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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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흰 우유 소비가 40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시장 논리가 작동한다면 수요가 줄면 가격이 내려가야 한다. 그러나 소비자는 여전히 비싼 값에 우유를 사 먹는다. 이는 '원유 쿼터제'와 '원유가격연동제'에서 기인한다. 2002년 도입된 원유 쿼터제는 우유업체가 낙농가로부터 일정 물량의 원유를 의무적으로 사게 한 것이다. 저출산과 식문화 변화, 대체 음료 확산으로 흰 우유 수요가 감소했지만 유업체는 수요보다 많은 쿼터 물량을 비싼 값에 구매해 재고와 손실을 떠안고 있다. 생산비·물가와 연동해 가격을 정하는 원유가격연동제가 더해지면서 사료비, 인건비, 전기요금 등 생산비만 오르면 가격은 오르게 돼 있다. 유업계가 이렇게 사들인 뒤 남아도는 우유를 분유로 가공하며 버티고 있으나 비싼 원유 탓에 국산 분유 제조원가는 수입산의 3배가 넘는다. 수입 멸균우유는 몇년새 수입량이 40배 급증했다. 올 들어 미국산 멸균우유 관세가 철폐됐고, 7월부터 유럽산이 무관세로 전환되면 공세는 더 거세질 수 밖에 없다.
이재명 정부가 지방균형발전을 내걸고 중점 육성하는 메가특구에 파격적인 혜택을 약속했다. 기업 법인세·상속세, 소속 직원 소득세 감면과 특별보조금 지급, 국민성장펀드 배정, 근로시간 규제완화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참여하는 800조원 규모의 서남권 반도체 산업단지도 메가특구로 지정될 예정이어서 이들 기업에도 혜택이 돌아갈 전망이다. 정부의 메가특구 조성과 지원계획은 전방위적이다. 본지가 2일 보도한 잠정안에도 재정, 세제, 금융, 인프라, 교육 등을 포함하는 정부의 종합적인 지원책이 담겼다. 서남권 반도체 단지조성과 관련해 수도권과 떨어져있어 기업과 직원들이 투자와 근무를 꺼릴수 있다는 일각의 회의적인 시선에 대한 응답 성격도 있다. 교육, 의료, 문화시설을 배치해 직원들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고 상속·법인세 감면 등으로 배후 기업들의 입주 수요도 충족시킨 만큼 안심하고 투자할수 있도록 했다는 것. 특구의 성공을 위해 기업 맞춤형 지원과 세제특례가 필요하다는 대한상공회의소 등의 요구도 수용했다.
정부가 30일 경기 화성 동탄과 용인 기흥, 구리를 규제지역으로 추가했다. 최근 집값 급등이 두드러진 이들 지역은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게 된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실거주 의무가 부과되는 것이다.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양도세도 무겁게 매겨진다. 일단 거래가 줄고 가격 숨고르기에 들어가겠지만 시장흐름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삼성전자 사업장과 인접해 셔세권(셔틀버스로 다닐수 있는 지역)으로 불리는 동탄과 기흥은 최근 반도체 호황으로 인한 투자 확대, GTX-A 개통 등 교통 인프라 개선 호재로 부동산시장이 들썩였다. 수억원대 성과급같은 반도체 업계 특수와 증시 급등에 따른 추가 수혜도 예상됐다. 실제로 올해 1 ~ 5월 동탄에서 집을 사는데 쓰인 돈 중 투자자산 매각대금이 1538억원으로 전년보다 9배 가까이 증가했다. 구리시는 규제가 심한 서울과 인접한 역세권이라는 이점으로 부각됐다. 일단 일시적인 집값 하락을 유도할 수는 있다는게 정부 안팎의 기대다.
