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곁에 '마피아'①]문제점 지적한 사람이 오히려 '왕따'..그들만의 리그

# 지난해 5월 인천 남동구 30여 점포가 들어선 한 상가건물의 번영회. 상가 입주자인 자영업자 이모씨(59)는 관리비 명세표에 적힌 '물탱크 용역' 항목을 보고 번영회 회장에게 관련 영수증을 요구했다. 회장은 차일피일 미루더니 끝내 "고생하던 번영회 임원들과 술자리에 썼다"며 "별일도 아닌데 빡빡하게 그러냐"며 핀잔을 줬다. 알고보니 상가 번영회 임원인 총무, 감사, 관리소장 등은 같은 고향 출신으로 엮여 있었다.
◇연 2500만원 넘는 상가번영회 예산..관리·운영·감독은 '끼리끼리'
상가번영회의 주요 직책은 회장과 총무, 감사로 이뤄져 있다. 회장과 총무가 회계를 맡는 한편 관리소장은 이들에게 권한을 위임 받아 상가를 관리, 운영한다. 감사는 이들의 활동을 감독하는 책임을 갖는다. 관리인 급여, 정화조 용역, 전기 용역, 승강기 용역, 소독 용역, 주차기 용역, 소방용역, 시설 검사비, 번영회비, 물탱크 청소 등 연 2780여만원에 달하는 상가 번영회 예산은 이들에 의해 운영된다.
그러나 상가번영회 예산은 한마디로 '밀실'에서 운영된다. 다른 임차인들에게 관리비 내역은 공개되지 않는다. 이씨는 "만원 짜리 1장도 도대체 어디에 쓰이는지 알 수가 없다"며 "한달에 한번 회의가 열리기는 하지만 몇몇 상가 점포주들의 친목도모의 자리일 뿐"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달에 1, 2만원이 아쉬운 영세 자영업자의 경우 관리비 지출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 건물 전용면적 9평짜리 가게에서 15년 동안 자영업을 해온 신모씨(56)는 "번영회 회장에게 예산에 대한 의문점을 말했더니 갑자기 고성을 치며 윽박 지르더라"고 토로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이씨와 신씨 같은 자영업자는 전국에 570만명에 달하며 경제활동 인구의 4분의 1 수준이다. 이중 100여만명의 자영업자들은 한 달에 100만원도 벌지 못한다고 알려졌다.
◇전문가 "'도덕적 규제' 약화되면 '구조적 부패'로 이어질 수도"
전문가들은 이같은 '그들만의 리그'가 관행이란 이유로 사회 곳곳에 자리잡고 있지만 향후 사회의 지배적인 분위기가 될 경우 자칫 구조적 부패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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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동훈 전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말하는 체면, 면목 등 사회의 규범과 도덕은 이웃들의 눈치와 평판을 의식하면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체면을 지키지 않으면 이런 도덕적 규제를 받아야 되지만 이것이 관행이 되면 반대로 바른 말을 하는 사람이 왕따를 당하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제를 제기한 임차인들은 담합과 비리를 저지른 상가번영회 임원들보다 더 따가운 눈총을 받는 실정이다.
이씨는 "이런 문제를 제기하면 다른 임차인들이 '잘한다'고 칭찬해줘야 하는데 오히려 '이상한 사람' 취급한다"며 "그러니 회장도 '다들 가만히 있는데 왜 혼자 나서냐'고 적반하장으로 소리친다"고 하소연했다.
설 교수는 "법적인 조치가 능사하라고 할 수는 없지만 우리 생활 속 비리가 계속된다면 일정규모 이상의 건물에 한해서 법적 규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윗물이 맑지 않다면 아랫물부터 맑아질 필요가 있듯, 생활 속 부패에 대한 도덕적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