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노역'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 몰락한 이유

'황제노역'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 몰락한 이유

이상배 기자
2014.03.31 06:01

[이슈 인사이트] 홍콩 최대재벌 리자청 "공격 경영하려면…"

"탐내서는 안 되는 땅이 있다"(地有所不爭). 손자병법 '구변'(九變) 편에 나오는 구절이다.

손자는 아무리 욕심이 나더라도 절대 탐내서는 안 되는 땅들이 있다고 했다. 첫째 '이익이 크지 않은 땅', 둘째 '지키기 어려운 땅', 셋째 '도움이 되지 않는 땅', 넷째 '적이 점령하고 있는 땅'이다.

이는 현대 기업 경영에서도 마찬가지다. 손자가 말한 '탐내서는 안 되는 땅' 4가지를 경영에 대입해 보면 첫째 '이익이 크지 않은 땅'은 인수 또는 시장 진출을 통해 추가로 얻을 수 있는 현금흐름이 작은 분야다.

둘째 '지키기 어려운 땅'은 인수 또는 진출 이후 유상증자 등으로 추가 투입해야 할 비용이 큰 경우를 말한다. 셋째 '도움이 되지 않는 땅'은 기존 사업과 시너지가 크지 않은 경우 등 전략적 가치가 작을 때에 해당한다. 넷째 '적이 점령하고 있는 땅'은 기존에 시장을 선점하고 있던 기업들과 경쟁하는 과정에서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로 볼 수 있다.

이 4가지 가운데 한가지에만 해당해도 인수·합병(M&A), 법인 또는 사업부 신설 등을 통한 신규 시장 진출에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많은 경영자들이 과도한 확장에 나섰다가 최악의 경우 부도 등 파국에 직면하는 것은 대개 '자신감'(self-confidence)에 가득 차 '위험'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일당 5억원 '황제 노역'이 중단된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이 광주지방검찰청에 소환돼 조사를 받고 교도소로 향하는 모습./뉴스1
지난 26일 일당 5억원 '황제 노역'이 중단된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이 광주지방검찰청에 소환돼 조사를 받고 교도소로 향하는 모습./뉴스1

울리크 말멘디어 버클리대 교수와 제프리 테이트 펜실베니아대 교수가 1981∼2001년 미국에서 이뤄진 1만2000건의 M&A 사례를 분석한 결과가 이를 말해준다. 이 기간 이뤄진 총 3조4000억달러(3600조원) 규모의 M&A에서 무려 2200억달러(235조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M&A로 이득을 거두기는 커녕 오히려 6% 이상의 손해만 본 셈이다.

또 두 교수는 손실이 발생한 M&A들이 대부분 '자신감'에 차 있는 최고경영자(CEO)들에 의해 이뤄졌음을 밝혀냈다. 이들은 회사의 주가가 자신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행사가격을 웃돌 때에도 행사가능일 이후 5년 이상 행사하지 않은 채 갖고 있는 경향이 더 컸다. 이는 자신이 이끄는 회사의 주가가 더 높이 올라갈 것이라고 더 강하게 낙관했다는 증거다.

게다가 이 CEO들은 대부분 '뉴욕타임스' 등 경제 신문에서 '자신감이 넘친다', '낙관적이다' 등의 단어로 묘사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일당 5억원의 '황제노역'으로 논란을 빚은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은 한때 재계의 '다크호스'로 불린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1981년 대주종합건설을 설립한 뒤 단기간에 계열사 수를 20개 가까이로 늘리며 재계 서열 50위권에 올라섰다. 한때는 그룹 연매출이 1조원에 달하기도 했다. 2006년에는 자산 5조원대 대우건설 인수전에 뛰어들 정도로 허 전 회장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러나 2007년 즈음 주택경기 침체에 따른 미분양 등으로 유동성 위기에 처하며 그룹은 해체되고 만다. 거의 모든 것을 잃은 허 전 회장은 결국 500억원대 세금을 포탈하고 회삿돈 100억원을 횡령한 사실까지 드러나며 결국 '범죄자'로 전락했다.

자신감에 차 있는 공격적 경영자들에게 중화권 최대재벌인 리자청 홍콩 청콩그룹 회장은 이렇게 조언했다. "공격적인 경영을 하려면 필요한 역량의 2배를 갖고 있어야 한다. 강을 건너고 싶다면 헤엄쳐 간 뒤 다시 헤엄쳐 돌아올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갖췄을 때 강에 들어가라"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상배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장입니다. △2002년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2011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졸업 △2002년 머니투데이 입사 △청와대, 국회, 검찰 및 법원, 기재부, 산자부, 공정위, 대기업, 거래소 및 증권사, IT 업계 등 출입 △2019∼2020년 뉴욕특파원 △2021∼2022년 경제부장 △2023년∼ 정치부장 △저서: '리더의 자격'(북투데이), '앞으로 5년, 결정적 미래'(비즈니스북스·공저) 등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