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에 집착한 '살인미수범' 인어공주

짝사랑에 집착한 '살인미수범' 인어공주

낭만파괴법
2014.03.14 08:45

[딱TV]법으로 동화를 뒤집어 보기…"인어공주는 용서받을 수 있을까?"

[편집자주] '딱야동' - 그녀들의 앙큼한 '딱야동'. '야'매 예비 법조인과 금융 전문가가 색다른 시선으로 '동'화를 읽으며 등장인물들의 범죄를 파헤치는 낭만파괴법(法)

짝사랑의 아이콘 ‘인어공주’. 사랑하는 왕자를 위해 목소리와 가족을 버리고, 마지막엔 자신의 목숨마저 포기하는 그녀의 사랑은 가슴 시리게 어린 시절 기억 속에 남아있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 읽는 인어 공주는 색다르다. 특히 주인공이 아닌 이웃 나라 공주 혹은 왕자의 입장에서 읽어 보면 어두운 단면이 드러난다.

인어공주…신혼방에 난입한 X-Girlfriend

인어공주는 왕자와 결혼해야 목소리를 되찾고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었지만 왕자는 이웃 나라 공주를 선택해 결혼식을 올렸다. 인어 공주는 다음 날 해가 뜨면 물거품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그 때, 인어 공주의 언니들은 자신들의 머리카락을 잘라주고 마녀로부터 얻은 단검을 인어공주에게 가져다주고 그 단검으로 왕자의 심장을 찌르면 다시 인어로 돌아올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인어공주는 단검을 들고 왕자의 신혼방에 들어가지만, 왕자의 자는 모습을 보다 이내 칼을 거두고 바다로 몸을 던져 물거품이 된다.

‘아, 얼마나 아름다운 사랑이란 말인가!’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자. 짝사랑하던 이성이 결혼 첫 날 밤 당신의 집에 들어와 칼을 겨누다 돌아갔다면? 아침에 이 사실을 알게 된 당신은 경찰서로 달려가지 않을까. 인어공주의 행위도 사실 그와 다를 바 없다.

주거침입, 살인미수…인어공주는 용의자

그녀의 행동은 두 가지 범죄의 소지가 있다. 첫째, 야간에 단검을 들고 왕자의 방에 침입했으니 '주거침입'이 성립될 수 있다. 늘 통행이나 출입이 허락되던 곳이더라도 그 주거를 관리하는 자가 이를 허용치 아니할 의사가 명백히 추측되는 경우에도 주거침입죄가 성립된다는 대법원의 판례가 있다.

인어 공주가 왕자와 가깝게 지내 그 방에 자주 드나들 수 있는 관계였다 하더라도, 신혼 첫 날 밤의 출입을 왕자가 허락했을 리가 만무하다. 따라서 인어 공주는 주거침입죄의 혐의가 짙은 용의자인 셈이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그녀가 흉기를 가지고 침입했다는 점이다. 단순주거침입이 아니라 형법 제320조 특수주거침입에 더 가깝다. 단순주거침입의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지만, 특수주거침입은 5년 이하의 징역으로 더 무거운 형에 처한다.

되돌린 발걸음도 이미 늦어…'하려다 만' 살인도 유죄

둘째로, 그녀는 왕자의 가슴에 칼을 겨누었다가 거뒀다. 왕자를 끝내 찌르지 않았고 이를 아무도 몰랐으니 범죄가 되지 않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인어공주의 행동은 살인의 '중지미수'에 해당될 소지가 크다.

'살인 미수'는 흔히 들어봤을 법 한데, 중지미수라는 단어는 독자들에게 낯설 지 모르겠다. '미수'를 크게 분류하자면 장애미수, 중지미수, 불능미수 등으로 나뉜다. 장애미수는 내 의지가 아니게 '못' 하게 되는 때, 중지미수는 내가 ‘안’ 하겠다고 결정해서 그만둔 때, 불능미수는 아예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경우다. 미수범도 다 같은 미수범은 아닌 셈이다.

살인의 장애미수를 판례로 보자면, 누군가를 살해하려고 마음먹고 낫을 들고 다가섰으나 지나가던 제3자가 이를 제지하는 바람에 피해자가 도망가 범행에 성공하지 못한 경우가 있다.

중지미수의 경우, 자신의 건물에서 식당을 경영하는 세입자 여인에게 욕정을 느낀 건물주가 차 안에서 그녀를 강간하려 시도했던 사건이 예가 될 수 있다. 그 여인이 다음에 친해지면 응해주겠다며 강간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자 건물주는 간음을 ‘안’ 하기로 마음을 바꿨고, 강간행위를 중지한 후 그녀를 집에 데려다 주었다. 이 경우 대법원이 피고인이 스스로 강간을 ‘안’ 하기로 결의한 것으로 보아 중지미수를 인정한 바 있다.

불능미수의 경우에는, 남편을 살해하기 위해 배춧국에 농약을 탔으나 남편이 냄새를 의심해 먹지 않은 사건이 있었다. 그러나 사실 아내가 탄 농약의 양이 치사량에는 현저히 모자랐다. 이럴 때 불능미수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례다.

이 동화에서 인어공주의 예처럼 살인을 하려다 그만뒀다고 해서 처벌을 면하기는 어렵다. 다만 자기 의지로 그만둔 점을 인정해 중지미수의 경우 형을 감경해줄 가능성은 있다.

형법으로 읽는 동화…낭만을 파괴하는 법 이야기

우리가 어린 시절 읽고, 다시 우리의 아이들에게 읽어주던 익숙한 동화를 주인공의 관점이 아닌 주변 인물의 관점으로, 그리고 법이라는 렌즈를 통해 바라보면 인어공주는 순정파 소녀에서 특수주거침입과 살인의 중지미수범이 될 가능성을 볼 수 있다. 이처럼 법은 단순히 규율하는 수단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이 될 수 있다.

PODCAST- 낭만파괴법

☞ 본 기사는 딱TV (www.ddaktv.com) 에 3월 13일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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