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고수를 찾아서]법무법인 화우 전오영 변호사
- 전자상품권 인지세 폐지로 유명세…사회 트렌드 조기 대응 주효
- "조세는 개인부터 대기업까지 두터운 수요…명확한 기준이 중요"
지난 4월 대한변호사협회는 소속 변호사들의 전문 분야를 조사했다. 개인별로 두 가지씩 전문 분야를 수집한 결과, 전통적인 인기 분야였던 민사나 형사, 행정 등을 제치고 조세 분야가 1위를 차지했다.
조세 분야가 법률시장의 블루오션으로 인식되면서 변호사 업계의 판도가 변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국내외적으로 조세법규가 까다로워지고 있는데다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증가하면서 조세 분야의 법률 수요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조세법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조세 전문 변호사로 맹활약하고 있는 법무법인 화우의 전오영(47·사법고시 27회·사진) 변호사는 "조세 분야는 일반 개인에서부터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수요층이 매우 두텁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라며 "조세법은 한 나라와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도록 하는 윤활유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법복 벗고 전문변호사의 길로 들어서다
전 변호사가 조세 분야에 첫 발을 들인 것은 지난 2002년이었다. 10년 동안 판사 생활을 해온 전 변호사를 전문 변호사로 탈바꿈시킨 인물은 국내에서 1세대 조세법 전문가로 통하는 화우의 임승순 변호사다.
전 변호사는 "화우의 전신인 화백에서 근무할 당시인 2002년 우방과 합병 작업을 진행하다 화백 측 협상 대표를 맡아 실무를 처리하게 됐다"며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를 처리하다 우연히 조세 분야를 접하게 된 이후 남다른 매력을 느껴 전문변호사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이든, 개인이든 아무리 좋은 상품과 전략을 갖고 있더라도 조세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며 "한 나라와 사회도 얼마나 세금 문제를 잘 다루느냐가 흥망성쇠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자상품권은 화폐로 봐야"…인지세 부과 취소 이끌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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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3년 정부는 전자화폐에 대해서도 소득공제를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세원투명성 제고 실천 방안을 발표했다. 당시만 해도 전자화폐가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됨에도 불구하고 신용카드나 직불카드에 적용되는 소득공제 혜택을 받지 못했다.
관련 업계를 중심으로 조세법이 산업계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일었고 정부는 이 같은 지적을 받아들여 관련 규정을 바꿨다. 전 변호사는 조세법이 이처럼 수시로 일어나는 변화에 매우 민감한 법규라고 설명한다.
전 변호사는 "조세 변호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의 트렌드를 읽어내고 대응하는 능력"이라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절대 성공을 거둘 수 없다"고 조언했다. 전 변호사의 능력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6년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A카드사의 인지세 부과취소 청구소송이었다.
당시 정부는 A카드사에서 발행하는 전자상품권을 기존의 종이상품권과 유사한 것으로 간주해 인지세를 부과했다. 전 변호사는 "전자상품권은 이미 화폐와 같은 효력을 발휘하고 있는데 화폐에 세금을 부과하면 화폐의 가치를 직접적으로 떨어뜨리게 된다"는 논리로 맞서 승소 판결을 이끌어냈고 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조세법은 사회의 윤활유 역할 해야…세법 정비 시급"
전 변호사는 조세법을 '사회의 윤활유'라고 표현했다. 전 변호사는 "세금은 어떤 특정 분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회시스템 전반과 모두 연관돼 있다"며 "제대로 된 세금 정책과 규정이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전 변호사는 세법이 산업계의 변화를 능동적으로 반영하지 못해 기업의 발전을 저해한 사례로 한 항공사의 소송을 예로 들었다. 국내 B항공사는 IMF를 겪으면서 가격이 비싼 대형항공기를 '운용리스'로 빌려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당시만 해도 비행기 수명이 다할 때까지 빌리는 '금융리스'와는 달리 필요에 따라 빌려 쓰는 '운용리스'의 개념이 생소했다.
B항공사는 '금융리스'에 근거한 과세 당국의 취득세 과세가 지나치다고 보고 과세관청에 세금환급을 청구했고 전 변호사가 사건을 맡았다. 전 변호사는 "B항공사가 비행기를 구매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리스를 했을 뿐"이라며 과세 관청을 논리적으로 설득했고 결국 과세관청은 전 변호사의 논리를 받아들여 세금을 환급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결정은 금융권에서 자금을 대출받아 자산을 매입하는 기존의 '금융리스'가 아닌 '운용리스'란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한 첫 결정으로 회자되고 있으며 이 결정을 반영해 입법 당국은 관련 법률을 개정했다.
전 변호사는 "기업 활동에 세법이 방해가 돼서는 안 된다"며 "모호하고 현실에 맞지 않는 세법을 찾아 개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물론 '조변석개(朝變夕改)'식의 잦은 개정도 문제지만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반드시 바로잡아야한다"며 "다만 누더기식의 땜질 개정이 돼서는 절대 안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 변호사는 "정도를 걸으려면 기준이 명확해야 하고 기준이 불명확한 상태에서 누구에게도 정도를 걸으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며 "세금을 부과할 때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과세기준을 명확히 설정해 예측가능성을 높이려는 당국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음이 따뜻한 변호사가 성공한다"
전 변호사는 훌륭한 변호사가 갖춰야할 첫 번째 덕목으로 '인간미'를 꼽았다. 법리적으로 전문성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뢰인에 대한 인간적인 배려가 성공적인 변론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역설했다.
"변호사 사무실을 찾는 의뢰인들은 기본적으로 상처 입은 영혼들입니다. 그들의 문제를 기계적으로 혹은 법리적으로만 해결하려 하기보다 좀 더 인간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변호사 스스로가 고민해야 합니다."
현재 전 변호사가 이끌고 있는 화우의 조세팀은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파트너 변호사 4명을 포함해 모두 14명의 전문가들로 진용이 갖춰져 있다. 전 변호사는 무엇보다 조세 분야의 역량 강화를 위해 금융과 공정거래를 비롯한 유관 분야의 전문지식을 늘리는데 힘을 쏟고 있다.
이와 함께 전 변호사는 세계적인 조세 전문 출판사인 'CCH'에 국내 세법에 관한 최신 정보들을 소개하는 일도 하고 있다. 그는 이 같은 노력 덕분으로 2008년 12월 한 언론사가 선정한 '차세대를 이끌 법조인 10인'에 선정되는 등 관련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 조세 전문 변호사 2세대의 선두주자로 굳건히 자리매김한 그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