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는 '정의의 여신상'이라는 게 있다. 왼손에는 법전을 오른손에는 엄정한 판결을 상징하는 저울이 들려있다.
신임 검사 임용 때 낭독하는 '검사선서'에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겠다"는 다짐이 있다.
취업을 위해 성적표를 스캔한 뒤 일부 과목의 성적을 조작한 사법연수원생과 신림동 고시학원에서 불법 강의를 한 연수원생들이 적발됐다. 불법강의를 한 A씨는 연수원 사상 처음으로 4.3점 만점을 받아 공동수석 자격으로 대법원장상을 받을 예정이었다.
사법연수원은 성적을 조작한 연수원생에게 정직 3월을, 불법 강의한 2명에게는 정직 1월의 징계를 결정했다.
사시 합격자 1000명 시대에서 예비 법조인들의 행복은 곧 연수원 성적순이다. 연수원에서의 2년간 성적이 판검사 임용과 대형 로펌 취직 등 진로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된지 오래고 불황의 여파로 경쟁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한다.
법조인으로 새출발 해야 하는 이들의 위법행위는 '법 집행자'에 대한 불신으로 연결된다. 스스로 지키지 않는 법을 타인에게 적용, 기소를 하고 판결을 내린다면 납득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성적증명서를 함부로 고쳐 회사에 제출한 행위는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다. 형법 230조는 '공문서등의 부정행사'조항에서 "공무원 또는 공무소의 문서 등을 부정하게 행사한 자는 2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 500만원 이상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법연수원생은 영리활동을 할 수 없는 국가공무원법의 적용을 받는 별정직 5급 공무원 신분으로 돈을 받고 하는 강의 역시 위법하다.
사법연수원은 이들에 대한 정직 처분이 '중징계'라고 밝혔다. 하지만 "스캔한 문서는 형법상 문서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형사고발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다른 종이를 올려놓은 뒤 스캔을 할 경우 문서 위조로 볼 수 없다는 게 대법원 판례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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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조작행위가 '형법상 문서의 죄'에는 해당되지 않을지언정 이들의 행위를 적법하다고 인식하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엄정한 판결'을 내려야하고 '공익의 대표자'가 돼야 할 사람들이기에 더욱 그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