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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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박스권을 벗어난 증시로 오랫만에 증권업계에 활기가 돌았다. 하지만 한숨 소리도 들렸다. KDB대우증권을 2012년 6월 말부터 이끌어 왔던 김기범 사장이 지난달 31일 사임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의 임기는 내년 5월까지였다. 후임이 정해질 때까지 구동현 산은금융지주 부사장이 직무를 대행한다. 그동안 대우증권을 이끌었던 몇몇 핵심 임원들도 함께 사표를 냈다. 대우증권의 '새판 짜기'가 예고되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김 사장이 해외사업 확대와 인력 구조조정 및 조직개편 등 추진과정에서 산은과 갈등을 빚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회사 경영진에 대한 인사권은 최대주주의 당연한 권리지만 아쉬움이 많다. 상당수 대우증권 직원들은 김사장의 사임에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김 사장은 그동안 인력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다. 업계가 최악인 상황에서 직원들을 내보낼 경우 갈 곳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업황이 좋아져야 비로소 인적 구조조정을 할 수 있다는 '역발상'이었다. 김 사장은 언론을 가까이 한
지난 6월 20일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앞으로 청원서 한 통이 도착했다. 엘로이 이노스 미국 북마리아나제도 주지사가 보낸 것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사이판 노선에 내려진 7일의 운항정지 처분을 재고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아시아나는 안전규정을 위반해 운항정지를 받은 상태였다. 그는 "국토부의 안전 정책을 방해하려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한국인 관광객이 전체 관광객의 35%를 차지하는 만큼 다른 패널티를 주는 방안을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사이판 한인회도 비슷한 내용의 청원서를 국토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지난달 오는 10월 14일부터 7일간 아시아나의 운항정지를 확정했다. 현재 국토부는 지난해 7월 발생한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 착륙사고에 대한 행정처분도 검토 중이다.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가 아시아나 조종사의 과실을 사고의 주요원인으로 지목한 만큼 운항정지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최대 90일의 운항정지를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시아나가
사회복무요원을 마친 뒤 허벅지 부상으로 인해 농구 국가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한 하승진(29, 전주 KCC 이지스)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지난 달 31일, 하승진은 한 유명 농구 커뮤니티를 통해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글의 주제와 내용은 국가대표 기피 의혹에 대한 자신의 해명, 그리고 본인과 가족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과 조롱에 대한 울분이었다. 하승진은 '2년간 농구공을 잡지 않고 허송세월을 보냈다', '또 다시 부상을 핑계로 대표팀 합류를 거부했다'는 비난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하승진은 게재한 글을 통해 "사회복무요원 업무가 끝나면 곧바로 크로스핏 체육관으로 이동해 몸을 만들었고 저녁 먹을 시간도 없이 KCC 체육관으로 이동해 농구에 대한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프로선수라도 어떤 종목을 불문하고 상무나 경찰청을 거치지 않는 이상 제대로 몸을 만들기 어렵다. 하승진은 "개인적으로 몸을 만들기 위해 시간을 투자했지만 사회복무요원 기간 동안 여건이 되지 않아 5대
코스피지수가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모처럼 국내 증시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반면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1위인 셀트리온 주가는 연일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7월 한 달 동안 코스피지수는 3.7% 상승했지만 셀트리온 주가는 16.3% 떨어졌다. 셀트리온이 개발한 항체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의 해외 판매 허가가 최근 잇따르고 있고, 수출도 늘어나는 상황이어서 이 같은 주가 하락에 셀트리온은 난감한 모습이다. 여기에는 셀트리온 공매도 세력의 집요한 공매도가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22거래일 동안 셀트리온의 공매도 거래물량은 158만주. 전체 거래물량(1200만주)의 13%가 넘는 규모다. 특히 지난달 11일 이후 14거래일 연속 공매도 비중은 전체 거래량의 10%를 넘고 있다. 공매도란 앞으로 주가가 하락할 것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실제 하락하면 같은 종목을 하락한 가격으로 되사 그 차익을 챙기는 매매기법이다. 공매도는 매도물량이 집중적으로 시장에
