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토막살인' 경찰 대처 감찰해보니…"총체적 엉터리"

'수원토막살인' 경찰 대처 감찰해보니…"총체적 엉터리"

뉴스1 제공
2012.04.09 10:44

(수원=뉴스1) 전성무 기자= 수원 20대 여성 토막살인사건을 계기로경찰 위상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112신고센터의 상황대처 능력, 일선경찰서의 허술한 탐문조사, 지휘라인의 보고체계까지 모두 엉터리였다.

경기지방경찰청은 8일 감찰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경찰의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해 사죄하며 수원중부경찰서장 등 관련자 10명을 엄중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경찰 몇 명의 문책만으로 끝날 단순한 일이 아니다. 긴급상황 발생시 이용하는 112신고센터의 허술하고 부실한 대응과 이후 조치들이낱낱이 드러나면서 제2, 제3의 피해자가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국민들에게 심어줬기 때문이다.

조현오 경찰청장이 112신고센터를 개편하겠다며 긴급 진화에 나섰지만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이번 사건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철저히 분석해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12신고센터부터 문제였다

1일 오후 10시50분께 피해자 A(28여)씨의 신고내용을 접수한 경기청 통합 112신고센터는 A씨가 “지동초등학교 좀 지나서 못골놀이터 전의 집인데요, 성폭행 당하고 있어요”라며 다급하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구조요청을 해왔다.

하지만 전화를 받은 센터 근무자는신고자의 위치와 주소,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구요?" 라는 한심한 질문을 반복 질문했다.

신고접수 직원이 지령요원에게 전달하는 112범죄신고 접수처리표에 범행 장소를 특정할 수 있는 ‘집 안에 있다’는 내용을 빠뜨렸다.

신고를 접수한 112신고센터는 ‘성폭행, 못골놀이터 가기 전 지동초등학교 쪽, 긴급출동’, ‘지동초등학교,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 정확한 위치는 모르겠다’는내용을 일선 경찰에 전파했다.

사건 당일 112신고센터 지령을 받고 현장에 출동했던 수원중부서의 한 형사는 “자세한 위치를 전해받은 건 우리도 몇 시간이 지난 뒤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1차 신고 접수자가 이 같은 오류를 범하고 있었음에도 당일 112신고센터 4팀장은 이를 수정보완하는 조치를 하지 않았다.

112신고센터는 첫 신고 접수 44초 후 약 6분50초가량 센터 근무자들이 모두 통화내용을 들을 수 있는 긴급공청을 실시했다.

7분36초 동안 이어졌던 A씨의 구조요청과 비명은 112신고센터 내 근무자 20여명에게 실시간으로 전해졌다.

근무자 20여명이 단체로 A씨의 절규를 들으면서도 상황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경찰서에 대한 외부 공청은 사건 처리 지장 등이 우려된다며 실시하지 않았다.

◇현장 탐문도 엉터리…순찰차에서 졸기도

A씨의 신고 내용중 '집 안'이라는 핵심 단어를 놓친 112신고센터의 초기대응 실패로 인한 여파는 컸다. 현장 탐문조는 사건 현장과 1km나 떨어진 못골초등학교 주변을 헤매며 헛발질을 했다.

사건 당일 오후 10시51분께 112신고센터의 최초 출동 지령이 내려졌다. 사건 직후 경찰은 강력팀 형사 35명을 투입했다고 했으나 나중에 거짓말로 밝혀지면서 곤욕을 치러야 했다.

112신고센터 첫 지령후3분 이내에 순찰차 2대(4명), 형사기동대 1개 팀(5명) 등 총 9명이 출동했다.

9분 이내에 순찰차 5대와 형사기동대 1개 팀이 추가돼 총 16명만이 현장을 헤매고 다녔다.

이들은 도로와 학교운동장 위주의 수색을 실시했을 뿐 A씨가 신고한 지동초등학교 인근 주택가에 대한 집중 탐문과 수색활동에 소홀했다.

경찰은 늦은 시각 주민들이 잠에 깰 것이 걱정돼 현관문이나 창문에 귀를 대고 사람 소리가 들리는지를 확인하는 '귀동냥' 탐문수사를 벌였다. 이번 사건을 경찰이 얼마나 안이하게 대응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경찰의 출동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를 울리고 주택가 문을 일일이 두드리는 적극적인 탐문을 벌였다면 살인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사건 당일 유족들은 순찰차를 타고 현장 주변을 돌아다녔지만 일부 경찰관들은 순찰은 제껴놓고 순찰차 안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지휘라인보고체계 엉망진창

현장을 지휘하고 통제해야할 현장 감독자들은 안이한 대응으로 일관했고, 경기청 수뇌부들은 수 일이 지나서야 이 같은 내용을 보고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수원중부서 상황관리관은 1일 오후 10시51분께 경기청 112신고센터러부터 ‘CODE-1', 성폭행 진행중’이라는 지령을 듣고도 단순 성폭행으로 판단했다. 추가 경력 배치는 물론, 서장에게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서장은 다음날 아침에서야 사건을 보고 받았다.

수원중부서 형사과장 역시 이날 오후 11시41분께 강력7팀장으로부터 사건 발생 보고를 받고도 단순 성폭행 사건으로 인식했다. 현장 추가 배치 등 상황 대처를 하지 않고 집에서 대기하다가 사건 발생 10시간이 지난 다음날 오전 9시10분에서야 현장에 나왔다.

수원중부서 동부파출소 순찰1팀장은 ‘CODE-1’ 지령과 함께 현장 임장 및 지휘 지침에도 불구하고 소 내 근무로 지정 돼 있다는 이유로 나가지 않았다. 파출소장에게는 보고조차 되지 않았다.

서천호 경기경찰청장은 피해여성의 112녹취록이 7분36초 동안 이어졌다는 사실을 사건발생 6일이 지나서야 보고를 받았다.

피해자의 신고 통화 시간이 15초, 1분20초, 4분 등으로 계속 바뀐 것도 경찰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린 요인으로 지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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