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AP/뉴시스]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 공군기지 나래마루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취재진에 인사하고 있다. 2025.10.30.](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5/11/2025110307532389871_1.jpg)
"미국은 9월29일 발표한 '수출통제 50% 침투 규정' 시행을 1년간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중국은 10월9일 발표한 (희토류 등) 수출통제 조치의 시행을 1년간 중단한다."
지난달 30일 한국 경주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후 중국 상무부가 내놓은 양국 합의사항이다. 이는 양국이 무엇을 주고받을지에 대한 전문가들과 언론의 해석 전반을 뒤흔들어놨다. 미국의 고율 관세로 촉발된 양국 갈등에 중국이 미국의 '목줄'인 희토류 통제조치를 내놓자 미국이 다시 100% 추가관세로 맞서면서 서로 물러설 곳이 없는 가운데 정상회담이 진행됐단 게 중론이었다. 즉, 양국 정상간 합의는 '희토류'와 '100% 추가관세'를 서로 양보하는 구도로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고 정제된 정부 발표를 통해 확인된 점은 그게 아니었다. 중국이 희토류를 지렛대로 미국과 딜을 한 것은 수출통제 50% 침투규정이었다.
이 규정은 수출통제 대상 기업이 지분의 절반 이상을 가진 자회사까지 규제하도록 하는 조치다. 중국 기업 본사가 해외 자회사를 통해 각종 기술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는 효과를 낸다. 이전에는 미국의 수출통제 대상인 화웨이 같은 기업이 자회사를 만든 뒤 미국의 제재를 우회해 기술을 수입할 수 있었다. 중국 입장에서 미국의 해당 규정은 일종의 기술통제 조치인 셈이다. 미국의 규정 발효 효과는 즉각 나왔다. 중국 원타이커지(이하 원타이)가 인수한 네덜란드 전력반도체 회사 '넥스페리아'가 현지에서 자산동결 처분을 받았다. 넥스페리아를 발판으로 유럽 기업은 물론 삼성전자와 애플, 테슬라와 접점을 만들게 된 원타이와 중국으로선 뼈아픈 일이었다.
돌이켜보면 중국은 원천기술이 목줄이란 신호를 꾸준히 보내고 있었다. 미국의 △EUV(극자외선)장비 수출 차단 △EDA(반도체 설계자동화) 소프트웨어 수출 차단 △AI(인공지능)·훈련칩·API(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 통제 조치가 취해진 2020~2024년 중국 최고지도부의 노선을 반영한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책이론지 치우스(求是)는 '핵심기술은 여전히 우리의 급소이며 살수도, 구걸할 수도 없다'(2021년), '핵심기술을 정복하지 못하면 국가의 급소가 된다. 이 난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2023년)고 지적했다. 20년간 축적한 공대 인적자원과 응용통합 능력을 발판으로 딥시크와 휴머노이드로봇(인간형로봇)을 통해 성과를 내지만 아직 원천기술 확보엔 한계가 있단 게 중국 지도층 판단인 셈이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 직전 중국이 발표한 '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엔 이 같은 지도부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겼다. △반도체 전공정 국산화 △AI 기술 국산화 △항공우주, 위성항법 기술 국산화를 중점 추진해 '과학기술 자립'을 다음 5년간 달성하겠단 게 중국의 목표다. 결국 중국이 경주에서 희토류를 통해 얻어간 건 이 같은 과학기술 자립을 추진할 '시간'이다. 중국은 미국이 수출통제 50% 침투 규정 시행을 1년간 미룬 동안 다양한 경로로 원천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동안 미국도 희토류 자립을 추진하는 한편 중국의 과학기술 자립 속도를 최대한 늦추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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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앞으로 1년간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이번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기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 핵추진 잠수함의 미국 건조를 승인했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2단계 협상의 조속한 추진과 AI 산업 협력을 제시했다. 미중 모두에게 우리의 경제·안보상 가치가 작지 않단 점을 미루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동시에 우리가 이 같은 양쪽의 제안 가운데 어떤 식으로든 선택을 내려야 할 순간에 직면할 수 있단 점을 시사한다. 우리로선 1년간 우리의 가치를 발판으로 미중 사이에 전개될 각축전을 분석해 현명한 선택을 할 기회를 얻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