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3루에서 주루사한 사모님?

[기자수첩]3루에서 주루사한 사모님?

김훈남 기자
2013.03.05 18:35

 "무사 3루에서 주루사했구먼."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앞둔 한 법관의 부인이 숨졌다는 부고에 한 법조인이 씁쓸하게 내뱉은 말이다. 판사 남편을 뒷바라지하다 변호사 부인이 되기 직전 생을 달리했으니 득점을 앞두고 아웃처리된 주자와 다름없다는 것이다.

 우리 법조계의 어두운 그림자인 '전관예우' 현실을 단적으로 엿볼 수 있는 말이다. 판·검사로 재직한 뒤 변호사로 활동하면 사법연수원 수료 직후 변호사로 활동해온 동기보다 높은 수익을 보장받는다. "그동안 못 번 돈을 전관 '약발'이 다 되기 전에 벌 수 있다"는 말도 공공연히 들린다.

 공직시절 인맥, 학연, 지연을 이용한 변론은 차치하더라도 전관 변호사가 강점을 보이는 것은 '경험'이다. 사건선임계를 내지 않고 인맥을 통해 변호하는 '전화변론' 외에도 전관 변호사에게 이점이 있다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판사와 검사 재직 당시 숱한 사건을 처리하며 쌓은 경험을 토대로 시의적절한 변호가 가능하다는 것. 한 현직 판사는 "전관 변호사는 판결이 나오는 과정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재판 과정에서 필요한 주장을 적시에 한다"고 설명한다.

 공직자로 일하며 얻은 경험이 고스란히 전관 변호사의 밑천이 된다는 것이다. 의뢰인 역시 이 같은 경험과 인맥을 사기 위해 보다 많은 돈을 지급한다. 결과적으로 개인 혹은 특정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법률전문가를 국민의 세금으로 길러내는 셈이다. 이는 법조계를 제외한 세무·금융·경제 등 정부 각 부처의 공직자 출신에게도 해당된다.

특히 화려한 전관예우를 받고 로펌에 입사한 일부 공직자는 정부와 기업의 사건을 따오는 '로비스트' 일까지 마다않는다고 한다.

 국가가 퇴임한 공직자의 경제활동까지 규제할 수 없음에도 전관예우를 비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들이 받는 대우가 스스로 길러낸 능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조각 과정에서 장관 후보자들의 '전관' 경력이 잇따라 도마에 올랐다. '전관 내각'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국가의 품에서 길러낸 전문가가 전관예우를 받고 그들이 다시 각 부처의 수장이 되는 악순환을 끊어내지 못한 현 정부가 새 시대를 열지 의문이 생기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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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남 기자

안녕하세요. 정치부 김훈남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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