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단원고 및 인근 지역 선·후배들 '무사귀환' 기원 침묵집회 개최

세월호 침몰사고 이틀째인 17일 밤, 안산 단원고등학교 운동장에 모인 학생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모두의 바람이 담긴 메시지를 손에 든 채 내리는 빗줄기를 그대로 맞고 서 있었다.
수학여행 도중 여객선 침몰사고를 겪은 단원고와 인근에 위치한 강서고, 경안고 등 학생 300여명은 이날 오후 8시52분부터 실종된 학생과 교사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침묵집회를 가졌다.
단원고 학생들은 문자메시지와 모바일 메신저 등을 통해 침묵집회 개최 사실을 알렸고, 무사귀환 메시지를 담은 종이 피켓과 우의를 준비했다. 종이 피켓에는 '모두가 바란다, 돌아와줘', '너희들의 미소가 그립다', '조금만 더 힘내라' 등의 내용이 담겼다.
집회 개최 사실이 알려지자 오후 7시부터 단원고 1층 현관은 학생들로 붐볐다. 당초 오후 8시부터 집회를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운동장에 주차됐던 자동차들을 이동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8시52분이 돼서야 집회를 시작할 수 있었다.

"오늘 저희는 모든 감정들을 추스리고 침묵을 유지하면서 메시지를 전달할 겁니다."
집회가 시작되자 운동장에 모인 학생들은 일제히 휴대전화의 플래시를 켜고, 한 손에 든 종이 피켓 뒤를 비췄다. 피켓에 담긴 메시지가 드러났고, 학생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빗줄기는 굵어졌다. 스탠드에 자리잡은 실종학생 가족과 교직원들도 침묵했다.
집회 시작 전 "서 있기 힘든 학생들은 무리하지 말고 스탠드로 올라가라"고 공지했으나, 어떤 학생도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오히려 늦게 도착한 학생들과 지역주민들이 동참하면서 금새 운동장은 가득찼다. 이곳저곳에서 기침소리가 늘어갔지만 누구도 손에 든 피켓과 휴대전화를 놓지 않았다.
침묵이 이어진 지 30여분이 지난 밤 9시20분 집회가 종료됐다. 단원고 학생회장인 오모군은 "학생들에게 진도에 있는 가족들이 감사 인사를 전달했다고 한다"며 "마음을 보태준 다른 학교 학생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운동장을 떠나는 학생들에게 실종학생 가족들은 연신 "고맙다"며 눈물을 훔쳤고, 학생들은 서로를 껴안았다.
독자들의 PICK!
앞서 지역주민들은 오후 8시쯤 단원고 1층 현관에서 침묵 촛불집회를 가졌다. 어린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촛불을 들고 침묵했다. 집회를 주도한 김은호 안산희망교회 목사는 "우리들의 작은 기도가 아이들에게 전달됐으면 좋겠다"며 "아이들과 실종자들을 찾을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 달라"고 말했다.
전날 오전 인천에서 출항해 제주로 항해 중이던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병풍도 북방 1.8마일 해상에서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해 밤 10시 현재 탑승자 475명 가운데 14명이 사망하고, 282명이 실종됐다. 당시 세월호에는 수학여행길에 올랐던 단원고 2학년생 325명과 교사 14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