란을 증폭시켰다. 뒤늦게 "유치원별 지원자 명단을 대조해 중복지원 현황을 적발하라"고 지시했으나, 상당수 사립유치원들이 자료 제출을 거
사고는 예측하지 못하는 순간에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여러 번의 경고성 징후를 보낸다는 이론이 '하인리히법칙'이다. 이 이론은 1930년대 초반 미국 보험사 직원이던 하인리히가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노동재해를 분석한 결과 대형 안전사고 1건이 일어나려면 같은 원인의 경미한 사고가 29건, 위험에 노출되는 경험이 300건 정도 존재한다는 내용이다. 아직 시공 중인 서울시 송파구 제2롯데월드(롯데월드타워)에선 상가동 임시개장 후에도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잇따른다. 지난 10월 임시개장 이후 바닥과 천장균열, 엘리베이터 멈춤사고 등이 이어지더니 기여코 12월16일 공연장 공사현장 인부의 추락사망 사고까지 발생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롯데가 내세운 사고예방책은 서울시가 명령한 공연장 공사 중단과 제2롯데월드 수족관·영화관의 사용 중단을 '충실히' 따르겠다는 것뿐이었다. 하인리히법칙이 내포하는 점은 '설마 사고가 일어나겠냐'는 낙관을 버리고 사소한 사고라도 가벼히 여기지 말라는 것이다
정부가 최근 몇 년간 유례없던 게임산업 진흥책을 내놓았다. 무려 5년 동안 2300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인력관리(Person), 혁신(Innovation) 등 다양한 미사어구를 동원해 프로젝트 이름도 '피카소(P.I.C.A.S.S.O)'라고 붙였다. 이 가운데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 지역 연고제를 통한 풀뿌리 기반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나 모바일 혁명 다음 시대를 대비한 새로운 플랫폼에 7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 등은 칭찬 받을 만하다. 그럼에도 이 프로젝트가 '핵심 없는' 정책이라는 눈총을 사는 이유는 뭘까. 명확한 방향성이 없는 탓이다. 불필요한 규제 완화, 게임업계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인식 변화 등 정부가 풀어줘야 할 당면과제가 고스란히 빠져있다는 지적이다. 반대로 시장 자율에 맡겨져야 할 소소한 계획들이 담겨 있다. 때문에 정부가 책정한 2300억원의 예산이 자칫 허투루 쓰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모 대학교수는 "정부의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