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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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근에 프렌들리라는 단어를 다시 사전에서 찾아 봤습니다” 최근에 만난 한 재계 인사의 말이다. 정부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목청껏 외쳤지만 피부에 와 닿는 느낌은 정반대여서다. 프렌들리라는 단어에 자신이 모르는 뜻이 있는 건 아닌가 하고 찾아봤다는 설명이다. 사전에는 ‘friendly’의 뜻을 ‘①(행동이)친절한 ②상냥한, 다정한’으로 설명해 놓고 있다. 이 임원은 “사회 구성원들이 상냥하고 다정하게 기업을 대해 주길 기대했더니 너무나도 ‘친절하게’ 기업 규모에 따라 업종을 정해 준다”고 쓴 입맛을 다셨다. 중소기업적합업종 선정 과정에서 겪은 마음고생을 떠올리면 아직도 식은땀이 흐른다고 한다. #2. “일단 손은 떼기로 했는데 걱정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정말 잘한 것인지…” 삼성과 한화에 이어 SK 등 대기업들이 MRO 사업에서 사실상 손을 떼기로 했지만 걱정이 많다. 당장 지분을 넘길만한 대상이 없는 것도 골칫거리지만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은 바로
"You Go, We Go!" 화재현장에서 한 소방관이 불구덩이 속으로 떨어지려고 한다. 추락 직전 가까스로 동료 소방관의 손을 잡았지만 그의 목숨까지 위험해지자 손을 놓으라고 말한다. 손을 잡고 있던 주인공 커트 러셀은 "네가 죽으면, 우리도 죽는다(You Go, We Go)"는 말과 함께 그를 끌어 올린다. 소방관들의 동료애를 그린 영화 '분노의 역류'에 나오는 명대사다. 하지만 우리나라 소방관의 비극은 영화와는 사뭇 다른 환경에서 발생한다. 지난달 27일 속초에서는 베란다에 매달려 있는 고양이를 구조하던 20대 소방관이 3층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새신랑이 된 지 이제 갓 3개월, 아내는 홀몸이 아니었다. 소방방재청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소방관의 구조 활동중 화재출동은 12.3%에 불과했다. 반면 이보다 세 배나 많은 38.1%가 동물구조나 벌집제거였다. 소방관들이 시민과 동료의 안전이 아닌 동물의 안전을 위해 목숨을 걸고 있는 것. 현재 '한국동물구조협회'에서는 동물구조
지난 2일 오전 9시30분 금융노조의 문자가 한통 도착했다. 오전 10시 은행회관에서 SC제일은행의 노사협상을 진행한다는 내용이었다. 헐레벌떡 달려간 협상장. 리처드 힐 은행장은 취재진을 보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노조측은 "취재요청을 거부할 수 없었다"며 "사진만 찍고 협상이 시작되면 내 보내겠다"고 얼버무렸다. 노사 양측간 '신경전'으로 읽혔다. 어수선한 분위기속 취재진이 협상장에서 밀려났다. 여기까지는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헌데 문틈으로 흘러나오는 그 때부터 협상장 안 대화 내용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협상' 내용은 흥미진진(?) 그 자체였다. 첫 안건은 성과급 제도가 아니라 힐 행장과 김재율 SC제일은행 노조위원장의 '바람 맞추기'였다. 사측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이날 불참한 김 위원장의 거취를 물으며 "당사자인 김 위원장이 참석해야 협상에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따졌다. 이에 노조측은 "행장은 김 위원장이 어디있는지도 모르냐"고 오히려 역공을 취했다. 한발 더
'대책을 내놔야 하는데 뾰족한 수는 없고….' 전셋값이 오름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전세 안정 대책을 검토 중인 정부당국자의 속내다. 이들의 고민을 좀더 구체화하면 이렇다. 전세시장이 안정되려면 근본적으로 주택 거래가 살아나야 한다는 게 부동산정책의 기본 전제다. 정부가 올들어 5차례에 걸쳐 부동산 활성화 대책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한달이 멀다하고 쏟아낸 대책은 주택 거래를 살리지 못했다. 과거 주택경기가 활성화됐던 것은 금융비용을 상쇄하고도 남는 시세차익이 보장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값의 약세가 지속되면서 요즘은 대출을 끼고 집을 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됐다. 그래서 전·월세 수요가 늘고 전셋값이 오르는 것이다. 결국 매매 활성화를 위한 정책의 첩경은 집값 상승을 유도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집값 안정 속 매매 활성화'를 표방한 정부의 정책방향과 맞지 않다. 대다수 서민이 원치 않는 일이기도 하다. 어쩌면 정부는 처음부터 불가능한 '두 마리 토끼잡기'를
