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어느 동성애자의 성탄 선물

[기자수첩]어느 동성애자의 성탄 선물

김성현 기자
2010.01.07 08:39

성탄절은 종교적 현인인 아기 예수가 태어난 날이다. 하지만 성탄절은 그런 종교적 의미를 떠나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시작하는 우리 모두가 서로를 축복하는 축제라 할 만하다.

특히 한국에서 성탄 전야는 모든 젊은 연인들의 축일(祝日)이 된 지 오래다. 성탄절이 교인들만의 기념일이 아니라 연인들의 축일일 수 있고 모두의 축제일 수 있는 것은 바로 예수의 소박한 가르침 덕분이다. '모두를 사랑하라'는 관용과 화해, '박애'의 가르침 말이다. 그 가르침은 물론 특정 종교의 창시자로서가 아니라 인간적인 현자의 모습으로서이다.

지난 연말 크리스마스 이브. 연인들의 사랑으로 넘쳐나던 그날, 성적 정체성 때문에 핍박받던 한 외국인이 초조한 마음으로 법정에 서 있었다.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수년간 모국에서 살해 협박을 당했던 파키스탄인 A씨는 자유를 찾아 1996년 한국에 왔다. 미등록 이주 노동자 신세로 숨어살던 A씨는 지난해 1월 불법체류자 단속에 적발됐다. 그는 강제송환을 피하기 위해 난민신청을 냈지만 법무부로부터 기각당하자 법원의 문을 두드렸고 법원은 A씨를 외면하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정형식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24일 A씨가 법무부를 상대로 낸 난민 인정 불허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파키스탄 형법이 동성애자를 최고 종신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A씨가 현지 율법에 따라 사형에까지 처해질 수 있는 점, 파키스탄에서 동성애를 이유로 체포된 적이 있다는 점 등에 비춰 난민의 요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는 동성애자의 난민 지위를 인정한 첫 사례로 의미가 적지 않은 판결이다. 동성애는 개인의 성적 지향의 문제이지만 동성애자들은 알게 모르게 종교적, 사회적 이유로 금지와 차별의 대상이 돼왔던 게 우리의 현실이다. 동성애자를 차별하지 못하도록 차별금지법 제정 등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여야할 것이다.

따지고 보면 동성애 뿐 아니라 인종, 국적, 장애, 신념 등으로 우리 사회에서 차별받는 소수자들이 적지 않다. 이는 타인의 '다름'과 '차이'를 낯설어하고 멀리하는 우리 사회의 협소한 현실 인식 탓이다. A씨가 받은 '성탄 선물'이 '소수자'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이방인'을 '환대'하며, '주변인'의 슬픔에 '공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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