"안전을 중시하는 시스템에서 소비자의 편의를 강조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데 있어서…" 정부 관계자가 '전자상거래 결제 간편화 방안'과 관련해 지난 28일 언급한 내용이다. 정부는 대통령의 이른바 '천송이 코트' 발언 후 국내에서도 '페이팔'과 같은 간편결제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며 정책의 변화를 예고했다. 처음에는 귀를 의심했다. 지금까지 국내 결제시장을 취재하며 보고 들었던 내용과는 너무나도 달랐기 때문이다. 통상 점진적으로 바뀌는 정부 정책이 이렇게 급작스럽게 결정되는 것도 이례적이다. 지금까지 국내 결제시장에서 '제1원칙'은 보안이었다. 숱한 금융사고의 여파다. 올해 1월 발생한 카드사 정보유출 사고가 대표적인 예다. 이후 카드정보는 민감하게 활용돼야 한다는 게 원칙이었다. 보안에 취약한 신용카드 결제단말기를 전면 IC단말기로 교체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카드사 정보유출 사고 후 잇따라 쏟아진 정부의 정책도 이를 뒷받침한다. 정부는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각종 장치를 마련했
지난달 20일 경기 의왕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열린 'WTO(세계무역기구) 쌀 관세화 유예종료 관련 공청회'을 찾았을 때다. 공청회장을 찾은 농민단체 회원들의 고성과 거친 항의로 정상적인 행사 진행이 불가능했다. 정부와 농민단체와의 대립은 10년전인 2004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게 없었다. 달라진 점은 이번에는 정부가 '관세화' 결정을 내린 것이다. '관세화'는 1994년의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의 결과에 따라 애초부터 언제까지 피해갈 수 있는 성질이 아니었다. 정부는 '종착역'이 명확하게 보이는 데도 먼 길을 빙빙 돌며 20년의 세월을 보냈다. 지난 18일 정부는 쌀 관세화를 선언하며 '쌀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쌀 관세화 유예의 대가로 관세가 5%에 불과한 의무수입물량(MMA)를 늘리는 것은 오히려 더 불리한 결과를 초래한다는게 정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그같은 논리라면 이전에 10년 유예기간이 종료됐던 2004년 쌀 관세화가 이뤄졌다면 MMA는 20만5000톤
다음과 합병을 앞둔 카카오가 '성장통'에 시달리고 있다. 2008년 창업한 이후 6년 만에 급성장한 카카오는 한국 벤처의 신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은 단숨에 국민 메신저로 떠올랐고, 이후 선보인 카카오스토리는 모바일 SNS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카카오의 핵심 수입원인 '카카오톡 게임하기'도 애니팡, 드래곤플라이트와 같은 국민게임을 만든 원동력도 카카오톡의 인맥이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의 인맥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거대한 생태계를 만들었고, 그 생태계는 다른 후발 스타트업의 생존기반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다음과 카카오는 합병을 알리는 자리에서 양사는 혁신을 추구하고 생태계와 동반성장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많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카카오의 최근 행보에 대해 업계에서는 "상생은 일단 미뤄둔 채 성장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중소 게임업체들은 과도한 마케팅비용에 수수료 지급으로 다운로드가 많아도 적
"진보는 연대가 필요하죠...선거는 우선 이기는 게 중요해요" 정치부 기자생활을 막 시작했을 때 야당 중진 의원에게 들은 이야기다. 그는 정치 연대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그것이 정치의 '필수품'으로 이야기했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던 시점이었다. 그는 연대를 선거 승리를 위한 '수단'으로 봤다. 이번 7.30 재보궐에서도 '연대'는 단연 두드러진 야당의 선거 전략이었다. 동작을에선 진보당의 노회찬 후보로 단일화되면서 새정치연합 후보였던 기동민 후보는 중도 사퇴했다. 수원 정은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높은 새정치연합 박광온 후보에게 정의당 천호선 후보가 양보했다. 수원 병도 정의당 이정미 후보가 사퇴하고 손학규 새정치연합 후보로 단일화했다. 승산이 있는 쪽으로 서로 밀어 주자는 것이다. 막스베버는 '정치인은 자신의 지향점, 즉 책임윤리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실용적 관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어느정도 신념을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단으로서
