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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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상 배임죄 폐지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배임죄가 남용돼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지적하고 2달 뒤 당정이 '경제형벌 합리화 방안'을 통해 형법상 배임죄 폐지 계획을 발표했지만 후속절차는 함흥차사다. 상법 개정안이나 사법개혁 3법을 통과시킬 때 보여준 속도감과 대조된다. 형법상 배임죄는 기업을 옥죄는 대표적인 규제다. 구성 요건이 불명확해 경영 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형사절차로 끌고 가는 사례가 빈번하다. 사적 이해관계를 해결하기 위해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것이다. 배임죄는 사건화가 됐지만 경찰 단계에서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검찰에 불송치한 비율이 2023년 70. 9%에 이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전체범죄 불송치 비율 24. 3%나 재산범죄 불송치 비율 28. 0%를 크게 앞선다. 지난해 상법 개정으로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이 주주로 확대돼 앞으로 배임죄 남발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수사 끝에 불기소되거나 재판에서 무죄가 확정돼도 형사 리스크에 노출돼 있는 수년 동안 기업인들은 이미지가 실추되고 경영활동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러·우전쟁에 이어 이란전쟁에서도 드론이 전쟁 판세를 좌우하는 핵심 전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란이 자체 개발한 자폭드론 '샤헤드-136'으로 미군 기지와 중동 전역의 주요 목표물을 타격하자 미군과 중동 국가들은 미국산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로 드론 요격에 나섰다. 패트리엇 미사일이 이란의 자폭드론을 90% 이상 격추하고 있지만, 문제는 패트리엇 미사일 가격이 자폭드론 가격보다 200배가량 비싸다는 점이다. 한정된 자원이 투입되는 전쟁에서는 누가 더 오래 버티느냐가 중요하다. 저비용 드론으로 공격하는 이란이 고비용 방공망을 가진 미국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는 것이다. 이같은 강점 때문에 미국도 샤헤드-136을 분해 후 역설계해 제작한 자폭드론 '루카스'를 이란 공격에 투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드론작전사령부(드론사) 해체 수순에 들어간 건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일이다. 2022년 12월 북한 무인기가 당시 대통령실 인근을 침범했다. 지금도 불시에 북한 무인기가 청와대 상공에 진입할 수 있는 위협은 여전하다.
3월 국회가 5일부터 열린다. 3일 끝난 2월 국회는 일명 사법3법과 행정구역 통합 특별법 선별처리를 두고 필리버스터와 일방의 퇴장 속 표결 등 여야의 갈등으로 얼룩졌다. 회기내 최대 현안으로 경제계의 절박한 호소가 이어졌던 대미투자특별법은 처리되지 못 했고 대외 변수는 복잡해졌다. 대미투자특별법안은 한·미 관세 협상 타결에 따라 약정한 2000억 달러의 대미 투자, 1500억 달러의 조선협력 투자를 지원하는 내용으로 여야 모두 입법 필요성에는 공감한 상태다. 하지만 2월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사법 3법' 처리에 집중했고 국민의힘은 여당의 행태를 문제삼으며 입법에 소극적이었다. 그사이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재인상 위협을 가했고 대법원의 기존 관세 무효화 이후 추가관세가 부과되는 등 혼란이 극심해졌다. 2월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타격 이후로는 글로벌 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 등 경제6단체는 3일 대미투자특별법 입법 촉구 긴급 호소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대구·경북 행정통합특별법 처리를 두고 여야가 갈등하는 상황에서 국회 상황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발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까지 치솟았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행 중이던 2009년 3월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가 현실화하면서 국제유가는 배럴당 80달러를 웃돌고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 시설에 대한 폭격 소식에 유럽 가스 가격이 하루 만에 46% 치솟는 등 에너지 위기가 현실화했다. 여기에 지난 3일 하루에만 외국인 투자자가 코스피 시장에서 5조원 넘게 순매도하는 등 달러 수요가 폭발했다. 한국 경제가 원유 수급 상황에 민감하다는 점이 원화 취약성을 키운 것은 분명하다. 당국으로서도 대외 요인에 따른 환율 상승이라는 이유로 24시간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것 외에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그간 당국이 사실상 용인한 고환율 상황에서 환율 상승이 추가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통화·외환당국은 지난해 말부터 환율이 1400원대 후반으로 치솟자 개인투자자와 연기금의 해외 주식투자, 수출기업들의 환전 유보를 이유로 거론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27일 이른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의 원·하청 교섭 절차 매뉴얼에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흘 전 내놓았던 시행령과 해석지침의 원칙을 뒤집은 것이다. 이 자체가 논란거리이며, 상당한 혼란도 불가피하다. 노동부는 당초 '교섭 단일화의 틀을 유지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교섭창구 단일화 철폐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하자 번복했다. 이는 '교섭대표노동조합'을 명시하도록 한 노조법(제29조의2)에 위배된다. 법보다 매뉴얼이 상위가 되는 셈인데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입법 취지를 더 잘 살리는 길"이라고 했다. 이대로라면 원청 사용자는 각각의 원·하청 노동조합 등 최소 2개의 노조와 교섭해야 한다. 하청노조 간에도 교섭단위 분리가 가능하므로 원청 사용자는 하청노조와 '무한교섭'에 노출된다. 원·하청 노조간, 하청·하청 노조 간의 이해타산이 다를 경우 교섭 난이도는 높아지고, 노노 갈등도 벌어질 수 있다. 자동차·조선 등은 업종 특성상 수천 개의 하청업체가 있어 교섭단위 쪼개기가 성행할 경우 상시적인 노사협상에 기업역량을 소모해야 한다.
