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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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피고인을 상대로 양형 조사를 한다는 것은 '사또재판'을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검찰) "양형은 판사의 고유 권한인데 법원 직원이 (양형)조사를 하는 게 무슨 문제가 있나."(법원) '법원조사관제(양형조사관제)' 시행을 둘러싼 법원과 검찰 간 갈등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법원조사관제'란 법원이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의 신상과 범죄 동기 등 형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을 조사해 판결에 참고토록 하는 제도다. 대법원은 지난달 법원조사관 21명을 서울중앙지법과 인천·대전·대구·부산·광주·수원지법 등 7개 주요 법원에 배치하고 형사소송법이 개정돼 제도화되면 이들을 양형조사관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에 검찰은 법적 근거도 없는 데다, 피고인들의 인권침해 우려가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법원은 양형기준을 세우고 판결과 관련한 양형조사 활동을 벌이는 것은 고유권한이라며 맞서고 있다. 양측의 주장을 들어보면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법원
“제가 (퇴사) 준비를 해야하는 걸까요? 점쟁이가 대운이라더니...” 미소를 띄우며 얘기를 꺼낸 A 증권사 임원의 말이다. 그의 농반진반 덕분에 식사분위기는 좋았지만 마음 한 켠에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는 없었다. 얼마 후 최근 B증권사에서 C증권사로 자리를 옮긴 지인을 만나 차를 마실 일이 있었다. '연봉이 많이 올랐을까' 상상을 하며 그에게 이직한 이유를 물었다. "왜 옮기셨어요?" "불안해서요..." 그의 답은 너무나 간단명료했다. A와 B증권사 두 회사의 공통점은 최근 매각대상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증권사들이라는 점이다. KB금융이 지난달 10일 이사회에서 1조원 가량의 유상증자를 결의, 증권사 인수를 공식적으로 선언하면서 여러 증권사들이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을 시작으로 교보증권, 현대증권, 이에 더해 푸르덴셜증권까지 물망에 올랐다. 일부 증권사는 그럴싸한 삼각딜 시나리오까지 나돌았다. 인수합병(M&A)이라는 것이 워낙 조용하고 비밀스럽게 진행되긴
출발이 늦었지만 중요한 건 속도조절이었다. 세계신기록이 나온 육상 남자 100m 얘기만은 아니다. 최근 금융시장의 주요 화두인 금리문제가 그렇다. 지난주 국내 금융시장의 거물들이 금리 관련 발언을 쏟아냈다.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1일 "시장금리가 좀 앞서가는 상황"이라며 "시장금리와 정책금리간 격차가 통상적인 수준보다 조금 크다"고 말했다. 국고채 금리 상승 등에 경계감을 드러낸 것이었다. 하지만 국고채(3년물) 금리는 당일에만 떨어졌을 뿐 12~ 14일 사흘 연속 올랐다. 상대적으로 꿈쩍 않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도 13일 0.03%포인트 오르며 꿈틀거림에 가세했다. 사흘 만인 14일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이 나섰다. "기준금리가 동결된 상황에서 CD금리만 기조적으로 오르긴 힘들다"고 밝힌 것. 그런데도 정작 당일 CD금리는 0.02%포인트 올랐고 17일에도 움직였다. CD금리 상승은 대출금리 오름세로도 이어지기 때문에 당국자들의 관심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연이은 언
"제목에서 '사상최대'라는 말은 제발 빼주세요" 매월 초 현대·기아차의 국내외 실적이 발표될 때면 진풍경이 벌어진다. 올 들어 세계적 경기침체에도 눈부신 선전을 펼치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주요 시장에서 높은 판매대수를 기록해왔지만 회사가 이를 드러내놓고 '자랑'하기를 꺼리는 탓이다. 칭찬해준다고 해도 마다한다. 지난 7월까지 미국시장에서 최초로 일본 닛산을 제치고 올해 누적판매 6위에 올랐을 때도, 지난 5월과 6월 각각 중국 및 국내시장에서 월 단위 역대 최다 판매를 기록했을 때도, 현대차가 2분기 사상최고의 당기순이익을 올렸을 때도 그랬다. 가히 아비를 아비라 부르지 못했던 홍길동의 고충을 보는 듯하다. 실적이 좋아도 '후환'이 두려워 있는 그대로 보이지 못한다. 이유는 노조 때문이다. "올 노사협상이 진행 중인데 '잘 나간다'고 하면 '무리한 요구'가 따라와 회사가 힘들어진다"는 하소연이다. 환율 효과와 정부 세제지원 등으로 혜택을 볼 때 마케팅과 연구개발 여력을 충분히 벌어놓아
