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박연수 소방방재청장
국가재난관리 총괄기관인 소방방재청을 이끌고 있는 박연수 청장의 기본 업무방침은 '작동하는 행정'이다. 성과가 도출되도록 업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주무관청에서 현장과 동떨어진 페이퍼워크(사무적인 업무)는 탁상공론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박 청장의 생각이다. 그래서 항상 현장을 들여다보고 움직일 것을 강조한다.
민원인과의 '맞장토론회', 현장 민원발굴 등은 모두 현장 중심 행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물놀이 사고 예방을 위해 모든 사망사고 발생 지역에 안전요원을 배치한 것도 현장과 성과중심 행정과 맞닿아 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이후 강한 추진력과 실천력으로 소방방재 행정의 질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는 박 청장을 만나 소방방재청의 변화 방향과 재난예방 대책 등을 들어봤다.

-지난해 10월 취임 이후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분야는 무엇입니까.
▶우선 업무 기조를 바꿨습니다. 그동안 소방방재 정책의 기조는 사후 수습에 있었습니다. 청장이 되고 나서는 원천적 저감, 즉 사전예방에 역점을 뒀습니다. 정책의 질적인 변화입니다.
또 '쓸데없는 일은 하지 말자'고 직원들에게 강조했습니다. 일은 작동이 돼야 합니다. 모든 업무를 '작동되는 데' 맞추도록 했습니다. 실제 일이 작동되고 성과가 발휘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후수습보다 예방에 중점을 둔다고 했지만 재난관리에서 예방은 어렵지 않나.
▶환경의 변화 때문에 예방이 중요합니다. '100년만의 폭우, 100년만의 폭설' 등 기후변화에 따라 돌발적인 자연재해가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기후변화에 깊숙하게 들어와 있습니다.
수십층 건물이 즐비하고 지하에는 하루에 수만 명의 사람들이 다니는 쇼핑몰이 생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전예방이 필수입니다. 특히 인위적 사고에는 전조가 있습니다. 전조를 시스템적으로 잡아내서 분석하고 사전에 대응하는 체제를 도입했습니다.
-재난전조정보 관리 제도를 소개한다면.
▶재난이 발생하기 전에는 여러 번의 사소한 안전사고나 위험을 미리 알리는 전조가 있기 마련입니다. 지자체나 언론, 민원 등을 통해 재난전보정보를 수집한 다음에 매주 열리는 '재난전조정보 분석회의'를 통해 대비책을 마련해 재난을 예방하려는 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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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총 20회의 분석회의를 열어 수집된 자료 520건 중 전조정보 443건에 대해 분석과 안전조치를 시행했습니다.
인천 남동구와 경기 시흥시 간 의견이 엇갈려 방치되던 소래철교를 재난전조정보 관리를 통해 지난 2월 11일 통행금지 조치를 취했습니다. 보름 후인 2월 26일 철교 교대부분 일부가 붕괴돼 발생 가능한 인명피해를 사전에 막을 수 있었습니다.
화재예방도 마찬가지입니다. 올해를 화재저감 원년의 해로 선포했습니다. 지금까지 지난해 평균 사망자 수의 34%를 줄였습니다. 올해 목표는 10%를 줄이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화재장비와 전술과 작전 등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습니다.
-업무방향이 '3쾌 전략'에 집약돼 있다고 하는데 소개한다면.
▶소방방재의 전문성과 경쟁력 등 내부 역량 강화를 위한 전략입니다. '명쾌'는 명쾌한 비전과 정책 만들기입니다. 국민 관점에서 조직 비전과 목표를 공유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체계화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유쾌'는 유쾌한 행정방식과 효율성 창출입니다. 불필요한 일은 버리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효율성을 제고하자는 것입니다. '상쾌'는 상쾌한 생활과 조직문화 강화입니다. 화합과 소통에 기반한 창의문화를 구축하고 업무와 성과 중심의 실용문화를 강화한다는 의미입니다. '맞장토론회'도 이 '3쾌 전략'과 맞닿아 있습니다.
-'맞장토론회'를 소개한다면
▶소방방재청에는 민원이 많이 들어옵니다. 민원이 들어오면 직원들은 민원 내용을 검토해보고 안된다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민원인은 대부분 불만을 가집니다. 그러면 또 다시 같은 내용으로 민원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민원을 해결해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되든 안되든 명확한 결론을 내주자는 것입니다. 민원인과 민원 담당 직원, 배심원을 앉혀놓고 청장 주재로 끝장토론을 하자고 했습니다. 배심원들은 기자들이나 교수들도 있고 일반 시민들도 있습니다. 최종 결론은 청장이 내립니다. 분기나 반기에 한 차례 정도 이 토론회를 열고 있습니다.