정부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대주주 지분을 15~20%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가상자산 거래소를 공공 인프라로 보고 특정 주주의 소유지배를 막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규제일뿐더러 민간기업의 지배구조 개편을 강제하는 것이어서 재산권 보장이라는 헌법 가치 침해 논란까지 일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 창업 생태계에 악영향이 우려된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는 2013년 한국비트코인거래소가 설립된 것이 시초다. 이후 코인원과 업비트, 빗썸이 출범하고 많은 부침이 있었다. 결국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한 치열한 경쟁 끝에 현재의 구도가 형성됐다. 만약 창업 시점에 자신의 지분이 강제로 축소될 것을 예상했다면 그만큼의 열의를 갖고 투자해 회사를 키울 수 있었을까. 민간기업 소유구조를 강제하는 선례가 생기면 모험자본도 위축될 게 뻔하다. 유망 스타트업이라면 규제리스크가 덜한 해외로 거점을 옮기는 게 합리적일 수 있다. 국내 1위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대주주의 결단을 바탕으로 네이버와 합병해 글로벌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1분기 중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한다. 태양광 발전량이 많은 낮 시간대 요금은 낮추고, 저녁·밤 시간대 요금은 높이는 게 골자다. 송전 비용을 반영한 지역별 차등 요금제도 도입한다. 전자는 재생에너지 소비 확대와 전력 수요 분산, 후자는 지역균형발전이 목적이다. 기후부는 대부분 기업에 인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24시간 공정 가동이 필수인 철강·석유화학 등 에너지 집약적 업종은 지역별 인하 혜택(5~15% 수준)보다 야간 요금 인상에 따른 원가 상승폭이 더 클 수 있다. 반도체 업종도 공정 특성상 낮 요금 인하에 맞춰 조업을 집중하기 어렵고 수도권 할증으로 부담이 더 커진다. 기업들은 지난 3년 동안 산업용 전기요금이 약 76% 급등함에 따라 전면적인 인하를 요구해 왔다. 상대적으로 원가가 낮은 산업용 전력이 원가가 높은 주택용 전력의 적자를 보전하는 구조를 바로 잡아 달라는 것이다. 기업들은 국제유가 등락에 따른 연료비연동제라도 지켜지기를 바라지만 기후에너지부는 한전 적자 등을 들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이란 사태로 국제유가가 출렁이고 있다. 서부 텍사스유(WTI)와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지난해 이스라엘이 이란을 타격했을 때 이후 8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중동 지역 불안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지만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3%에 달하는 우리로서는 에너지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하면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급등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해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자 소비자물가는 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급하게 상승했다. 이란 사태가 추가 전개 없이 봉합되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 이번 사태는 국제 질서가 물리적 힘의 논리로 재편됐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특히 앞서 국가수반이 축출된 베네수엘라와 마찬가지로 이란은 주요 산유국이다. 글로벌 석유 공급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에너지 안보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음을 인식하고 석유 수입을 다변화하고 에너지 자립 정책에 힘을 주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반도체 산업이 우리 경제에 기여하는 정도나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확산 속도를 볼 때 우리 산업의 전력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