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첨단 기술, 사회 변화, 지역 현장, 문화와 예술, 경제 이슈 등 우리 일상 곳곳의 다양한 현장을 깊이 있게 취재해 생생한 목소리와 트렌드를 전하는 뉴스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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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레이즈 미 업 소우 아이 캔 스탠드 온 마운틴즈(You raise me up, so I can stand on mountains)···" 21일 하얼빈에서 500킬로미터 떨어진 치타이허(七台河)시에서 온 자오리난(焦立男·12살)은 유럽 가수 시크릿가든의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을 열심히 따라 불렀다. 익숙하지 않은 영어 가사지만 100여 명의 아이들과 함께 선생님 지휘에 맞춰 노래에 흠뻑 빠진 모습이다. 선생님이 꿈이라는 자오는 티에샨시앙(鐵山鄕)삼성희망소학교에 재학 중인데, 중국삼성이 하얼빈의 헤이룽쟝대학교에 개설한 드림클래스(여름캠프) 수업을 듣고 있다. "하얼빈 같은 큰 도시는 처음으로 나와 봤는데 수업도 재밌지만 박물관처럼 고향에서 못 보던 곳을 보니까 너무 좋다" 자오 담임선생님인 리우밍(劉明)은 "치타이허는 인구 2만 명이 안 되는 작은 광산 도시인데 부모가 취업차 외지로 나가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사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자오 역시 외할
먼 이국땅 한국에서 온 남녀대학생 9명이 삽을 들고 배수로에 들어갔다. 그간 흙이 많이 쌓여 비가 올 때마다 물은 길로 넘쳤다. 대학생들이 배수로 흙을 퍼올리기 시작한 지 20여분 정도 지났을까, 현지 청년들이 저마다 삽과 곡괭이 등을 들고 몰려들었다. 청년의 숫자는 불어나 20여명이 됐다. 어느새 학생들이 하던 일은 마을 청년들에게 넘어가 있었다. 200m 정도 되는 배수로가 4시간여 만에 말끔해졌다. 지난달 하순 새마을세계화재단이 새마을사업을 전파하는 에티오피아 '한도데'라는 마을에서 벌어진 일이다. 현지에 진출한 한인사업가들에게 에티오피아인의 민족성에 대해 귀가 아프게 들은 게 "자기 소유가 아닌 공유지는 어떻게 되든 신경을 쓰지 않는다"였다. 실제로 대도시의 길거리가 지저분해도 청소할 생각을 하지 않고, 풀이 무성해도 깎지 않는 게 그 때문인 것같았다. 하지만 이곳에서 벌어진 일을 보고 그런 생각이 편견임을 깨달았다. 청년들은 아무런 대가도 없이 온 마을이 함께 쓰는 배수
지난 19일 오전 8시15분 서울 강남의 한 빌딩 앞에 금융감독원 검사원 6명이 모였다. 이 건물 3층에 본점을 둔 A저축은행 검사를 위해서다. 본점 영업 창구에 들어서자 검사원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검사 실시 통보서를 전달하고 피검기관의 이의제기와 방어권 보장절차에 관한 책자를 전달했다. 큼지막한 권익보호 안내문도 벽에 붙였다. 우선 시재검사부터 시작했다. 현금과 중요 증서 등 현물을 확보해 장부와 대조하는 작업으로 검사의 기본이다. 검사원들의 눈길이 서랍과 금고 안, 장부 구석구석을 매섭게 훑어나갔다. 50원짜리 10원짜리 동전뭉치 하나하나까지 다 챙긴다. 수표 한 장 한 장을 일일이 손으로 세는 건 물론이다. 시재검사 때 단지 장부와 현물만 살피지 않는다. 허금덕 금감원 저축은행검사국 검사1팀장은 "금고나 서랍 속에 소비자의 통장과 도장 등을 임의 보관하는 경우가 흔한데 사고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영업부에서 관리하는 서류 봉투들을 열자 통장들이 2~3개씩 나왔다. 경력
이스라엘의 경제수도 텔아비브에서 느낀 한국의 '이스라엘 따라하기' 열풍은 내리쬐는 한 여름 중동의 태양만큼이나 뜨거웠다. 한국에서 너무 많은 방문객들이 이스라엘 구석구석을 들추고 지나갔다. '이름' 좀 알려졌다는 사람들은 모두 "이미 한국에 대해서는 할 얘기를 다했다"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어렵사리 만난 이스라엘 창업 전문가들에게 들어본 속내는 국내에서 전해 들었던 것과는 차이가 컸다. 이스라엘을 롤모델로 삼은 한국에 대한 조언을 부탁하자 한결같이 돌아온 답은 "이스라엘을 좇지 말라"였다. '창업국가'라는 화려한 수식어 뒤에 감춰진 그림자를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스라엘은 인구 800만명에 국토 면적이 우리나라의 충청도 정도에 불과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율 4.5%, 국민 1인당 벤처투자액 170달러, 국민 1만명당 연구개발 인력 140명으로 모두 세계 1위다. 한 해에 창업하는 벤처 기업 수가 유럽 전체의 벤