"그 자료요? 일단 중소기업청에 허락을 받아야 줄 수 있는데요" 최근 벤처업계를 출입한 뒤 벤처기업협회, 벤처캐피탈협회 등에 통계를 요청할 때마다 듣던 대답이다. 민감한 내용이라면 모를까 수치 하나를 알려주는 데, 일일이 주무부처인 중기청의 허락을 얻어야한다는 점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벤처단체에선 외부의 업계 실적이나 동향 등 각종 통계 요청을 거절하는 게 관행이 됐다. 중기청이 아닌 벤처단체 등 다른 경로를 통해 통계가 유출되면 해당 기관에 불호령이 떨어져서다. 민간단체에 통계 유출에 대해 책임을 묻는 등 집요한 추궁도 뒤따른다. 벤처단체들이 통계 공개 여부를 놓고 중기청 눈치 보기에 급급한 근거는 중기청이 통계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벤처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중기청이 벤처단체에 각종 통계 조사에 대한 업무를 위탁하고 있다"며 "사실상 통계나 자료의 소유권을 갖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연히 통계의 소유권이 벤처단체에 있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근본적으
"주식이 뭐라고 생각합니까." 한 자산운용사 임원이 얼마 전 펀드매니저를 뽑는 자리에서 면접자에게 이렇게 물었다. 신입도 아닌 경력직 지원자에게 던진 질문 치고는 너무 쉬운 듯했지만 놀랍게도 지원자들 대다수는 면접관이 원하는 답변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 임원은 "주식이 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지 않은 펀드매니저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 얘기는 비단 펀드매니저만이 아니라 개인투자자들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 등락에 심리적 동요를 크게 느낀다. 개인투자자들의 시계는 코스피가 '언제까지, 얼마나' 오를지에 맞춰져 있다. 그러다보니 차익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들고 있던 주식을 팔고 펀드는 환매한다. 막 상승 탄력을 받기 시작한 순간에 참지 못하고 추가 차익을 포기해버리는 경우도 많다. 코스피가 2000 돌파를 시도하던 올 초에도 그랬다. 깔딱고개를 넘길만하면 투신권의 매도로 추가 상승이 좌절되는 일이 반복됐다. 앞으로 더
"대출을 못 받아서 집을 안사는 게 아닌데 정부에선 왜 빚내서 집을 사라는 거죠?" 올 가을 결혼을 앞둔 지인과의 저녁자리에서 받은 질문이다. 결혼후 살 집에 대해 얘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지난 24일 발표된 정부의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 대책에 대한 평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30대 중반인 이 지인은 "아무리 대출을 많이 해줘도 집값이 떨어지면 결국 '하우스푸어'가 되는 건데 누가 집을 사겠냐"며 "지금보다 전셋값이 더 오를까봐 걱정이긴 하지만 결혼하더라도 당장 집 살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박근혜정부 2기 경제팀의 '종합선물세트' 중 가장 눈에 띄는 대책은 대출완화를 통한 부동산시장 살리기다. 대출한도를 늘려 매매심리를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LTV(주택담보대출)를 70%까지, DTI(총부채상환비율)는 6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집값에서 대출금이 차지하는 비율인 LTV는 현재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50%, 지방은 60%로 제한돼 있었다. DTI는 매월 갚아야 하는 대출
"저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진실을 밝히는 과학의 힘'을 원천으로 삼고 있는 만큼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 감정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바탕으로… (중략) 오늘 브리핑을 통해 국민적 의혹 해소와 국가기관에 대한 신뢰 회복, 사회통합에 밑거름이 되었으면…" 브리핑 서두치곤 비장했다. 서중석 국과수 원장의 목소리는 떨렸다. 지난 25일 오전 10시 서울 양천구 국과수 대강당. 온 국민과 취재진의 시선이 쏠린 가운데 국과수는 이례적으로 원장뿐 아니라 담당 과장과 센터장, 교수들까지 브리핑 주자로 내세워 부검 결과를 발표했다. 국과수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는 순간, 국과수는 전력을 다해 감정 결과를 전했다. 슬라이드 수십 장에 DNA·독극물·현장증거물에 대한 분석결과를 원데이터 그대로 싣고 도표로도 정리했다. 치열과 머리뼈 등을 비롯해 발견 당시 시신 사진까지 적나라하게 공개했다. 한 점 의혹도 남기고 싶지 않다는 의지가 보였다. 한 시간여간의 자세한 브리핑. 하지만 남은 건 '사인 판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