'한국판 나스닥'을 표방하며 출범한 코스닥 시장이 오늘로 개장 30주년을 맞았다. 닷컴버블 붕괴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 숱한 풍파를 견뎌낸 코스닥시장은 시가총액 514조원, 상장기업 1800여개사로 외형을 키우며 성장주 시장으로 자리 매김했다. 하지만, 최근 반도체 쏠림으로 코스닥 시장 부진이 지속되면서 승강제 도입과 부실기업 퇴출 강화 등 시장 체질을 근본부터 바꿀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 코스피가 상반기에만 약 100% 치솟아 세계 주요 증시 중 상승률 1위를 기록한 반면, 코스닥은 보합권에 머물러 'K자 양극화'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30년 전 1000포인트로 출범한 코스닥 지수는 지금 910포인트대로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네이버, 카카오, 셀트리온 등 주요 상장사가 코스피로 떠나며 '2부 리그'라는 오명도 붙었다. 중국판 나스닥을 노리며 2019년 출범한 커촹반(科創板·스타마켓) 상황은 정반대다. 1000포인트로 시작한 스타50 지수는 30일 2207포인트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중국 AI(인공지능) 칩 업체 캠브리콘은 커촹반 상장기업 중 처음으로 시총 1조위안(228조원)을 돌파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인공지능(AI) 부문에 집중되는 투자 열풍이 장기적인 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고 29일 경고했다. AI 관련 주가 급락이 발생할 경우 가계자산내 주식비중이 커진 만큼 이전보다 충격이 크고 회사채 시장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곁들였다. BIS는 AI투자 수익률이 기대에 못 미치면 금융사나 사모펀드, 기업들이 급격히 자금을 줄이거나 빼낼수도 있어 장기적인 투자침체에 빠질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AI 관련 기업 주가 급등락은 국내 증시에서도 파급효과가 크다. 당장 AI 관련 반도체 대표기업인 SK하이닉스는 시가총액 1900조에 육박하는 몸집에도 10%대 급등락이 연일 반복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반도체기업 영향이 큰 코스피 지수도 출렁이는 널뛰기 장세가 이어졌다. AI 주가 조정이 발생하면 금융시장 불안을 넘어 실물 경제의 소비 급감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반대로 증시의 유동성과 투자수익이 국내 부동산으로 옮겨갈 경우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정부 안팎의 경계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전 세계가 인공지능(AI) 패권을 두고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정부가 반도체, 피지컬 AI,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를 삼각 축으로 삼아 한국형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3대 메가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는 단순한 산업 육성을 넘어 앞으로 20~30년 동안 국가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국가적 대계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시장의 폭발적 수요에 대응해 용인 국가산단 투자 일정을 앞당기고, 전력과 용수가 풍부한 광주를 새 단지 후보지로 꼽았다. 아울러 천안·온양 HBM 패키징 팹, 구미 로봇 투자, 부산 패키지 기판, 인천 송도 바이오 단지에 더해 울산 차세대 배터리와 거제 차세대 조선 사업까지 아우르는 전국 거점별 청사진을 제시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2100조 원 규모의 초대형 투자 계획을 내놨다. AIDC에 1000조 원을 투입해 15GW 규모 인프라를 구축하고, 공급 부족에 대응하고자 용인·청주·서남권 등에 1100조 원을 쏟아붓는다. 특히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완공을 2033년으로 12년 앞당겨 시장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K바이오가 올해 상반기에만 13조원에 달하는 기술수출을 기록하며 지난해 세운 연간 최대 기록(21조원)을 돌파할 기세다. 아리바이오, 알테오젠, 오스코텍 등 바이오기술기업뿐 아니라 전통 제약사인 한미약품이 뚝심을 발휘한 결과다. 하지만, K바이오가 글로벌 시장을 놓고 중국 제약·바이오기업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책이 속도감 있게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K바이오의 기술이전 성과는 하반기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우선 피하주사(SC) 제형 변경과 뇌혈관장벽(BBB) 투과 분야에서 각각 독자적인 기술 경쟁력을 인정받은 알테오젠, 에이비엘바이오 등 신약 플랫폼 기업의 기술거래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7월에는 코오롱 티슈진이 골관절염 세포유전자치료제 'TG-C'의 미국 임상 3상 주요지표를, 9월에는 아리바이오가 알츠하이머 치료제 'AR1001'의 글로벌 임상 3상 주요지표를 발표할 예정이다. 모두 K바이오의 분수령이 될 대형 이벤트다. 중국 바이오의 초고속 성장은 K바이오가 직면한 도전이다.