"고용노동부입니다. 케이크 배달 때문에요. 지하철역 입구에서 집까지 가는 방법을 자세히 알려주시겠어요? 네, 택배이긴 한데 지하철로 가려고요. 어르신 배달입니다." 지하철을 타고 꽃과 케이크, 서류를 배달하는 택배기사들이 있다. 속도를 기대하긴 어려워도 정확성과 책임성면에선 최고인 '실버택배'다. 주로 65세 이상 어르신들이 택배전문업체나 소비조합에 소속돼, 정부 부처나 기업의 택배 일을 맡는다. 지난 9일 오전 서울 회현동의 한 소비조합에서 만난 이원우(72) 할아버지는 한 손에 '5호 생크림 케이크'를 들고 출발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회현역으로 걸어 나온 그는 지하철역 내 '디지털뷰' 앞으로 가더니, 길음역 버튼을 누르고 가는 길을 살폈다. 검색에 걸린 시간은 불과 10초. 베테랑의 면모가 엿보였다. ◇지하철 '무료'…실버택배 늘어난다 체크무늬셔츠에 양복바지를 입고, 금시계와 안경을 착용한 이씨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그는 퇴직 전 대구의 섬유업체에서 일을 했다. 외환위기
지난 9일 부산 사하구의 바다 매립지 위에 세워진 CJ제일제당 부산공장을 찾았다. 이곳은 전국 각지에서 수확한 햅곡으로 당일 도정(현미 껍질을 깎아 백미로 만드는 과정)해 연간 1억5000만개 이상의 '햇반'을 만들어 내는 전초 기지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바캉스 식품'의 대명사인 햇반 공장이 수천명 직원들로 시끌벅적할 것이라는 예상은 금세 깨졌다. 모든 공정이 무인 자동화 시스템으로 이뤄지고 있었기 때문. 햇반 생산라인이 쉴새없이 돌아가면 150여명의 생산 직원들이 3교대로 근무하며 최종 검수 작업만 한다. ◇반도체 공장도 울고갈 클린시스템…일본에 기술 역수출도 공장 내 햇반 생산시설은 총 7개다. 각 시설은 100m 길이로 총 5단계(전처리→가압살균취반→밀봉→냉각.검사→완포장)로 구성돼 있다. 각 시설에선 1초당 2개의 햇반을 쏟아낸다. 첫번째 생산 라인은 1996년 일본에서 들여왔지만 점차 국산화를 진행했다. 최근엔 일본에 일부 특허 기술을 역수출하기도 했다. 6월말부터 9
"올 때는 남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오지만 갈 때는 에너지를 얻고 가지요." 지난 2일 찾아간 경남 진주시 명석면 외율리. 동네 입구부터 '쩡 쩡' 망치 소리가 귀를 때렸다.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임직원과 가족들이 참여한 '사랑의 집짓기' 봉사활동 현장이다. 참가자들은 저마다 안전모를 쓰고 벽체에 단열재를 붙이거나 비계를 엮느라 바빴다. 이곳에는 저소득층 8가구에 제공하기 위해 공동주택 2개동이 들어서고 있다. 볼보건설기계 대구지사 조현도 과장은 "봉사활동 현장이 아니라 '힐링캠프'같은 곳"이라고 소개했다. 볼보 임직원들은 2001년부터 매년 사랑의 집짓기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충남 아산을 찾아 봉사활동을 벌인 것이 계기가 됐다. 집짓기 활동은 볼보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됐고, 당시 40명이던 볼보 측 참가자는 올해 임직원 가족을 합해 100 명으로 늘었다. 2001년부터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올해로 13번째 참가한 이정달 마케팅본부 과장. 처음
1일 새벽 4시50분 서울 양천구 신정네거리 건설인력시장. 한여름 새벽 공기는 예상보다 시원했다. 주변을 살펴보니 가방을 둘러메고 모자를 푹 눌러쓴 채 한쪽에서 담배를 피고 있는 중년 남성이 보였다. 건설 일용직 근로자인 이 남성은 표정이 어두웠다. 하루벌어 하루를 사는 '노가다'(주로 건설노동 등 막일을 뜻하는 일본말)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7월엔 비오는 날이 많아 일을 별로 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통상 한달에 20일 이상은 일을 했지만 지난달엔 고작 일주일만 일했다는 것. 하루 일해서 13만원을 받는데, 이중 중개업소에 1만원을 준다. 지난 한달동안 100만원도 벌지 못한 것이다. 5시가 넘자 일용직 근로자들이 여기저기서 모습을 보였고, 10분만에 40~50명이 모였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이 현장을 찾았다. 일거리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근로자들을 위로하고, 이들의 애로사항을 듣기 위해서다. 근로자들은 어두운 곳에서 카메라 플래쉬가 터지자 관심을 보이며 방 장관
