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SK 재판장의 '돌직구' 발언 유감

[기자수첩]SK 재판장의 '돌직구' 발언 유감

김정주 기자
2013.07.16 14:16

"SK그룹은 세무가 문제되면 법을 속이고 형사가 문제되면 수사를 속이고 재판이 문제되면 법원을 속여 목적을 달성하려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지난 9일 열린 최태원 SK회장의 항소심 재판정. 이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고법 형사4부 문용선 부장판사는 최 회장이 450억원의 송금 사실을 몰랐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자 쓴 소리를 던졌다.

문 판사는 지난 4월 항소심이 시작된 이후 최 회장 형제를 비롯한 피고인들에게 줄곧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자신이 묻는 질문에 다소 엉뚱한 대답을 내놓는 증인에게 "양파껍질 벗기듯 말한다"고 면박을 준다. 변론 종결을 앞두고 녹취록을 증거로 제출한 피고인 측에 "일부러 늦게 내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막으려는 것 아닌가"라고 호통을 치기도 한다.

재판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재판장이 죽겠다"고 속내(?)를 털어놓는다.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마치 행동대장 같다"며 재판을 진행 중인 판사의 언어로 보기 어려운 말들도 서슴없이 꺼낸다.

증인신문을 하는 변호인의 질문을 끊고 대신 질문을 하거나 입장을 번복한 변호인 측에 "내용이나 실질을 떠나 형식논리로 이러는 것 아니냐. 피해나갈 방법이 있으면 피해가 보라"고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지난 11일 열린 공판에서 문 부장판사는 1시간 가량 지난 공판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은 자기가 기획·연출을 다 하고 세 사람을 꼬드겨 펀드 자금을 횡령한 뒤 자신은 중국에서 원격 조종을 하면서 녹음을 한 것이 뭘 의미하는지 어이가 없다"고 강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문 부장판사의 이 같은 '돌직구' 발언에 대해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고인과 변호인을 다그치고 훈계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재판장의 과도한 견해 표명이 오히려 재판의 흐름을 막는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재판장의 부적절한 발언이 재판진행을 방해하고 있다"며 "재판장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위치에서 신문사항에 개입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소송지휘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장의 독단적인 진행이 검찰과 변호인의 의견을 특정부분으로 치우치게 할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문 부장판사는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피고인들이)전부 위증하고 거짓말을 하니 재판이 어렵다"며 "이렇게 푸념하는 말을 해서는 안 되는데 이해해달라"고 밝히기도 했다.

지금껏 14차례 진행된 항소심 공판은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다. 재판과 피고인들을 위해 기도한다는 재판장의 바람대로 사건의 진실을 가려내 범죄를 다스리려는 법관의 의지와 냉정함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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