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억들여 복원한 폐허? '日군 관사' 수년째 방치

11억들여 복원한 폐허? '日군 관사' 수년째 방치

배소진 서진욱 기자
2012.02.16 17:45

문화재청 권고로 日장교 관사 복원했지만 문화재 지정 나지 않자 마포구청 "나몰라"

문화재청의 권고로 지방자치단체가 10억원 이상을 들여 복원한 '일본군 관사'가 관리소홀로 몇 년째 방치되고 있다.

서울시 산하 기관인 SH공사까지 동원돼 해방 전 일본군 장교 숙소를 '문화재' 측면에서 복원했지만 '지정 문화재 등록' 문제를 구실로 마포구청과 문화재청이 힘겨루기를 하는 동안 흉물로 변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日 황군 관사' 복원 했지만 점점 폐허로…

서울 마포구 상암동 상암2지구 아파트단지 인근에 위치한 부엉이근린공원. 공원 왼쪽 끝에는 일제시대 때 일본군 장교 숙소로 쓰인 목조건물 2채가 있다. 문화재청의 권고로 SH공사가 2010년 9월 복원 완료한 일본군 관사(숙소)다.

월드컵파크아파트 10단지 입구에 위치한 일본군 관사는 대위급 숙소(98.8㎡), 소위·중위급 숙소(75.3㎡) 2개 동으로 이뤄졌다. 숙소 사이에는 당시 모습의 방공호가 있고, 허벅지 높이의 나무울타리는 관사를 둘러싸고 있다.

문화재청은 2006년 상암 2지구 개발 중 발견된 1930년대 일본식 목조건물 22채에 대해 "일본군 관사마을이 역사적 보존가치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관할구청인 마포구청에 2채를 개발지구 내 근린공원지구로 이전·복원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복원된 지 1년 6개월이 지난 현재 일본군 관사는 모든 문이 잠긴 채 방치돼 있다.

관사 왼쪽 쪽문을 통해 출입은 가능했으나 숙소의 문에는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바깥쪽 유리창문 역시 열리지 않았다. 안쪽 창문에는 창호지가 발라져 내부를 볼 수 없다.

곳곳에 설치된 안내도는 오랜 시간 관리가 되지 않아 먼지가 쌓여 있었다. 한쪽 구석에 놓인 소화기는 오랫동안 방치돼온 듯 색이 바랬다.

건물 앞쪽에는 안내문이 세워져 있지만 허리 높이까지 자란 잡초들 탓에 글귀를 읽기조차 어려웠다. 사실상 완공 이후부터 전혀 관리되지 않은 채 폐가처럼 방치돼 있었던 셈이다.

건물 외벽에는 폐쇄회로티브이(CCTV)촬영을 알리는 안내판이 여기저기 붙어있지만 관리인이 눈에 띄지 않았다. 완공 직후에는 관리사무소를 만들고 관리인을 상주시켰지만 현재는 아무도 없는 상태다.

인근 주민 A씨(70)는 "운영한 적이 없다"며 "그냥 저 상태로 방치된 지 1년은 넘은 것 같다"고 했다.

◇ "이럴 거면 뭐 하러 복원했나" 주민들 불만↑

주민들은 "일본군 관사를 문화재라고 복원한 것도 문제지만 이후에 관리를 하지 않는 영문도 모르겠다"며 강한 불만을 표했다.

상암동에 거주하는 권모씨(80)는 "처음 건물이 완공된 후 일본군 관사라는 사실을 알고 관리사무소에 찾아가 항의하기도 했다"며 "일제시대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중앙청 건물도 헐어버린 마당에 일본군 장교가 살았던 건물이 무슨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권씨는 "관리조차 되지 않는 탓에 밤에 건물을 지나칠 때면 음산한 분위기도 든다"며 "교육상으로도 미관상으로도 좋지 않다. 빨리 헐어버렸으면 좋겠다"고 불만스러워했다.

송도훈씨(21)도 "주거지역에 사실상 폐허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방치돼 있는 것이 보기 좋지 않다"며 "개방해서 주민 쉼터로 쓰거나 헐어버리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 마포구청 "문화재청이 문화재지정 안 해줘서…"

관할 마포구청은 현재 일본군 관사 건물을 무인경비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사는 당시 상암2지구 재개발을 맡았던 SH공사가 약 11억원을 들여 조성했다. SH공사는 완공 3개월 뒤인 2010년 12월 마포구청에 기부체납 형식으로 소유권을 이전했다.

근린공원 조성 당시 마포구청은 문화재 승인을 받을 것을 염두해 두고 요금소를 지을 계획도 세웠다. 관사에서 당시 생활상을 알리는 전시회도 개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문화재청의 문화재 승인이 늦어지면서 구청도 관리를 미루고 있다는 해석이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2010년 12월13일 문화재청에 문화재 등록을 신청했는데 지금까지 감감 무소식"이라며 "문화재청에서 시민들의 부정적 반응을 고려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화재청에 몇 차례 진행상황을 물었으나 아무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문화재 등록이 완료돼야 정상 운영할 수 있다"고 했다. 또 그는 "등록이 안된다면 구청에서 관리는 하겠지만 어떻게 '처리'할 지는 다시 결정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문화재는 기념할 것과 기억할 것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일본군 관사는 일제시대의 아픈 기억을 잊지 말자는 의미를 갖는다"며 복원결정은 '잘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황소장은 "마포구청이 문화재 등록이 안됐다는 이유로 관사를 방치해서는 안된다"며 "구청 자체적으로 일본군의 만행을 알리는 전시회를 여는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문화재청 근대문화재관 관계자는 문화재 등록신청 지연에 대해 "2012년말까지 실시되는 군부대 근대건축시설물 일제조사 완류 후 종합적으로 전체 조사대상물의 가치평가를 실시한 후에 등록검토를 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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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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