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와 마이클 조던이 '전설'이 된 진짜 이유는?

김연아와 마이클 조던이 '전설'이 된 진짜 이유는?

이상배 기자
2014.02.24 07:02

[이슈 인사이트] '작은 성취'에 만족하지 않고 다시 도전···성공한 이들의 공통점

1942년 12월8일, 일본 해군본부는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전날 총 450대의 항공기를 실은 6척의 일본 항공모함이 미국 하와이의 진주만을 기습, 미군 전함 5대와 항공기 약 200대를 격파했기 때문이다.

일본 해군본부는 전과에 크게 만족하며 기동함대의 복귀를 명령했다. 일부 젊은 참모들이 "한번 더 공격해 미 태평양함대를 완전히 무력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수뇌부는 이미 승리에 취해 있었다.

이후 일본은 영원히 이 선택을 후회하게 된다. 당시 진주만 기습에도 미군의 연료 저장소 등 각종 설비는 거의 타격을 입지 않았다. 미 태평양함대는 순식간에 전열을 정비해 태평양에서 일본을 압박하기 시작, 끝내 전쟁에서 승리한다.

'작은 성취'(small achievement)에 만족해 안주하면서 더 큰 성공을 날려버리는 것은 비단 전쟁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많은 이들이 '작은 성취'를 이룬 뒤에는 성취감에 취해 새로운 도전과 노력을 거부한다. '작은 성취'를 이루기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수록 '보상심리' 때문에 편안한 현실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심리학 전문가들은 '작은 성취' 이후의 태도가 성공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가장 큰 차이점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한다. 모듀프 아키놀라(Modupe Akinola)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성공한 사람들의 가장 큰 특징은 작은 성취를 이룬 뒤에도 곧장 다음 목표를 설정하고 스스로 동기부여를 해 더 큰 성공을 위해 도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농구의 전설' 마이클 조던이다. 미 프로농구(NBA) 시카고 불스에서 1991∼1993년 3년 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일궈낸 뒤 은퇴했던 조던은 1995년 3월19일 "내가 돌아왔다"(I'm back)는 말과 함께 복귀를 선언했다. 그의 나이 32세였다.

굳이 돌아오지 않았더라도 그는 이미 '농구의 황제'였다. 1984년 데뷔 이후 10년간 거의 매년 '득점왕'을 휩쓴 조던에게는 이미 '적수'가 없었다. 당대를 풍미했던 '득점 기계' 래리 버드(보스턴 셀틱스)는 조던이 자신의 팀을 상대로 한 경기 63득점을 올리는 모습을 보며 "신이 조던의 모습으로 변장하고 나타났다"고 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조던은 은퇴 후 야구선수로서의 17개월간의 '외도'를 접고 코트로 돌아왔다. 목표는 '두번째 3연패'. 결국 조던은 복귀 후 1996∼1998년 시카고 불스에 또 다시 3년 연속 우승을 안기는 '전무후무한 역사'를 남기며 '전설'로 기록됐다.

김연아도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꿈에 그리던 금메달을 목에 건 뒤 사실상 '은퇴'했다. 그러나 김연아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이라는 '새로운 꿈'을 위해 다시 고통스러운 연습 생활을 자청하며 은반 위로 돌아왔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출전으로 김연아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직후 IOC 선수위원 출마를 위한 '직전 올림픽 출전'이라는 조건을 충족했다.

올해 김연아의 나이 24세. 역대 올림픽 여자 피겨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들의 당시 평균 나이는 20.3세였다. 여자 피겨 선수의 전성기는 대개 15∼20세에 찾아온다. 이 시기가 지나면 체력과 유연성이 크게 떨어져 고득점이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김연아는 다시 도전했고, '금메달' 이상의 실력과 '여왕'다운 기품있는 태도를 보여주며 세계 피겨 역사의 '전설'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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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장입니다. △2002년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2011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졸업 △2002년 머니투데이 입사 △청와대, 국회, 검찰 및 법원, 기재부, 산자부, 공정위, 대기업, 거래소 및 증권사, IT 업계 등 출입 △2019∼2020년 뉴욕특파원 △2021∼2022년 경제부장 △2023년∼ 정치부장 △저서: '리더의 자격'(북투데이), '앞으로 5년, 결정적 미래'(비즈니스북스·공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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