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를 금기시하는 국가의 박해를 피해 한국에 온 무슬림이 법무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난민 신분을 인정받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정형식 부장판사)는 파키스탄인 C씨가 법무부를 상대로 낸 난민인정 불허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파키스탄 형법은 동성애자를 징역형 및 벌금형 등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실제로 동성애자들이 추방, 태형, 체포 등을 당하고 있다"며 "C씨는 난민협약에서 말하는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C씨는 지난 1983~1996년까지 변호사로 활동하는 등 파키스탄에서 경제적 자립이 가능했지만 동성애로 인해 위협을 받았고, 이를 피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며 "C씨가 파키스탄으로 강제 송환되면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박해를 받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판단했다.
C씨는 1996년 12월 한국에 입국해 불법체류 하던 중 지난해 1월 정부 단속에 적발됐다. 이후 C씨는 "동성애자에 대한 파키스탄 정부의 박해를 피해 한국에 입국했기 때문에 난민 지위가 인정돼야 한다"며 난민인정 신청을 했지만 법무부가 이를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한편 이슬람 신자가 전체 인구의 97%를 차지하는 파키스탄에선 동성애를 교리에 반하는 것으로 금기시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2007년 5월 파키스탄 라호르 고등법원은 성전환수술로 여성에서 남성이 된 남편과 그의 아내에 대해 성별을 속여 결혼한 혐의로 각각 징역 3년을 선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