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위 김영목 대표 인터뷰 "인화학교 사건, 사회적 책임도 있어"

[뉴스1=고유선 기자] 영화 '도가니' 배경이 된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인화학교 성폭력 대책위' 김영목 대표는 27일 뉴스1과 가진 전화인터뷰를 통해 "인화학교 성폭력은 가해자들의 잘못이 크지만 더 넓게 봐서는 사회구조적 책임도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장애인사회복지단체 설립자를 비롯한 그 가족들이 이사로 참여할 수 있는 현재 상황이라면 서로 암묵적인 동의 아래 인화학교와 같은 사건은 또다시 일어날 수 있고 만약 사건이 발각돼도 조직적인 은폐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인화학교 성폭력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2005년 이전에도 피해학생들이 담임교사나 학생부장, 시설관계자들에게 피해사실 이야기를 했지만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대책위 자체조사 결과 조직적인 은폐시도가 있었다는 게 확인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2005년 당시 인화재단이사회 이사 5명이 모두 재단 설립자와 관계가 있었던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그 면면을 들여다보면 교장의 초등학교 동창, 행정실장의 옛 직장상사, 퇴직경찰 등 설립자와 관계된 사람들이었다.
재단 산하 인화학교, 인화원, 장애인보호작업장, 장애인근로시설 등 운영에도 모두 설립자의 큰아들, 둘째아들, 처조카, 동서 등이 관여하고 있어 문제가 일어나도 쉽게 감출 수 있는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사회복지법인과 특수학교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보장하고 운영실태를 감시할 수 있도록 현행 사회복지사업법은 개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가 주장하는 사회복지사업법은 이미 노무현 정부 때 정부 발의로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까지 했지만 당시 사회복지법인들의 저항이 너무 커 개정되지 못한 채 유야무야 끝났다는 것이다.
또 족벌경영 문제 이외에도 "아동·장애인 성폭력에 대한 양형조정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동성폭력범죄의 경우 현재보다 더 무거운 처벌을 내려야 하고 장애인성폭력사건을 다룰 때는 청각장애인의 항거불능상태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청각장애인은 귀만 안 들릴 뿐이지 신체는 건강하기 때문에 재판부는 성폭력사건 발생 당시 청각장애인이 가해자에게 충분히 반항할 수 있는 상태라고 인정해 버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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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청각장애인들은 귀가 들리지 않아 소리를 질러 적극적으로 주위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태"라며 "이같은 어려움을 고려해 성폭력사건 당시 청각장애인들의 항거불능상태를 인정하고 성폭력 사범들에 대한 양형을 가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법적ㆍ제도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인화학교같은 사례는 반복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영화를 보고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의 에너지가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동력으로 작용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인화학교 성폭력대책위가 다음 아고라에서 '인화학교 재수사' 청원운동을 벌인지 이틀만에 3만4000명이 서명을 한데 대해 "이런 폭발적인 반응이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영화가 갖는 힘과 미디어의 영향력이 어떤 것인지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 동일한 범죄에 대해 거듭 처벌할 수 없다는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 원칙에 따라 이미 인화학교 사건 가해자로 6명이 재판을 받았고 일부는 실형까지 살았는데 재수사가 가능하겠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대책위 자체조사에 의하면 국가인권위원회 조사라든지 법원 형사재판에서 제외된 사건이 더 있다"며 "이 사람들의 사건을 가지고 재수사를 벌이는 것은 일사부재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당시 피해아동들의 근황에 대해서는 "모든 아이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심각한 피해를 입은 아이들은 성인이 됐음에도 대인기피 양상을 보이는 등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아이들이 영화 도가니가 상영된 이후부터 부쩍 긴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위에서 영화를 본 사람들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걱정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 대표는 "대책위 차원에서 심리치료프로그램을 진행했지만 어린 나이에 큰 상처를 입은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기엔 역부족이었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사실 사건이 알려지고 난 뒤 인화학원 재단 측은 대책위 활동가와 구청 행정직원이 함께 모인 자리에서 피해아동들에게 물리적ㆍ심리적치료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재단은 지금까지 한 번도 약속을 이행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는 영화에 알려지지 않은 뒷 이야기도 전했다.
사건이 알려지고 난 뒤 갈 곳이 없었던 피해자들이 인화학교로 돌아가자 사건 가해자들이 피해아동들에게 "말하지 마라, 죽인다"등의 협박을 했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학교 선배들 가운데 재단 측과 가까운 일부 학생들이 피해자들을 집단폭행한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영화를 보며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의 무게감과 압박감을 받았다는 김 대표는 "우리 아이들(피해아동들)을 제외한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며 "특히 인화학교 관련 교사나 사회복지 보육사들이 꼭 이 영화를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재 인화학교에는 사건 당시에도 재직 중이었던 교감과 학생부장, 특수교사가 출근을 계속하고 있다.
김용목 대표는 인화학교 성폭력대책위 대표이며 장애아동재활치료와 선교활동을 벌이는 실로암사람들의 대표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