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준비한 자료에서 10분의 1도 안 나왔어요"
지난 19일 열린 서울고등법원 및 산하 11개 지방법원 국정감사가 끝난 뒤 한 법조 관계자가 내놓은 말이다. 국정감사가 그만큼 치밀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서울고법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8일 헌법재판소를 시작으로 2주간 이어진 법사위 국감은 피감기관에 대한 감사가 아닌 대선 후보들을 겨냥한 정치공방으로 얼룩졌다.
이번 국감의 주된 화두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둘러싼 정수장학회 논란이었다. 민주당은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부일장학회의 설립자 고 김지태씨의 재산헌납이 강압에 의한 것이라며 날선 공세를 펼쳤다. 이들은 김씨의 유족들이 정수장학회를 상대로 낸 주식양도 청구소송에서 강압을 인정하면서도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원고 패소판결 한 1심 선고를 두고 법조인들의 해명을 재차 요구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서울고법과 법무부, 대법원에 이르기까지 국감 기간 내내 정수장학회에 대한 판결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특히 지난 21일 있었던 박 후보의 입장표명에 대해 "판결문을 읽어보지도 않고 기자회견을 했다"며 박 후보를 향한 활시위를 더욱 단단히 당겼다.
새누리당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문재인 민당 후보의 부산저축은행 청탁의혹으로 맞대응했다. 지난 2003년 민정수석이었던 문 후보가 금감원 간부에게 청탁 전화를 걸어 대량인출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했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문 후보가 대표로 있었던 법무법인 부산이 부당하게 수임료를 챙겼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질문에 대한 대답은 뒤로한 채 여야가 번갈아 가며 상대 후보의 약점을 폭로하는 모양새였다. 서로 자신들의 주장만을 펼치며 고성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국감은 정회로 치닫기도 했다.
올해 법사위 국감은 대선 후보들을 겨눈 정치공세에 가려 최근 이슈로 떠오른 성폭력 범죄 등 주요 현안에 대한 비판은 자취를 감췄다. 대통령 선거를 두 달 여 앞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1년에 한 번 열리는 국감이 정치국감으로 변질돼선 안 된다. 준비된 자료를 제대로 감사받지 못했다는 법조 관계자의 말이 씁쓸하게 들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