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제노동절 제123주년…'근로자의 날' 제정된 지 반세기지만 '갈 길' 멀어

5월1일 근로자의 날(노동절)이 법정휴일로 지정된 지 50년 가까이 되지만 '노동자'에 대한 애매한 법규정 탓에 '실질적 노동자'에까지 혜택이 돌아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화물운송사업자나 구성작가를 비롯한 특수고용직 근무자 등도 노동권이 있지만 법률상 적용이 배제돼 '실제로는 노동자이지만 노동자가 아닌 것'이 현실. 전문가들은 직업 유형에 관계없이 '실질적 노동자'에게는 노동절의 법정휴일권을 부여하는 등 법률 개정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일하는 것은 분명 노동자인데…'법 개정 필요증가'
업무는 노동자와 흡사하지만 노동자가 아닌 직업군. 계약에 따라 정해진 일을 수행하는 이른바 '특수고용직노동자'다. 법적으로는 노동자가 아닌 사업자나 자유계약으로 이뤄진 고용관계로 현행법으로는 규정하기 어려운 실질적 노동자로 분류된다.
개인화물운송사업자 김모씨(57)는 특수고용직노동자다. 김씨는 운수회사와 개인 사업자로 계약하고 짐을 실어준 뒤 받은 운임 가운데 일부는 회사에 수수료로 지불한다. 그러나 법률상 개인사업자로 취급돼 근로기준법 등 사회보장법 적용대상이 아니다.
김씨는 스스로를 노동자가 아닌 '사업자'로 여긴다. 김씨는 "이제껏 십여년 넘게 화물사업자로 일했지만 일하는 날 기준은 짐을 싣는 날이고 쉬는 날은 짐이 없는 날"이라며 "노동절에는 한 번도 쉬어본 적이 없는데 그날이 쉬는 날이냐"고 반문했다.
지상파 방송국 구성작가 진모씨(27)는 매주 한 번씩 돌아오는 방송 녹화를 기준으로 쉬는 날과 일하는 날이 나뉜다. 방송국과 따로 계약하지 않고 업계 관행대로 급여를 받고 방송을 제작한다. 진씨에게 노동절은 평일일 뿐이다.
진씨는 "구성작가는 어느 곳에도 얽매이지 않은 자유고용관계로 원하는 만큼 일하고 방송 일정에 맞춰 일하고 쉬는 구조"라며 "노동절은 말할 것도 없고 명절과 휴일 등을 지키는 것도 쉽지 않아 내부에서 팀별로 일정을 조정한다"고 말했다.
산업방식이 세분화되면서 특수고용직노동자 등 과거와 다른 형태의 노동자가 증가하지만 정확한 통계조차 찾기 어렵다.
김유선 한국노동연구소장이 발표한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에서 비정규직노동자는 지난해 3월 기준 837만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시간제근로노동자 170만2000명 △호출근로노동자 84만7000명 △특수고용직노동자 58만4000명 등으로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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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배 순천향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정부가 외국처럼 노동조합법에 근로자 정의조항을 삭제해 직업유형과 관계없이 노동권을 보장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독일은 직업 유형에 관계없이 포괄적으로 유사근로자로 지정해 큰 틀에서 노동자 개념을 지정했다"며 "우리나라도 궁극적으로 헌법상 기본 노동인권정신에 입각해 모든 노동자가 노동권을 보장받을 제도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법정휴일 적용되는 노동자도 "눈치보여서…"
특수고용직 노동자 뿐 아니라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는 노동자들도 '근로자의 날'이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회사 눈치에 '자발성'을 앞세워 달력에 빨간 날이 아닌 노동절에 배짱 좋게 쉴 수는 없는 노릇.
C그룹 직원 김모씨(28)는 지난 몇 주간 주말에 몇번씩 출근할 정도로 업무강도가 고됐다. 회사에서는 근로자의 날에는 휴일이라고 언급했지만 여전히 마음 한 구석이 불안한 상태. 김씨는 "평소 야근은 기본이고 매주 주말마다 출근할 정도로 일이 밀려들어서 괴롭다"며 "이번 노동절만이라도 반드시 쉬어야하는데 불안하다"고 말했다.
A보험회사 직원 이모씨(29)도 노동절에 쉬어야하지만 향방은 불투명하다. 물론 이 회사도 휴일로 공고했지만 이씨는 '자발적으로' 회사에 나갈지도 모른다. 이씨 직속 팀장은 잔여근무가 필요한 직원은 근무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권유했다.
그러나 이씨는 "회사 상황을 봐서 눈치 상 어쩔 수 없으니까 휴일이어도 근무하러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부칙을 제외하고 단 한줄짜리 법률인 '근로자의날제정에관한법률'에서는 5월1일을 근로자의 날로 하고 이 날을 "근로기준법"에 의한 유급휴일로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법률상으로는 근로자의 날 근무시 휴일근로수당(근로기준법 56조·통상임금의 50% 이상 가산지급)을 지급하거나 보상휴가제를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 같은 주장을 하는 것은 '언감생심'.
정호희 민주노총 대변인은 "법적으로 노동절은 유급휴일로 쉬는 날이긴 하지만 회사와 노동자가 합의하면 자발적으로 근무할 수 있다"며 "항상 사업장에 노동절을 준수하라고 권고하지만 강제하긴 어려운 사안"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