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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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89 건
대의민주주의 국가에서 벌어져서는 안될 일이 벌어졌다.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장시간 중단되는 파행이 빚어진 것이다. 유권자들은 이미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돼 후보별 득표 수준을 짐작할 수 있는 상황에서 투표에 임해야 했다. 일부는 장시간 대기를 할 여유가 되지 않아 투표를 포기하고 발길을 돌렸다. 단순히 수천 명이 투표에 불편을 겪은 해프닝으로 축소할 일이 아니다. 국민의 기본 권리인 참정권이 침해되고 자유선거 원칙이 훼손됐다. 선거제도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진 만큼 사후 조치도 이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이뤄져야 한다. 선관위는 행정 과실이라고 주장한다.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 투표용지를 전체 선거인 수의 50% 분량만 인쇄해 투표소에 비치했는데 일부 투표소에 예상치를 웃도는 유권자가 몰리면서 사달이 났다는 것이다.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투표 참여를 촉진해야 하는 법적 의무를 지닌 선관위가 상당수 유권자의 기권을 전제로 선거행정을 펼치고 있다는 것을 자인했다. 기관의 존재 이유를 부정한 셈이다. 독일 베를린에서 투표용지 부족사태로 선거 전체가 무효가 된 전례가 있는데도 경각심도 갖지 못했다는 것은 선관위의 안일함을 방증한다.
K바이오의 상반기 기술수출이 12조9100억원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현 추세대로라면 연간 최대 실적인 작년(2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다만, 중국 바이오기업과의 격차는 한층 더 확대됐다. 고강도 규제 혁신 없이는 중국 바이오기업과의 경쟁은 갈수록 힘들어질 전망이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은 최근 한 달에만 11조원규모의 기술수출 소식을 내놓았다. 한미약품은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에 단장증후군 치료제 소네페글루타이드를 1조9000억원에, 아리바이오는 경구용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7조원에 기술이전한다고 밝혔다. K바이오의 잇따른 기술수출은 좋은 뉴스다. 하지만, 중국 제약·바이오기업의 기술수출이 더 빠르게 증가한 사실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1분기에만 614억달러(92조원)를 기록했다. 중국 바이오기업의 행보도 더 거침없어졌다. 중국 바이오기업 이노벤트는 미국 화이자와 105억달러규모의 항암제 공동개발 계약을 맺었다.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연례학술회의에는 중국 아케소의 폐암 치료제가 핵심 발표 중 하나로 선정됐다.
지방선거라는 정치 이벤트가 막을 내렸다. 이제 정치권과 정부는 선거의 승패를 뒤로하고 한국 경제를 덮친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위기와 극심한 자산 양극화라는 난제 앞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3%대의 인플레이션이다. 중동 전쟁 여파로 석유류 가격이 24. 2% 폭등하면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년 2개월 만에 최고치인 3. 1%를 나타냈다. 이미 한국은행은 반도체 수출 등 경제 성장세가 강력하다며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한 상태다. 부동산시장은 매물 감소로 전·월셋값이 급등하자 세입자들이 집을 사면서 매매 가격까지 오르는 '트리플 강세'다.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나 부동산 차주와 서민층이 받게 될 충격을 흡수할 연착륙 대책이 필수적이다. 지속적인 고환율 역시 처방이 필요하다. 원·달러 환율은 12거래일 연속 1500원대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기록을 갈아치웠다. 5월 수출액이 역대 최대치인 877억5000만 달러로 '연간 수출 1조 달러'를 바라보지만 원화 가치는 거꾸로 가고 있다.
양대 노총 타워크레인 노조가 총파업 나흘 만에 임금 8% 인상 등에 합의하며 현장에 복귀했다. 이 파업으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크레인의 80%가 가동을 중단했다. 노조는 "삼성 공사 현장을 멈출 것"이라며 대놓고 국가 핵심 산업을 겨냥했다. 저가 수주 구조 개선을 관철하기 위해 국가 핵심 인프라를 압박 수단으로 삼은 셈이다. 문제는 이 '파업 성공 공식'이 건설 현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레미콘운송노조는 8일부터 반도체 공장이 밀집한 수도권 믹서트럭 전면 운행 중단을 예고했다. 건설업계는 레미콘 출하량이 IMF 외환위기 수준 이하로 급감할 만큼 생존 기로에 서 있다. 그럼에도 레미콘 노조는 당초 합의한 물가연동 2%대가 아닌 5~6%대 인상을 요구한다. 이러한 연쇄 파업 뒤에는 최근 시행된 '노란봉투법'이 자리하고 있다. 원청 사용자성 인정 범위가 확대되자 하청 노조가 원청을 압박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타워크레인 노조는 이 법을 지렛대로 최상단 발주자인 반도체 대기업을 볼모 삼아 공사를 멈춰 세웠다.