지난 2일 사상 초유의 데이터망 장애사고가 발생한 LG유플러스가 보상대책을 내놨다. 스마트폰 가입자는 3000원, 무선데이터를 쓰는 일반폰 가입자는 2000원을 보상한다는 것이 골자다. 무선데이터를 쓰지 않는 가입자에게는 1000원 상당의 무료 문자 50건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적어도 약관상 보상기준이 기본료의 3배인 1000원인 점을 고려하면 '쥐꼬리' 보상액은 아니다. 게다가 신고를 접수한 가입자가 아닌 보상을 신청한 가입자 모두에게 보상키로 결정했다. 약관에는 회사에 장애를 신고한 뒤 3시간이 지난 가입자만 보상해주도록 돼 있다. 이처럼 보상규모와 대상을 대폭 늘렸지만 몇 가지 아쉬움은 남는다. 우선 뒤늦은 고객 대응이다. 무선데이터 장애가 발생한 것은 오전 8시부터지만 LG유플러스가 공식적으로 상황을 설명한 것은 2시간이 지난 10시20분에서다. 그것도 트위터를 통해서 이뤄졌고 홈페이지 공지는 오후 늦게서야 이뤄졌다. 여기에 모든 가입자가 피해를 입었고 모든 가입자에게 보상을
"1억 원이 넘는 연봉에 기관 내 '넘버2'의 위치. 업무강도는 낮고, 책임과 의무도 적은 직업. 그래서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넘버1' 기관장마저 부러워하는 자리." 공공기관 비상임감사의 문제를 지적한 '낙하산 타고 온 '청달' 비상임감사의 횡포'에 이어 공공기관 감사제도 전반을 분석한 '나는 공공기관 감사다'를 취재하면서 직면한 대한민국 공공기관 감사의 자화상이다. 실제 공기업 사장은 매년 기관장 평가를 받고 있고, 경영실적이 나쁘거나 사고가 나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감사는 아무 일 하지 않은 채 놀며 지내도 뭐라 할 사람이 없다. 오히려 가끔 인맥을 활용해 정치권과 정부 부처에 소속 기업의 이익을 대변해주기만 하면 그걸로 '월급 값'을 다 했다며 좋은 평가를 받기도 한다. 권한과 혜택은 다 누리면서 책임질 일은 없으니 '신도 모르는 자리'라는 별칭이 과하지 않다. 공공기관 감사는 국민의 '혈세'로 활동하는 '감시자'다. 오직 감사만이 기관장과 같이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나도 상고 출신"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에 금융권이 화답하고 있다. 정부 움직임에 민감한 은행권의 동작이 민첩했다. 은행권은 앞으로 3년간 2700여명의 고졸 행원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선수를 뺏긴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 업계도 부랴부랴 지난달말 '학력인플레' 해소를 위한 고졸채용 계획을 내놨다. 향후 3년간 약 1063명을 신규 채용키로 한 것. 전체 채용인원의 12.2% 수준으로 지난해(4.71%)에 비해 3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고졸 사원 채용을 늘리는 거야 환영할 일이지만, 정치권과 코드를 맞추기 위한 '시늉내기'로 끝나지 않을지 염려도 없지 않다. 대부분의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들은 고졸 신입사원을 뽑겠다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인원과 시기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기존 채용 계획은 그대로 진행하지만 추가 계획은 미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단 숫자를 내라고 해서 냈지만 숫자가 줄어들 수도 있고 늘어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채용될 고졸자들의 처
방학이 되니 딸내미와 영화관을 자주 간다. 영화를 관람하기 전에 습관적(?)으로 찾게 되는 게 극장 매점. 그런데 가격에 움찔한다. 팝콘이 4000~5000원, 탄산음료가 2500원이나 한다. 팝콘 하나에 음료수 2개를 주문하면 영화 성인표(9000원)값을 넘어선다. 한때 극장 입구에는 '외부 음식물 반입 금지'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밖에서 음식물을 들고 오면 극장 검표 직원들이 이를 제지했던 기억도 있는 터라 극장 매장만 이용하는 것으로 알았다. 그런데 외부 음식 반입이 가능하다는 것도 최근에서야 알았다. 2008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외부 음식물 반입을 허용하도록 시정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아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극장의 주 수입원이 영화관람이 아닌 매점에서 나온다는 게 극장가의 통설이다. 멀티플렉스 영환관 매점의 경우 통상 관객 한명 당 1000원의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시네마를 운영하고 있는 시네마통상의 경우 지난해
