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법원-검찰의 '밥그릇 싸움'

[기자수첩]법원-검찰의 '밥그릇 싸움'

류철호 기자
2009.08.19 14:59

"법원이 피고인을 상대로 양형 조사를 한다는 것은 '사또재판'을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검찰)

"양형은 판사의 고유 권한인데 법원 직원이 (양형)조사를 하는 게 무슨 문제가 있나."(법원)

'법원조사관제(양형조사관제)' 시행을 둘러싼 법원과 검찰 간 갈등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법원조사관제'란 법원이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의 신상과 범죄 동기 등 형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을 조사해 판결에 참고토록 하는 제도다.

대법원은 지난달 법원조사관 21명을 서울중앙지법과 인천·대전·대구·부산·광주·수원지법 등 7개 주요 법원에 배치하고 형사소송법이 개정돼 제도화되면 이들을 양형조사관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에 검찰은 법적 근거도 없는 데다, 피고인들의 인권침해 우려가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법원은 양형기준을 세우고 판결과 관련한 양형조사 활동을 벌이는 것은 고유권한이라며 맞서고 있다.

양측의 주장을 들어보면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법원과 검찰의 주장들이 기(氣) 싸움에서 비롯된 핑계거리에 불과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법원과 검찰 간 다툼이 처음은 아니어서다. 그동안 두 기관은 영장실질심사 제도를 놓고도 끊임없이 갈등을 빚어왔고 국민들에게 법원과 검찰이 '견원지간(犬猿之間)'으로 인식된 지 오래다.

물론 법원과 검찰이 서로를 견제하고 다툼의 이유가 국민을 위한 것이라면 그것만큼 바람직한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다툼의 근본 원인이 각자의 밥그릇을 챙기려는 데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자신들의 권리만 찾으려 하고 뭐라도 빼앗길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은 더 이상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할 수 없다.

법원과 검찰은 자신들이 내세우는 다툼의 이유를 과연 국민들이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지금이라도 기관이기주의에서 벗어나 공존과 화합의 길을 모색하고 남보다는 자신의 문제를 돌아봐야 한다.

자신이 가진 것을 과감히 버리고 양보할 때 비로소 화합을 이루고 서로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진리를 명심해야 한다. 서로가 더 큰 목소리를 낼 때 비록 싸움에서는 이길지라도 국민들의 불신은 더욱 커져만 간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법원과 검찰의 현명한 처신을 기대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