오는 29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등 주요 기업 총수들이 참석해 1000조 원 규모의 대대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한다. 광주·전남 지역의 신규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을 핵심으로 하는 이번 투자는 수도권 일극 체제를 극복하려는 국토균형발전의 일환이다. 반도체 산업의 대규모 국내 투자는 환영할 일이며 균형발전이라는 명분도 폄하하기 어렵다. 하지만 인프라가 미비한 지역에 추진되는 천문학적 투자인 만큼 '기업 팔 비틀기'라는 정치적 논란과 전력·용수 우려가 여전하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AI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 스스로의 결단이며, 정부는 부지 등 '생산 플랫폼'을 조성할 뿐이라고 일축했다. 호남권 물 부족 우려에 대해서도 영남이나 수도권 못지않게 물이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역시 기후에너지부 검토를 근거로 댐 증고와 농업용수 재배치를 통해 하루 100만 톤 규모의 산업용수 확보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AI 기술혁신의 촉발로 '피지컬 AI'와 휴머노이드 시장이 단순 유망 산업을 넘어 패권의 격전지가 되고 있다. 제조업 경쟁력과 안보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미국은 구글, 메타 등 AI 빅테크의 소프트웨어 주도권을 무기로 인간과 로봇이 협업하는 '하이브리드 작업장' 구축에 집중한다. 테슬라가 완전 자동화 대신 오류율 1%의 예외 상황을 인간과의 협동 플릿으로 극복하려는 전략이 대표적이다. 미국 정부는 국가 보조금을 받는 중국산 로봇 수입 규제까지 시사하며 안보 장벽을 쌓고 있다. 중국은 국가 주도의 강력한 분업 클러스터와 '보급 후 개선' 방식의 속도전으로 맞선다. 베이징(R&D)·상하이(제조)·선전(부품) 삼각 공조에 기반해 출하량 상위권을 독점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국유기업들에 최소 10개 이상의 시나리오를 선정해 휴머노이드를 강제 투입하는 계획을 발표하며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 일본과 유럽의 반격도 매섭다. 일본은 독보적인 '소재-부품-완성품' 수직 통합 공급망을 무기 삼아, 화낙 등 대기업이 구글·엔비디아의 AI 소프트웨어를 수혈받으며 하드웨어 지배력을 다지는 중이다.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환율 상승은 수출기업에 환차익이라는 선물을 안겨줄 수 있지만 수입업체에겐 곧바로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최근 식품·외식업체들은 잇따라 가격을 인상하면서 그 이유 중 하나로 환율 상승을 꼽는다. 소비자들은 장바구니 물가를 통해 고환율의 부담을 체감하기 시작했다. 환율 문제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국민 생활과 직결된 현실이 된 것이다. 정부의 인식은 안이한 면이 있다.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차익실현에 나선 데 따른 일시적 현상이며 시간이 지나면 안정될 것이라는 설명을 반복한다. 물론 외국인 자금 흐름이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환율이 1년째 상승 추세를 이어오고 있어 고환율을 일시적인 문제로 치부하기 어렵다. 단순한 외국인 수급 문제가 아니라 미국으로의 자본 쏠림과 원화 경쟁력 약화가 겹친 구조적 현상에 가깝다. 달러 강세는 세계적 현상이다. 미국은 금리 인하 전망이 후퇴한 상황에서 인공지능(AI) 투자 붐과 꾸준한 경제성장세를 바탕으로 전 세계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반도체·조선 같은 호황업종과 석유화학·철강 등 불황기업의 실적과 자금 사정 양극화가 극심해졌다. 채권시장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고 홈플러스 관련 사태 이후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 등에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다. 증시는 급등락이 이어져 공포지수가 솟구치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자금조달 통로도 막혀가고 있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26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반도체와 조선 업종의 기업실적 개선만이 부각됐다. 반면 건설·석유화학·철강은 극도로 부진했고 도·소매업은 수익성이, 부동산업은 성장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업종별 양극화는 대출 연체율에도 영향을 미쳤다. 기업 대출 가운데 36. 5%를 차지하는 부동산과 도매·소매업 업종은 연체율이 각각 3. 01%, 2. 52%로 전체 평균(2. 09%)을 웃돌았다. 건설업은 부동산경기 악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따른 우발채무 현실화의 영향으로 연체율이 5. 48%까지 상승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한국 증시를 선진국 지수 관찰대상국에 포함하지 않았다. 정부가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외환시장 개방과 공매도 제도 개선 등에 나섰지만 문턱을 넘지 못했다. MSCI는 미국·일본·영국 등 23개국 증시를 선진국지수로 분류하고 있다. 한국 증시가 시가총액 기준 세계 6위 규모로 성장했음에도 선진 시장으로는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실망만 할 게 아니다. 이번 결과는 한국 자본시장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알려주는 이정표이기도 하다. 제도의 외형을 바꾸는 것과 글로벌 투자자가 현장에서 느끼는 편의성 사이에 여전히 간극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MSCI가 지적한 점은 '제도는 마련됐으나 실제로 쓰기 불편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외환시장 거래 시간을 새벽 2시까지 연장했다. 그러나 정작 거래를 하려고 보니 시장의 유동성이 턱없이 부족했다. 거래량이 적어 원하는 가격에 환전하기 어렵다면 거래 시간 연장은 큰 의미가 없다. 역외 원화 거래를 엄격히 제한한 상태에서 국내 시장만 야간에 열어두는 방식의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