'서울에서 집 1채 사면 성공한 인생'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서울에서 내 집을 장만하기가 간단치 않고, 그 난이도는 다시 커지고 있다. 서울의 집값은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에 30∼40% 급락한 미국 대도시 등과 달리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지난해 말 호가가 일부 내려가기는 했지만 서민들은 반토막난 펀드 등으로 금융자산이 쪼그라들면서 선뜻 '용기'를 내기 어려웠다. 주가는 우여곡절 끝에 회복되고 있지만 이제 집값이 출렁이고, 금리도 꿈틀거리고 있다. 주택가격은 서울 강남의 재건축아파트를 중심으로 상승세를 보인다. 한국은행이 잇따라 명시적인 경고음을 낼 정도가 됐다. 특히 앞으로 집값에 반영될 가능성이 큰 전세가격도 눈에 띄게 올랐다. 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2~4배 정도 증가했다. 금리 움직임도 심상지 않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시장금리가 앞서나간 측면이 있다며 '조정'(하락)을 예고했으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더 높아졌다. 이에 연동
아이폰, 아이팟의 성공으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애플에게도 한 가지 약점이 있다.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잡스의 건강 문제이다. `잡스없는(Jobsless)` 애플을 투자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지가 늘 고민이다. 잡스 CEO는 지난 1월 건강상의 이유로 병가를 떠났다 6월말 회사로 돌아왔다. 그사이 잡스는 간이식 수술을 받았다. 업무 복귀는 발표됐지만 아직 공식석상에 드러낸 바는 없다. 대개 주택에 근무하며 `위탁 통치`를 이으며 요양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잡스가 없는 6개월 동안 애플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은 그의 복귀여부였다. 당시 애플에겐 노키아의 아이폰 대항마 출시나 구글의 PC 사업 진출보다 잡스의 건강이 더 큰 걱정거리였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잡스의 입원을 계기로 주요 기업 경영자들의 건강 상태를 정기적으로 공시하는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다. 경영 기업에게 있어 잡스 이상의 가치를 지니는 기업인이 세계 최고의 갑부 워런 버핏이다. 투자에 관한 뛰어난
"10년 뒤, 11년 뒤 특허가 만료되는 약까지 첫번째 제네릭(복제약)을 '찜'했더라고요." 한 제약업계 관계자가 "제네릭 판매에만 열을 올리는 국내 제약산업의 한 단면"이라며 전한 말이다. 종근당의 브레디닌정50mg은 오는 2021년 1월22일 특허가 만료된다. ㅊ제약사는 특허 만료 다음날인 2021년 1월23일 제네릭을 팔겠다고 발매예정시기를 소명했다. 맨 처음 나온 제네릭' 자리를 선점해 좋은 가격을 받기 위해서다. 오리지널 특허가 끝나야 판매가 가능한 제네릭은 출시 순서에 따라 약값이 순차적으로 내려간다. 국내 제약 산업의 고질적인 병폐로 거론되는 의약품 리베이트도 이런 제네릭 편향과 무관하지 않다.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을 따라 만든 제네릭은 효능이나 효과 면에서 장점으로 내세울 수 있는 게 딱히 없다. 결국 '얼마를 사면 약값의 몇%를 주겠다'는 식의 리베이트로 차별화를 꾀하는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는 얘기다. 그동안 정부는 리베이트를 없애기 위해 고심해왔다. 당장
얼마전 '아이폰'의 해킹 취약점이 공개되면서 미국 애플은 이용자들을 상대로 긴급 보안패치를 배포하는 등 한바탕 소동이 빚어졌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열린 '블랙 햇 컨퍼런스'에 참석한 일부 전문가들이 아이폰에 악성코드를 숨겨놓은 멀티미디어 메시지를 보내 사용자 몰래 민감한 개인정보를 빼돌리는 장면을 시연한 것이 발단이다. 전세계 아이폰 사용자들을 크게 긴장시킨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보안전문가들은 그다지 놀랄만한 사안이 아니라고 했다. 스마트폰은 PC처럼 독자적인 운영체제(OS)와 프로그램을 탑재하고 있는 만큼 바이러스에 안전할 수 없다는 것. 실제로 아이폰 외에 개방형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외산 휴대폰에서 400여종의 모바일 악성코드가 발견됐다. 피해가 별로 없어서 이슈화되지 못한 것뿐이다. 보안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의 보안위협은 PC가 해킹당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엄청난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가령, 모바일 악성코드에 감염되면 전화번호리스트같은 사용자 정보가 유
