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는 컴퓨터도 쓰지 말고 차도 타지 마라" (ID 의사만세)
"양백(의사)은 왜 김치, 쌀밥 먹고 사냐? 소시지, 햄버거만 먹고 살아라" (ID 양백척결)
의사들이 "한의사는 현대문물을 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면, 한의사들이 "의사들은 전통식품 대신 서양음식만 먹으라"는 대꾸가 올라오는 식이다. '한의약법'을 대표 발의한 김정록 새누리당 의원 홈페이지의 모습이다.
지난달 20일 법안 발의 이후 김 의원실 홈페이지에는 의사와 한의사 간 비방글이 1000개 넘게 올라왔다. 논리 없이 서로를 비난하는 글이 대부분이다.
'한의약법'은 한의학과 한약을 단독으로 관리할 수 있는 법안이다. 현행 의료법 체계는 양방 위주로 돼 의사와 한의사의 의료행위를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웠다. 이를 고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법안에는 한의사가 방사선 진단 장비를 사용하고 천연물 신약을 처방토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기존 의료법에는 명백한 규정이 없어 의사-한의사 간 마찰이 계속됐던 사안이다.
하지만 직능 간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갈등의 골은 점차 깊어지고 있다. 그리고 본질에서 벗어나 감정싸움으로 흐르고 있다.
한 한의사는 "과거 한의사들이 청진기를 사용한다고 했을 때 의사들이 고소고발 했지만 지금 청진기 사용을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며 "돈 안 되는 것은 써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한 의사는 "한의사들이 장사가 안되니까 학문적 근거도 없는 의사 흉내내기를 하고 있다"며 "진단을 뚫어주면 또 다른 형태로 침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사와 한의사 면허 일원화를 주장하며 공청회를 계획하던 한 의사단체는 사안이 불거지자 부랴부랴 공청회를 잠정 연기하고 비판 성명을 냈다. 한 의료 커뮤니티에는 한의대에서 강의하는 교수들에게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감정 섞인 밥그릇 싸움을 하느라 정작 아플 때 의료진들에게 몸을 내맡기는 국민들은 안중에 없는 듯하다. 이들의 갈등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적잖은 피로를 느끼고 있다. 한편의 막장드라마 같은 다툼으로 의료계가 국민의 신뢰를 잃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