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사이트] 은혜 갚으려는 '상호호혜 효과'와 공 세우고 싶은 '자아존중감'

'손자병법'과 함께 중국 역사상 최고의 '병법서'로 통하는 '오자병법'을 쓴 오기(吳起). 그에 대해 사마천이 쓴 '사기-손자오기열전'에 이런 내용이 있다.
오기의 지휘를 받던 병사 가운데 하나가 휴가차 집에 가서 노모에게 자랑하듯 말한다. "한번은 제 다리에 독한 종기가 생겼는데, 이를 본 장군이 직접 입으로 종창을 빨아줬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노모는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
이웃사람이 이유를 묻자 노모가 답했다. "예전에 오공(오기)께서 그 아이 아버지의 종창도 빨아준 적이 있습니다. 이후 그이는 전쟁에서 물러설 줄 모르고 용감하게 싸우다가 결국 전사하고 말았지요. 오공이 이번엔 내 아들의 종창을 또 빨아줬으니 이제 그 아이가 언제 죽을지 모르게 됐지 않소" 이는 병사들이 스스로 목숨을 바쳐 싸우게 만든 오기 나름의 '기술'이었던 셈이다.
'상호호혜 효과'(reciprocity effect). 오기가 종창을 빨아준 병사가 목숨 바쳐 싸우는 것은 심리학적으로 이렇게 설명된다. 자신에게 '은혜'를 베푼 이에게는 스스로 '은혜'를 갚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영업사원들이 잠재고객들에게 각종 선물이나 서비스를 먼저 안기는 것도 이를 활용한 전략이다.
오기가 활용한 '심리학적 기법'은 이뿐이 아니다. 오기는 위나라 무후(武侯)로부터 공을 세우지 못한 병사 5만명을 달라고 하곤 이 병력으로 10배인 진나라 군대 50만명을 격파했다. 오기는 무후에게 "한명이 목숨을 내던질 각오를 하면 천명을 두려움에 떨게 할 수 있다"고 했다.
'공을 세우지 못한 자'는 '자아존중감'(self-esteem)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전쟁에서 더 용감하게 싸운다. '자아존중감'에 대한 열망은 때론 죽음의 공포를 넘어설 만큼 강하다.
명나라의 명장 '척계광'(戚繼光)도 직접 지은 병서 '기효신서'(紀效新書)에서 "최고의 병사 자원은 진실하고 고생을 잘 견디는 사람이고, 두번째는 전투 경험이 있지만 이전에 공을 세우지 못한 사람"이라고 했다.
'상호호혜 효과'와 '자아존중감'이 작용한 사례가 바로 안현수(빅토르 안)와 박주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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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부상으로 국가대표 선발조차 어려웠던 안현수에게 '부상 치료'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던 이가 바로 알렉세이 크로바초프 러시아 빙상연맹 회장이다. 현재 모스크바시 소속의 안현수가 매달 받는 1만달러(한화 약 1060만원) 가운데 3000달러는 모스크바시가, 나머지 7000달러는 크로바초프 회장이 직접 채워준다.
크로바초프 회장이 안현수에게 쏟은 정성이 얼마나 각별했던지 안현수의 아버지 안기원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현수가 결혼할 때 크로바초프 회장이 주례라도 서야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했을 정도다. 이 같은 '정성'에 안현수는 '올림픽 3관왕'이라는 성적으로 보답했다.
지난 6일(한국시간) 그리스전에서 결승골을 터트린 박주영에게는 홍명보 축구 대표팀 감독이 이런 존재다. 최근 소속팀에서조차 좀처럼 뛸 기회가 없었던 박주영에게 홍 감독은 '마지막 기회'를 선물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당시에는 병역기피 논란에 시달리는 박주영을 위해 "주영이가 군대에 안 가면 내가 대신 가겠다"고도 했다.
'에이스' 직원이 필요하다면 능력이 있음에도 아직 공을 세우지 못한 직원에게 먼저 정성을 쏟아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