1996년 1월 지방의 한 육군 신병교육대에 입소해 6주 동안 훈련받을 때의 일이다. 입소한 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았을 때 소대별로 훈련병들이 집합했고, 그들 앞에 정장 차림의 남자 몇명이 있었다. 모 은행에서 나온 직원들이었다. 이 직원들은 훈련병들에게 간단한 간식을 돌린 후 현역으로 26개월 간 군생활을 하면서 적금을 들면 좋은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군 제대 후 학교를 다니거나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데, 당장 쓸 돈은 없고 군복무까지 마친 아들이 부모님께 경제적으로 의지해선 되겠냐는 논리다. 따라서 군복무 중 매달 나오는 봉급에서 1만원가량이라도 착실히 적금을 부으면 제대 후 얼마나 뿌듯하겠냐며 훈련병들을 설득했다. 갓 20살이 넘어 사회생활 경험도 없는 청년들, 특히 군 생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훈련병들에겐 그럴싸한 재테크 강의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일반 현역 군인이 군 복무 중 봉급을 아껴 적금을 붓는다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당시
"원어민 강사 시스템은 곧 몰락할 겁니다." 영어 IT 교육업체 대표들은 대부분 이런 말을 한다. 영어 회화 실력은 영어 노출 시간에 비례하는데 현재의 원어민 강사 중심의 학원 시스템은 '고비용 저효율' 구조여서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학생이든 직장인이든 거금을 들여 영어학원에 등록을 할 때는 영어에 대한 공포감으로부터 곧 해방될 것으로 기대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실제 성공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1시간 수업 동안 원어민과 실제 나누는 대화는 몇 마디 안 되기 때문에 별도의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는 어렵다. 영어문제를 PC로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다는 IT 솔루션 업체들의 말을 100%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지만 현재의 영어교육 시스템이 '고비용 저효율' 구조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난 4월 기준 전국 초·중·고교에 배치된 원어민 영어교사는 모두 7088명. 대학이나 학원에서 일하는 원어민까지 합하
"한국차가 예전보다 많이 좋아진 것은 인정하지만 현대기아차가 세계 4위 자동차기업의 반열에 오른 것은 어부지리 아닌가?" "에이! 현대기아차가 무슨 세계 4위야. 말도 안돼! 그래도 세계 4위라면 자동차 업계에 이정표를 세울 만한 상징적 모델은 하나 정도 있어야 하는데 현대차는 아직…" 최근 친구들과 저녁을 함께 하다 현대기아차그룹이 올 상반기 포드를 제치고 4위로 올랐다는 뉴스가 화제에 올랐다. 그 자리에서의 결론은 "판매 대수로 현대기아차가 세계 4위에 이름을 올렸지만 아직 뭔가가 부족하다"였다. 친구들은 앞으로 한국차가 한계를 뛰어넘어 발전하기 위해서는 나름대로의 독특한 철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00년대 초반 휴대폰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한 지인이 "노키아와 삼성전자의 차이점이 뭔지 아느냐?"고 물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노키아는 전세계 휴대폰 시장을 지배하는 난공불락의 요새였고 한국 업체들은 전세계 시장에 진출을 시도하는 단계였다. 그는 내가 머뭇거리자 "노
얼마 전 오랫만에 만난 한 자산운용사 CEO에게 물었다. "펀드시장 선진화를 위해 도입된 각종 펀드 관련 제도들이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겉도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러자 그는 대뜸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세요"라고 반문했다. "그건 아닌 것 같다"고 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펀드시장을 선진화시키고 투자자 부담을 줄이자는데 나쁠 게 없죠. 문제는 제도가 마련되는 방법과 시행되는 시기예요. 시장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만들면 무조건 따르라는 식이니 제대로 되겠습니까.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관치가 또 다시 고개를 들라고 하는지...답답할 뿐이예요." 쉽게 말해 금융감독당국의 일방통행식 제도 마련과 시행 때문에 최근 도입된 각종 펀드 관련 제도들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실제 지난해 말 도입된 스텝다운보수(이연판매보수) 체계는 이후 출시된 모든 주식형펀드에 적용되고 있지만 그저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 오히려 펀드 판매사와 운용사들이 정해진 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