미얀마 서부 해안의 짝퓨(Kyauk Phyu) 지역에서 헬기를 타고 북서쪽으로 약 105㎞를 날아가면 벵골만 해상에 우뚝 솟아 있는 철골 구조물과 만나게 된다. 국내업체의 해외 가스전 개발 역사상 최대 규모인 미얀마 가스전에서 생산된 가스를 처리하는 대우인터내셔널의 해상플랫폼이다. 지난 16일 눈으로 직접 확인한 해상플랫폼은 바다 위의 요새를 방불케 했다. 사방 어느 곳을 둘러봐도 수평선밖에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 한가운데에 20층 건물 높이로 각종 파이프와 철근들이 쌓아 올려져 웅장한 위용을 갖추고 있었다. 해수면 위로 100m 이상 뻗어 올라간 플레어 타워(Flare Tower)에서는 지난달 22일부터 타오르기 시작한 노란 불꽃이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본격적인 가스 생산을 알리는 신호다. 실외 4층, 실내 6층으로 이뤄진 축구장 크기의 해상플랫폼에는 150여명의 직원이 상주하며 하루 12시간씩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해저 생산설비에서 뽑아 올린 가스는 해상플랫폼에서 정제
현재 30대 중반이라면 초등학생 시절 친구 집에 들여놓은 컴퓨터를 부러운 눈길로 바라본 경험이 있을 법하다. 당시 8비트에 불과한 애플의 매킨토시와 IBM PC를 시작으로 16비트, XT, AT로 점차 최첨단(?) 기기로 발전해오던 PC의 30년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넥슨의 지주사인 NXC가 이달 말께 개관할 예정인 '넥슨컴퓨터박물관'을 8일 오후 방문했다. 지하 1층, 지상 3층(2445.68㎡) 규모의 이 박물관은 제주시 노형동NXC 사옥 바로 옆에 위치했다. 1층 입구를 들어서면 애플의 최초 컴퓨터 '애플I'와 최초의 마우스인 '엥겔바트 마우스' 복각품이 있다. 박물관에 전시된 애플I는 구동이 가능하다. 전세계에서 구동이 가능한 제품은 6대에 불과하다. NXC는 지난해 6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37만4500달러(한화 4억3000만원 상당)에 낙찰을 받았단다. 바로 옆에는 IBM의 'PC 5150'가 자리잡았다. 1981년 탄생한 이 제품은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PC
#"아파트만 지어놓고 대형마트도 하나 없는 게 무슨 뉴타운이에요. 집값 오르는 것도 좋지만 그전에 지금 당장 장보는 게 너무 불편합니다. 주말마다 일산까지가서 쇼핑전쟁을 치루고 옵니다." (서울 은평구 은평뉴타운 40대 주민 최모씨) 2일 서울 은평구 은평뉴타운내 복합상업시설인 '알파로스' 개발사업이 백지화됐다는 소식에 인근 주민들은 주변에 대형 상업시설이 없어 불편함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민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며 불만을 쏟아냈다.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 3번 출구로 나오자 마자 위치해 있는 '알파로스' 사업 예정지는 풀과 나무가 무성히 자라있어 오랫동안 방치된 흔적이 역력했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반대편에 조성돼 있는 은평뉴타운 초입의 분위기와 사뭇 달랐다. 해당 부지는 2m가 넘는 높은 회색 판넬로 둘러쌓여 있었지만 판넬 넘어로 자란 나무들이 눈에 띄었다. 늘어선 판넬에는 '은평뉴타운 센트럴쇼핑파크'라는 알파로스 로고와 공사 개요가 덩그런히 붙어있었다. 역
25일 오후 2시 명동 밀리오레 길 초입. 가게 문을 열고 영업 중인 화장품 매장으로 들어가니 더운 기운이 훅 끼쳤다. 냉방기를 틀지 않은 채 선풍기 2대만을 돌리고 있었다. 가게 직원은 손 부채질을 하며 "문 열고 냉방영업을 하는 곳엔 과태료를 매긴다고 해서 선풍기를 틀고 있다"며 "문을 열고 영업을 해야 그나마 손님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문 열고 냉방영업 금지' 계도 기간 일주일째. 이날 산업통상자원부와 에너지관리공단, 지자체, 시민단체로 구성된 15명은 명동거리에서 문을 열고 영업하는 가게를 중심으로 전단지와 스티커를 나눠줬다. 매주 두 차례 명동, 강남역, 홍대, 신총 등 주요 관리지역 33곳을 돌아가며 실시하는 단속은 오는 8월 30일까지 계속된다. 에너지관리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서울 명동·강남·역삼 등 전국 주요상권 117개 상점에서 문을 열고 냉방기를 가동하는 매장의 비율은 60%에 달했다. 화장품이나 의류를 판매하는 매장은 내부온도가 26도보다 훨씬 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