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고수를 찾아서]류용호 김앤장 부동산 전문 변호사
- 사건발생하면 무조건 현장체험..국제 조사단의 조사결과 뒤집어
- 2005년부터 부동산변호사 변신..국내 최강 김앤장건설팀 이끌어

활주로를 이륙한 뒤 3000피트 상공까지 날아오른 비행기의 조종사석에 류용호(42·사진) 김앤장 변호사가 탑승해 있다. 조종사들이 상승하던 비행기의 핸들을 있는 힘껏 밀어 급강하를 시도한다. 기체 바닥에 있던 먼지가 솟구쳐 오르며 조종사석을 가득 메웠다. 류 변호사의 몸도 역중력을 견디지 못하고 치솟았다.
이 아찔한 실험은 1999년 4월 중국 상하이에서 발생한 화물항공기 추락사건의 원인을 밝혀내기 위한 것이었다. 상하이 홍차오 국제공항에서 이륙한 화물기는 3분 만에 인근 주택가에 추락하면서 48명의 사상자를 냈다.
국제합동조사단이 발표한 사고원인은 조종사가 미터와 피트의 고도단위를 혼동해 급강하를 시도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의한 항공기 사고'가 발생한 경우 면허를 취소하도록 한 항공법 129조에 근거해 해당 항공사의 인천-상하이 전세화물노선 면허를 취소했다.
항공사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지만 1심 법원은 국제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그대로 인용, 패소 판결했다. 항소심 소송을 대리한 류 변호사는 기체결함에 따른 사고였다는 항공사 측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조종석에 올랐고 전투기가 아닌 항공기에서 조종사가 비행기를 급강하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실험 결과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결국 항소심 법원은 1년여에 걸친 심리 끝에 2004년 류 변호사의 실험 결과를 받아들여 항공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항공법 129조를 적용할 근거가 완전히 입증되지 않았고 기체결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면허취소 처분은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국제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법정에서 뒤집은 국내 최초의 사례였다.
◇개척자 정신으로 몸을 던지다
"사건이 발생하면 무조건 현장을 체험해봐야 한다는 것이 제 소신입니다. 진실을 밝혀내려면 몸을 아껴서는 안 되죠. 비행기 실험에 나서면서 법리 논쟁도 중요하지만 법원을 상대로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부분을 설득시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새삼 깨닫게 됐습니다."

비행기 추락사고 소송은 류 변호사가 전문 분야를 찾아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그는 민사·행정·형사·공정거래 등의 법률 수요가 많은 건설 분야에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판단, 2005년 김앤장에 건설팀을 꾸리고 부동산 전문 변호사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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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송도, 청라지구 등 대형 프로젝트파이낸스(PF) 사업 자문을 비롯해 건설사 인수 과정에서 '차입매수'(LBO:회사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 경영권을 인수하는 방식)의 배임죄 성립 여부를 둘러싼 분쟁 사건을 담당했다. 지난해에는 시화호 조력발전소 건설 컨소시엄 내부에서 발생한 대형 건설사간의 분담금 분쟁을 해결했다.
입찰참가자 자격제한과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과 관련해 소송 단계가 아닌 행정절차 단계부터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그가 건설 분야에 뛰어들기 전까지 행정청에 의견서를 제출하거나 청문회에 출석하는 변호사는 거의 없었다.
행정공무원조차도 변호사가 행정절차에 출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던 때였다. 류 변호사는 "행정공무원 혹은 행정청을 상대로 한 법률서비스는 대형 로펌 가운데 김앤장이 최초"라고 설명했다.
법관 출신의 변호사가 경찰과 검찰의 수사단계에서 피의자 조사에 입회하는 것을 꺼리는 관행을 깬 것도 그였다. 류 변호사는 "수사단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피의자를 방어해 사실과 법률관계를 파악해야 한다"며 "변호사라는 직역의 범위는 제한이 없다"고 말했다.
◇"공공관리자제도, 시공사 선정 절차 법률로 구체화해야"
주요 재개발 및 재건축 관련 법률분쟁은 다른 소송에 비해 당사자가 다수인데다 금액도 커 우리나라 시장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 하지만 도시정비법을 둘러싼 분쟁이 잦아 그에 따른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재개발과 재건축 과정에서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1일부터 공공관리자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류 변호사는 "공공관리자제도는 시공사 선정 절차 및 기준을 상당 부분 조례에 맡기고 있는데 이는 상위법에 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재개발·재건축 법령 개정에 따른 용적률, 평형배정, 공사비 증감으로 인해 조합원간 갈등이 발생한 경우 동의율을 규정한 명확한 지침이 없어 법원의 판결에 의존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다 보면 개발이 중단되는 사태가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류 변호사는 소수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다수의 재산권 침해를 감수하는 현실에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재건축이 소송으로 비화하고 사업에 제동이 걸리면 결국 다른 조합원이 그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재건축 결의 단계에서의 요건을 갖췄다면 이후의 문제는 합리적인 기준에서 다수의 재산을 보호해주는 것이 주택정책에도 도움이 된다"며 "재건축조합과 건설사업, 나아가 국가경제까지 망라하는 큰 그림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해외건설 역량강화 나선다
류 변호사는 김앤장 건설팀을 명실상부한 국내 최강 팀으로 성장시켰다. 변호사 30여명과 회계사, 세무사, 건축공학 변리사가 포진해 건설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종합 서비스를 제공한다. 류 변호사의 눈은 이제 세계로 향해 있다.
해외로 진출한 건설사들의 법률 자문 업무를 영미의 대형 로펌들에 내주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그는 중동과 아시아, 남미의 법령을 연구하며 지난해부터 직접 현지로 날아가 스킨십을 확대하고 있다.
류 변호사는 "두바이와 아부다비 등지에서 우리 건설사들이 겪는 법률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해외 업무를 늘려나가고 있다"며 "외국 법령 연구를 집대성해 해외로 진출하면 우리 건설사들의 역량이 강화될 뿐 아니라 국익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