5월 수출이 877억달러로 또다시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반도체 수출이 AI(인공지능) 호황에 힘입어 폭증한 영향이다. 올해 한국이 세계 5대 무역 강국에 오르고 수출 '1조달러' 시대를 열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반도체 수출 급증에 따른 착시 현상과 자동차 등 다른 품목 수출 감소를 짚어봐야 한다. 반도체 수출은 169. 4% 급증한 371억달러를 기록하며 5월 수출액이 3개월 연속 800억달러를 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800억달러대 수출이 지속된다면 올해 1조달러 수출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1월 무역협회가 내놓은 수출액 전망치인 7110억달러를 크게 넘어선 규모로 수출이 예상외로 급증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하지만, 수출 현황을 자세히 살펴보면 안심할 수만은 없다.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 수출은 중동전쟁으로 인한 물류차질, 미국 관세 등에 따른 현지생산 확대 영향으로 5. 9% 줄었다. 석유화학 제품도 단가 상승으로 수출액은 소폭 늘었으나 내수 공급 우선으로 수출 물량은 25.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을 보유할 수 있는 '목표 비중'을 기존 14. 9%에서 20. 8%로 대폭 늘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코스피 급등을 감안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보유비중 한계에 따른 170조 ~ 180조원 안팎의 대규모 매도 사태 우려는 덜게 됐다. 그러나 전국민의 노후자금 재원을 주식 투자자에게 혜택이 집중되는 증시 안전판으로 동원한다는 지적이 불가피하게 됐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내놓은 '2027∼2031년 중기 자산배분안'을 보면 국내 주식 목표 비중 확대 외에 전략적 자산 배분 허용 범위도 한시적으로 넓혔다. 추가로 5%포인트까지 투자할 수 있도록 뒀던 '허용범위'를 비공개 원칙을 내세우며 더 확대한 것이다. 앞서 국민연금은 국내 증시 상승을 고려해 회의록을 2030년까지 공개하지 않겠다면서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 자산 재배분(리밸런싱)도 한시적으로 유예한 바 있다. 시장에서 기피하는 비공개 기조에 따른 불확실성이 쌓여가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주식비중 조정이 지난해 말 대통령의 매각 우려 언급(보건복지부 업무보고 당시) 이후 본격화됐을 정도로 독립성 침해 의심도 커진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주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는 공공재가 됐다"고 했다. 반도체 기업이 벌어들인 돈을 협력업체나 지역사회 등과 공유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회연대임금'을 제안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정부는 '대기업 이익 배분을 강요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명했지만 반도체나 기업 이윤이 '누구나 나눠 가질 수 있는 자원'처럼 취급될 경우 다양한 부작용이 우려된다. 공공재는 가로등이나 국방서비스처럼 한 사람의 소비가 다른 사람의 소비 가능성을 줄이지 않고, 비용을 지불하지 않은 사람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반도체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이같은 '비경합성'이나 '비배제성' 가운데 어느 것도 해당하지 않는다. 산업에 반도체가 필수적인 시대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반도체가 공공재가 될 수는 없다. 석유는 훨씬 오래 전부터 산업에 필수적이지만 우리는 석유를 공공재라고 하지 않는다. 김 장관은 반도체 산업의 성과가 세제 혜택과 국가 인프라 투입을 바탕으로 이뤄졌음을 강조하기 위해 공공재라는 표현을 사용했을 수 있다.
신현송 총재 취임 이후 처음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2. 50%로 8회 연속 동결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 0%에서 2. 6%로,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 2%에서 2. 7%로 상향하면서도 금리는 올리지 않았다. '반도체 특수'가 만들어낸 지표의 착시 효과 때문이다. 하지만 '연내 금리 인상'이라는 명확한 긴축 시그널을 보냈다. 1분기 실질 GDP가 1. 7% 깜짝 성장한 것은 반도체 덕분이다. 신 총재는 중동 전쟁이 올해 성장률을 0. 4%p 낮추겠지만 강력한 반도체 경기와 IT 수출 확대가 이를 0. 7%p 상쇄한다고 설명했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경제의 체감 온도는 여전히 싸늘하며 이러한 'K자형 양극화'가 한은이 섣불리 금리를 올리지 못한 핵심배경이다. 한은은 일부 IT 대기업 주도의 회복 국면에서 성장의 온기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고 진단했다. 신 총재는 최근 논란이 된 삼성전자 성과급과 관련해 "성과급 등 임금이 구매력 증가를 통해 수요를 늘리면 그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이 생길 수 있다"며 부작용을 경계했다.
