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 증언으로 본 '천안함 사건' 재구성

생존자 증언으로 본 '천안함 사건' 재구성

김성현 기자
2010.04.07 16:14

천안함 승조원들은 침몰 직전까지도 이상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 음파탐지기에도 특별한 신호는 감지되지 않았다. 평온한 하루였다. 작전관 박연수 대위는 "특이사항이 있었다면 당직사관인 나에게 즉시 보고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때 함미 쪽 끝부분 후타실에서는 장병 5명이 운동을 하고 있었다. 병기장 오성탁 상사는 "사고 1시간30분 전 나도 운동을 했는데 항상 같이 운동하던 동료들이어서 더 안타깝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허순행 상사는 9시14분 전화로 임신한 아내의 건강 상태를 물었다. 딸에게는 "엄마가 임신해서 많이 힘드니까 잘 도와주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평온은 일순간 깨졌다. 지하 2층 격실에서 업무보고를 준비하던 오 상사는 '꽝'하는 소리와 함께 자신의 몸이 붕 뜨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강력한 폭발음이었다.

천안함 침몰사고 생존 장병들이 사건 발생 13일만인 7일 ↑ 오전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천안함 침몰 당시 상황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천안함 침몰사고 생존 장병들이 사건 발생 13일만인 7일 ↑ 오전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천안함 침몰 당시 상황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충격에 정신을 잃고 쓰러졌던 오 상사가 눈을 떴을 때는 배가 90도 가량 기울어져 있었다. 책상이 망가져 문이 열리지 않았다. 오 상사는 문득 가족 생각이 났다. 반드시 살아남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널려진 집기들을 힘겹게 헤치고 겨우 외부로 빠져나왔다.

이 무렵 김수길 상사는 침실에 있었다. 잠자리에 드는 순간 갑자기 '쿵'하는 소리가 났다. 3~5초가 흘렀을까, 이번에는 '꽝' 소리가 났다. 5~7분 후 김 상사는 외부 소화호스를 타고 탈출했다. 함미는 이미 물속에 가라앉은 상태였다.

상황보고는 포술장 김광보 중위가 가장 먼저 했다. 김 중위는 "갑판에 올라와서 휴대전화기로 함대 지휘통제실에 전화했다"며 "너무 정신이 없어서 부대 교환대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전원이 갑자기 꺼졌고 함장실 문도 잠겨버렸다. 승조원들은 사력을 다해 문을 열어젖히고 최원일 함장을 구했다. 김덕원 소령은 남은 인원을 파악했고, 최 함장은 "적이 올지 모르니 모두 머리를 숙이고 있으라"고 지시했다.

그렇게 애 태우며 한참을 기다렸을까. 장병들은 저 멀리서 들어오는 해경정을 발견하고 안도했다. 이들이 구조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함수는 물 속으로 자취를 감춰버렸다.

생존자 중 물기둥을 발견한 사람은 없었다. 김 상사는 "야간이 되면 적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등화관제를 한다"며 "항해등만 켜고 항해하기 때문에 물기둥은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화약 냄새도 없었다. 오 상사는 "화염이 있었다면 화약 냄새가 진동했겠지만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