민원은 우리가 먼저 나서서 현장에서 발굴하기도 합니다. 민원이 대부분 규제완환에 과한 것들인데, 이제껏 많은 규제를 완화했지만 국민들은 '규제완화를 하긴 뭘 했어'라고 합니다. 체감규제가 완화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규제완화 담당하는 팀에 요구를 했습니다. 직원이 직접 돌아다니면서 대화를 해보라고 지시를 내렸습니다. 그랬더니 현장에서 많은 것들이 발견됐습니다. 해당부서에 연결을 해주라고 해서 연결된 것들이 많습니다.

-민방위 훈련이 실질적인 내용으로 바뀐다고 하는데.
▶'천안함 피격 사건'을 이후 본질적인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전쟁이란 재난에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이제는 정예 민방위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민방위 교육장을 바꿨습니다. 일방적인 교육장을 쌍방향 실습장으로 바꿨습니다.
심폐소생술 교육이라면 심폐소생을 실습해보고 제대로 배워가도록 만들었습니다. 하나만 잘 배워가도 죽어가는 가족을 살릴 수 있는 것입니다. 일, 이년 차는 실습 위주의 교육을 받도록 했고 나머지 2년은 훈련이나 재난 복구에 참여해볼 수 있는 기회도 주고 있습니다. 재밌게 제대로 배울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입니다.
-올해는 소방방재 국제행사가 많이 열린다고 하는데 어떤 것들이 있는지요.
▶제4차 'UN 재해경감 아시아 각료회의(AMCDRR)'가 오는 10월 말 인천 송도에서 열립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대규모 피해 저감을 위해 국제 공동의 문제해결과 상호협력 체제 구축을 위해 아시아 태평양 약 62개국 장관과 UN기구 대표 등 약 800여명이 참석합니다.
호주에 세계 사무국이 있는데 올해는 우리가 행사를 주관합니다. 또 국가간 소방정보 교류를 통한 소방의 국제화와 선진화에 기여하기 위해 11회 '세계소방관 경기대회'가 오는 8월 말 대구에서 열립니다.
60개국 1만여명이 참가해 총 75개 종목에서 운동경기를 펼칩니다. 같은 달 대구에서는 '아시아소방기관장' 회의도 열립니다. 22개국 2개 지역 500여 명이 참가해 '세계재난환경 변화화 소방의 역할'을 논의합니다.
-물놀이 안전사고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는데.
▶최근 3년간 물놀이 안전사고 평균 사망자 수(122명)를 절반으로 줄이고자 합니다. 지난해는 성공했습니다. 재작년에 물놀이 사고가 발생한 666개소에서 현장을 지켰더니 사망자가 68명으로 절반이 줄었습니다. 올해도 60명 선으로 막자고 합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안전요원을 뒀던 666개소에서는 3명이 죽었습니다. 기동력이 좋아져서인지 인적이 드문 곳에서 사고가 발생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올해는 730개소를 안전요원을 둘 계획입니다. 지역공동체일자리 사업과 연계시키고 119소방순환구조대도 참여합니다.
이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수해나 화재보다 가장 단시간에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것이 물놀이 안전사고입니다. 두 달간 122명씩 죽으면 전쟁입니다. 그래서 무조건 막자고 했습니다. 주변에서는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방법을 찾으면 된다고 했습니다.
우선 담당 공무원 수를 반으로 줄이라고 했습니다. 공무원이 많다보면 면피만 하려고 합니다. 방재하라고 내리는 공문은 반으로 줄이고 현장을 지키게 했습니다. 또 물놀이 사고는 기본적으로 지방자치단체 소관입니다. 지방에 협조를 요청했더니 예산이 없다고 했습니다. '왜 돈을 내냐'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획예산처에서 2억원 받고 행안부에서 특교세 10억원을 마련하고 지자체에서 50%를 내도록 했습니다.
-여름철 풍수해 대비 등 국민들에게 당부할 말씀은 무엇인지요.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태풍도 한반도에 2~3개 정도 지나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저지대 침수와 도로유실 등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여름 장마, 태풍, 집중호우 시 기상청 일기예보와 시군청과 소방서 등 재해관련 일선시관의 통제에 잘 따라주어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협조해주길 바랍니다. 재난은 항상 내 주변과 주위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지고 안전관리에 최선을 다해주길 당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