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위험공화국이다]⑩·끝-교육·컨트롤타워

삼풍백화점·성수대교 붕괴, 대구 지하철 화재, 세월호 침몰…. 거듭된 참사에도 소화기 사용법 등 기본적인 재난 대응 방식조차 모르는 시민들이 태반이다. 재난 대응에 앞장서야 할 공무원들조차 사무실에 앉아 워크숍과 세미나를 통해 재난 대비 훈련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상에서 진행되는 안전교육과 현장에서 이뤄지는 재난 대응 훈련만이 대형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지적한다.
◇ "안전교육, 집에서 함께 밥먹으면서도 할 수 있는 것"
백민호 강원대 재난관리공학과 교수는 "재난 대비 안전 교육이 꼭 규모 있게 실행돼야 한다는 것은 선입견"이라며 "가정에서부터 일상적으로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 교수는 안전교육이 일상화된 일본을 예로 들었다. 그는 "일본에서는 가족회의 등을 통해 비상시 대피방법이나 대피장소 위치 등을 활발하게 이야기하는 등 안전교육이 집에서부터 이루어진다"며 "우리나라도 가정에서 함께 밥을 먹을 때 이야기를 나누며 기초 안전교육을 한 뒤 학교, 직장 등에서 교육을 실시하면 자연스레 안전문제에 대한 인식이 성숙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기관의 소홀한 안전 교육도 문제다. 현행 아동복지법 시행령은 유치원과 초·중·고교에서 매년 재난대비 교육 6시간을 포함해 44시간 이상 안전교육을 실시하도록 규정했다. 이론 훈련에 그치기 때문에 실질적인 재난 대응 교육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교육현장에 안전전문가도 드물다. 소방방재청은 2008년 '소방안전교육사'라는 자격증을 신설해 보육시설·유치원·학교 등에 의무 배치해 전문적인 안전교육을 실시하고자 했으나 당시 교육인적자원부와 협의가 이뤄지지 못해 시행되지 못했다.
◇ 컨트롤타워는 '마법 지팡이' 아냐…실제 상황 기반으로 한 훈련 이뤄져야
전문가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 줄곧 언급되는 '컨트롤타워'가 수립돼도 충분한 훈련 없이는 효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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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학 행정학과 교수는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나서 '국가안전처'를 비롯한 컨트롤타워 확립에 나섰지만 '컨트롤타워' 구성 훈련이라 할 수 있는 '안전한국훈련'은 10년 전부터 실시돼 왔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중앙부처와 지자체를 비롯해 400여개 기관이 참여하는 훈련을 진행했음에도 정작 사건 당시 컨트롤타워를 구성하지 못했다"며 "컨트롤타워는 마법 지팡이가 아니며, 재난 대응은 '필기시험'이 아닌 '실습'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한국정책학회가 소방방재청의 의뢰로 발간한 '안전한국훈련 인지도 제고 및 종합발전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실시된 총 497회의 안전한국훈련 가운데 워크숍, 세미나 등을 통해 진행되는 토론기반훈련은 402회였다. 반면 현장에 직접 출동해 진행하는 실행기반훈련은 95회 가량에 불과했다.
한국정책학회는 해당 보고서에서 "실제 재난 발생에 적용 가능한 대응 프로그램이 미흡하다"며 "일원화된 지휘역량훈련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직접 훈련에 참여했다는 공무원 A씨도 "철저히 짜여진 각본대로만 움직이는 훈련에서 재난 대비가 과연 제대로 될 지가 의문"이라며 "실제 사건이 발생한 것처럼 처리하는 훈련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