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 "변사체, 유병언 생각 못했다" 실수 인정

경찰청장 "변사체, 유병언 생각 못했다" 실수 인정

신희은 기자
2014.07.22 13:04

"변사체, 유병언 연관성 생각못해 아쉬운 부분...문책 검토"

이성한 경찰청장은 22일 전남 순천에서 발견된 변사체가 39일이 지나서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으로 확인된 데 대해 "당시엔 그렇게까지 연관성을 생각지 못했다"며 "비호세력의 도움으로 도피하는 걸로 생각했지 사망했다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정례간담회를 갖고 지난달 12일 농민의 신고로 유 전 회장의 변사체를 확보하고도 전날인 21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통보 전까지 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한 데 대해 이 같이 밝혔다.

이 청장은 "당시엔 (외관상) 변사체의 부패가 80% 가까이 진행됐고 (머리카락, 키 등도) 유병언과 연관 짓지 못했다"며 "(유류품도)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다가 국과수 감정 결과를 통보받고 추적한 것으로 지나고 보니 그 부분이 아쉽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달 12일 전남 순천시 서면 학구리의 한 매실밭에서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상태로 부패된 변사체를 한 농민의 신고로 발견했지만 부랑자의 단순 변사 사건으로 취급했다.

구원파 부동산과 유 전 회장의 은신처가 인접한 곳에서 백골에 가까운 상태로 부패된 시신과 흰 머리카락, 제조회사가 구원파 계열사로 표시된 스쿠알렌 병과 유 전 회장이 직접 쓴 책의 제목인 '꿈같은 사랑' 문구가 적힌 가방, 고가의 두툼한 패딩과 명품 신발 등이 발견됐는데도 유 전 회장이라는 의심을 전혀 하지 못했다는 것.

유 전 회장 시신이 발견된 곳은 당초 경찰의 수색대상도 아니었다. 이 청장은 "은신 용의처 위주로 수색을 하다보니 구원파 시설, 폐가 등을 위주로 수색했고 그곳은 사유지고 은신할 만한 곳도 없어 수색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이 청장은 "당시엔 단순 행려병자 노숙자로 변사처리됐다"며 "변사자 신원확인이 안되니까 유족을 찾으려고 DNA 검사를 진행했는데 검사 과정에서 친형 유병일씨와 일치한다는 분석이 나왔다고 어제 저녁 7시30분쯤 통보를 받아 알게 됐다"고 밝혔다.

경찰이 변사체의 지문을 채취한 것은 통상적 변사처리 과정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검찰이나 경찰이 국과수에 DNA 비교를 의뢰한 것이 아니라 국과수에서 신원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유 전 회장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유 전 회장 확인 전까지 시신은 순천의 한 장례식장 영안실에 보관돼 있었다.

국과수는 변사체의 DNA를 검·경 압수수색 과정에서 안성 금수원 내 유 전 회장 집무실과 순천 송치재 별장에서 채취한 DNA와 비교했고 친형 유병일씨 DNA도 분석해 유 전 회장임을 확인했다.

이날 새벽엔 유 전 회장 시신으로부터 직접 채취한 지문을 비교해 오전 1시20분 최종 결과를 경찰에 통보했다. 국과수는 유 전 회장의 사망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재부검을 통한 정밀 감식에 돌입했다.

경찰은 유 전 회장 사망 원인은 물론 도피 중인 장남 유대균씨와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청장은 "사건이 종결될 때까진 형태 변화는 있어도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 전 회장 시신 확인에 차질을 빚은 경찰에 대한 문책 여부에 대해선 "아쉬운 부분이 있는데 검토해 보겠다"고 답변을 유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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