"'SM5'는 자동차 수리비 할인 안해주나요?" 지난주 중부지방에 쏟아진 폭우로 침수피해를 당한 한 'SM5' 운전자의 문의였다. 'SM5'를 생산해 판매중인 르노삼성의 차량 점검서비스가 다른 완성차업체와 비교할 때 미약하다는 언급이기도 했다. 현대차·기아차·한국GM·쌍용차 등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이미 장마철 무상정비서비스를 운영해왔고 자차보험에 들지 않은 고객들을 위해 30~50%대 수리비 할인행사도 준비했는데 르노삼성은 무상정비 수준에 그쳤던 것. 그는 "9년 연속 서비스 고객만족도 1위를 자랑해온 르노삼성답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르노삼성답지 않은 일은 또 있다. 수년째 부산의 개인택시 기사들이 택시용 'SM5 뉴임프레션 LPLi' 엔진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며 대책마련을 촉구해왔지만 르노삼성은 "내용을 파악중"이라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는 사이 르노삼성의 대응에 불만을 품은 택시기사들은 3일부터 부산의 르노삼성 사업소에서 농성에 들어갈 채비를 마쳤다. 물론
"가장 기분 나쁜 건 나를 보험사기꾼 취급한다는 거죠." 카드업계에서 종사하고 있는 지인이 최근 목발을 짚고 나타나 보험사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그의 불만은 이렇다. 우선 보험금을 받으려고 전화했더니 담당자가 바뀌었다. 보험 판매만 하고 사후처리는 알아서 하라는 건가 싶어 기분이 상했다. 입원해 있는 동안에도 찾아온 손해사정인은 보험사 직원이 아니었다고 그는 혀를 찼다. 용역업체의 직원이었는데, 소비자 입장에서 얼마나 피해가 있었는지 살피고 합리적인 보험금을 주려는 게 아니라 보험사기꾼이 아닌지 살피러 나온 것 같았다며 그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손해사정인이 다녀간 이후에는 연락도 없고 보험금 지급도 늦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손보업계 관계자는 "보험 판매 직원과 사후 처리 직원이 다르다 해도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보상은 약관을 기준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또 "손해사정 역시 일손이 부족한 경우 손해사정 법인을 이용하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소비
주식워런트증권(ELW) 부당거래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4월. 중형 증권사인 A사가 갑자기 강남대로 지점을 폐쇄했다. 실적부진이 이유였다. 인근에 지점이 있는데다 같은 달 강남지역에 PB센터가 신설되긴 했지만 워낙 전격적인 지점 폐쇄여서 사내외 이목이 집중됐었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서 지점 폐쇄를 둘러싼 윤곽이 입소문을 타고 알려졌다. A사 강남지점 실적이 갑자기 급락한 것은 지점 폐쇄 직전, 큰 손 고객들이 집단으로 이탈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점을 떠난 고객들은 바로 ELW 스캘퍼(초단타매매거래자)들이라는 것이다. 증권사들이 독자적인 수익 모델을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초당 몇백원의 이익만 나도 사고 팔기를 반복하는 스캘퍼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초우량 고객이었다. 문을 닫은 A사 강남대로지점도 사실상 이들이 먹여 살렸다. 역설적이게도 A사는 스캘퍼의 이탈과 강남대로지점 폐쇄로 인해 6월 말부터 본격화된 ELW 부당거래 수사 폭풍에서 벗어날 수 있었
부산시민들의 거센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결국 '3차 희망버스'가 지난달 30일 부산에 도착했다. 이에 부산 영도는 또다시 몸살을 앓아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집회 참가자들과 그들을 막아서는 시민들간 별다른 충돌 없이 끝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3차 희망버스 집회를 바라보는 부산 시민의 시각은 이전과 분명 달랐다. 희망버스 참가자들의 영도조선소 접근을 막기 위해 영도구 주민 200여명이 광복동에서 영도를 연결하는 다리 입구를 막아섰다. 영도구도 이날 육지와 통하는 통로를 폐쇄했다. 영도구와 구민들은 1, 2차 희망버스 행사와 달리 공개적인 반대의사를 피력한 셈이다. 그러나 이를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 때문 만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3차 희망버스 참가자들을 향해 거칠게 항의하는 평범한 시민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3차 희망버스 집회에 참가한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희망버스 집회는 4차가 아닌 40차까지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희망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