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대학총장 추천제' 무산, 이유는 OO가 부족해서···

삼성 '대학총장 추천제' 무산, 이유는 OO가 부족해서···

이상배 기자
2014.02.03 07:02

[이슈 인사이트] 신뢰도 한국 30% vs 일본 42%···신뢰도 15% 늘면 1인당 소득 1% 증가

삼성의 '실험'이 실패로 돌아갔다. 온갖 불신과 오해, 정치논리에 밀렸다. 성급한 감도 없지 않았지만 취지는 좋았다. 대학총장 추천제 얘기다.

한해 20만명의 청년들이 SSAT(삼성직무적성검사)를 치른다. 삼성 측이 져야 할 부담은 차치하더라도 한해 대학졸업자의 3분의 1이 이 시험 준비에 매달리면서 발생하는 비용은 오롯이 사회의 몫이다. 이 사회적 비용을 조금이나마 줄이겠다고 삼성이 내놓은 게 대학총장 추천제다.

삼성은 지난달 15일 대학총장 추천제 도입안을 발표하면서 각 대학에 배정인원을 통보했다. 삼성은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대학들에게 배정인원을 공개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했지만 끝내 새어나갔다. 이는 결국 대학 서열화, 지역차별, 여대차별 등의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치권까지 가세해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다.

삼성은 과거 출신대학별 직원들의 업무 성과를 토대로 배정인원을 산정했다고 해명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새 입사제도안 발표 13일만인 지난달 28일 삼성은 대학총장 추천제를 전면 유보하겠다고 선언했다.

만약 스웨덴의 대표기업 에릭슨이 이런 내용의 새로운 입사제도안을 발표했다면 어땠을까? 우리처럼 온갖 사회적 논란에 밀려 철회해야 했을까?

저명한 뇌신경 경제학자 폴 자크(Paul J. Zak) 미국 클레어몬트대 교수는 1996년 한국, 미국, 일본, 유럽국가 등 42개국에서 '사회의 신뢰도'를 측정하기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당신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체로 믿을 만하다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에 미국인들은 36%, 일본인들은 42%가 "그렇다"고 답했다. 노르웨이와 스웨덴에서는 무려 65%, 60%가 "그렇다"라고 응답했다.

우리나라는 어땠을까? "그렇다"는 응답은 불과 30%에 그쳤다. 타인에 대한 신뢰도가 북유럽 뿐 아니라 일본보다도 현저히 낮은 셈이다.

미국의 36%와는 큰 차이가 아닌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실생활에서 신뢰도의 차이는 작지 않다. 미국에서는 낯선 사람과의 개인 간 거래에서도 현금 뿐 아니라 개인수표가 함께 활용된다. 상대방에 대한 믿음이 없이는 불가능한 거래 방식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이런 '신뢰'의 부족으로 얼마나 많은 대가를 치르고 있을까? 자크 교수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체로 믿을 만하다"는 응답자가 15% 늘어날 때마다 그 나라의 1인당 소득은 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뢰의 수준이 높을수록 경제 전체의 거래비용이 줄어들 뿐 아니라 보다 혁신적인 경제정책을 펼치는 것도 가능해지는 데 따른 것이다.

이는 인적자원이 배분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신뢰가 뒷받침된다면 큰 사회적 비용 없이도 기업들이 필요한 인재들을 뽑아 쓸 수 있다. 그러나 신뢰가 부족하면 그런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기회조차 사라진다. 삼성의 대학총장 추천제 유보가 그 사례다. '불신'은 자유지만, 그 대가는 우리 모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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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장입니다. △2002년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2011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졸업 △2002년 머니투데이 입사 △청와대, 국회, 검찰 및 법원, 기재부, 산자부, 공정위, 대기업, 거래소 및 증권사, IT 업계 등 출입 △2019∼2020년 뉴욕특파원 △2021∼2022년 경제부장 △2023년∼ 정치부장 △저서: '리더의 자격'(북투데이), '앞으로 5년, 결정적 미래'(비즈니스북스·공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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