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인사가 만사라는데…

[기자수첩]인사가 만사라는데…

김훈남 기자
2013.03.24 17:01

 지난달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직에서 사퇴한 이동흡 전 헌법재판관 파문을 필두로 헌재는 유례없는 '인사 수난'을 겪고 있다. 이 전재판관이 수십여가지 의혹에 연루돼 낙마하고 소장 권한대행이던 송두환 재판관마저 22일 퇴임하며 헌재는 사실상 '식물' 상태가 됐다.

 법무부와 검찰도 만만찮다. 새정부 첫 차관에 임명된 김학의 차관이 시행업자 성접대 의혹에 거론되며 임명 6일만에 자리를 내놨고 검찰은 지난해 12월 검란 사태로 물러난 한상대 전 검찰총장의 자리를 아직도 채우지 못했다.

 김 차관의 성접대 의혹에 대한 수사결과는 차치하더라도 차관 인선 직전 김 차관에 대한 풍문이 떠돌았던 점을 감안하면 청와대의 성급한 인선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김 차관을 추천한 현 정부 실세에 대한 책임론마저 불거졌다고 한다.

 정치권은 물론 법무부와 검찰 내부에서도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심하고 있다. 그나마 차기 검찰총장으로 지명된 채동욱 서울고검장에 대한 정치권의 평가가 무난하다는 게 위안이라면 위안일 정도다.

 비교적 무풍지대에 속했던 사법부 역시 이번 인사 수난을 피해가지 못했다. 청와대는 지난 21일 신임 헌법재판관 후보로 조용호 서울고법원장과 서기석 서울중앙지법원장을 내정했다. 1·2심 재판을 진행하는 전국 최대 법원의 수장 2명이 동시에 헌법재판관에 내정된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다.

 게다가 두 사람은 지난달 초 현직을 맡은 뒤 불과 35일만에 자리를 옮기게 돼 "청와대가 사법부의 인사 체계를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한 중간급 간부는 이같은 인사 수난 사태를 두고 "대선을 치른 지 3개월쯤 됐는데 마치 3년은 지난 것 같다"며 피로감을 털어놨다.

 '인사가 만사다'라는 말은 모든 조직에 통용되는 말이다. 이를 바꿔 말하면 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정부는 모든 일에 낙제점을 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지난해 대선기간 동안 '법치'를 강조한 박근혜 정부의 잇따른 법조계 인선 실패는 출범이후 한 달 동안 성적표에 낙제점을 줄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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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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