오는 31일은 WHO(세계보건기구)가 정한 세계 금연의 날이다. 올해 주제는 '매력의 가면을 벗기고 니코틴·담배 중독에 맞서자(Unmasking the appeal - countering nicotine and tobacco addiction)이다. 담배와 니코틴 산업이 청소년들을 중독의 악순환에 빠지게 하기 위해 제품을 설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청소년들이 중독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하자는 취지다. 담배·니코틴 산업은 맛과 향, 형태, 디자인을 바꾸고 온라인 노출을 늘려 젊은층에게 접근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과일향 등을 첨가한 가향담배는 국내 전체 담배 시장의 절반을 차지한다. 또 궐련 판매량이 감소하는 것과 반대로 전자담배 판매량은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이는 청소년이 쉽게 흡연에 빠져들게 하는 요인이 된다. 2024년 청소년 건강패널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 흡연자 77. 3%가 처음 담배제품을 사용할 때 가향담배를 사용했다. 전반적인 청소년 흡연율이 최근 수년간 하락했지만 전자담배(액상형·궐련형) 사용률은 상승하는 추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독과점, 대기업 등의 대규모 위법행위와 복합 사건에 대한 조사를 위해 '중점조사기획단'을 출범시킨다. 비슷한 기능을 맡아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리며 10년간 이어졌던 조사국이 2005년 폐지된 뒤 21년 만에 부활된 것이다. 조사국은 없어진뒤 정권교체와 정부조직 재편이 있을때마다 다시 생긴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하지만 실행에 옮겨지지 못 하다 이번에 3개과를 밑에 두는 형태로 재설치된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조사기획단의 출범 의미에 대해 '난이도가 높은 중대 사건을 신속히 적발 시정하는 특수조직'이라며 "전국적인 소비자 피해 현안이 발생할 경우 사건 처리의 속도와 효과를 높이는 기동대 역할도 수행하겠다"고 26일 기자간담회에서 밝혔다. 신속한 처리와 대규모 인력 투입을 통한 특수한 접근을 강조한 것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로 한정하면 쿠팡의 정보유출 사태와 설탕, 밀가루 생산기업 등의 대규모 담합 적발 등이 신속 조사 대상으로 꼽힐만 하다. 공정위가 이처럼 의욕을 보이는 것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 내에서 담합과 약탈적 금융 등 민생 침해 행위를 강하게 우려하는 정서가 작동한다.
삼성전자 노사가 반도체(DS) 부문 영업이익의 10. 5%를 특별경영성과급으로 지급하는 안을 73. 7%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한국경제와 글로벌 공급망을 뒤흔들 파업 우려는 일단 가셨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갈등의 봉합이 아니라 노노 갈등과 주주 반발, 산업계 연쇄 파장을 예고하는 출발점이다. 우선 삼성전자의 내부 균열이다. 특별성과급 기준으로 DS 직원은 1인당 6억원 안팎을, 완제품 중심 DX 직원은 600만원 수준을 받게 된다. DX 부문이 중심인 '동행노조'는 효력정지 가처분과 무효 소송까지 검토중이다. 반도체 침체기에 투자를 떠받쳤음에도 보상 격차가 커지면서 한 회사 안에서 '한 지붕 두 가족' 구도가 굳어지는 형국이다. 주주들은 세금과 배당을 떼기 전에 영업이익에서 성과급을 먼저 떼는 방식이 자본 배분 원칙을 흔든다며 무효 소송과 위법행위 유지청구 가처분을 예고했다. 자사주 활용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성과급을 전액 자사주로 주려면 삼성전자는 3년간 상장 주식의 약 7. 6%인 4억4500만 주를 사들여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국무회의에서 미래 국방력의 핵심 전략자산인 핵추진 잠수함 도입에 속도를 내달라고 다시 주문했다. 정부는 대통령 주재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핵잠수함 개발 사업을 '장보고 N사업'으로 공식 명명하고, 2030년대 중반 1번함 진수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핵잠수함 개발 사업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준비와 자주국방의 일환으로 노무현 정부 이래로 추진됐다. 핵을 연료로 사용하는 핵잠수함은 사실상 무제한 잠항이 가능해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 중단 없이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유사시 은밀한 보복에도 나설수 있어 북한의 오판을 줄이는 동시에 대북 억지력을 극대화하는 비대칭 전력으로 평가받는다. 당장 이날도 북한은 서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수 발을 발사하는 등 올해만 8차례 도발을 감행한 점을 감안하면 핵잠수함 필요성이 더욱 커진다. 지난해 10월 말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핵잠수함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결단해달라"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도 핵잠수함 건조를 사실상 승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