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생활 어려움 호소했으나 형식적 상담만"… 부모도 '관심병사' 사실 뒤늦게 알아

"미안해 OO야 미안해. 우린 어떡하라고.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이럴 수 있어. 나쁜 놈아…"
12일 오전 9시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 전날 밤 함께 목매 숨진 채 발견된 육군 28사단 소속 두 병사의 빈소가 아직 텅 빈 가운데 부모의 통곡과 흐느낌만이 메아리쳤다. 부모들은 군에 보낸 금쪽같은 아들이 별안간 주검으로 발견된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영정사진 속엔 아직 앞길이 창창한 두 청년이 환히 웃고 있다.
"무슨 할 말이 있겠어요, 부모가. 자식이 이렇게 됐는데. 둘 다 착하고 성실하고 부모에 배려심도 많은 아들들이었는데…" 한없이 흐느끼던 B상병(21) 어머니가 말했다. 아버지도 "너무나 갑작스러운 일"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국군수도병원은 이날 이른 아침부터 분주했다. 군 관계자들은 부대대기실에서 대책회의를 하고 빈소를 차리느라 바빴다. 급작스러운 죽음에 조문객들은 많지 않았다.
"동기 만난다고 그렇게 좋아하더니 그런 일을 했어…" A상병(23)과 B상병(21)은 28사단의 같은 부대원 동기지간이었다. A상병 어머니는 11일 아침과 낮 두 차례 군 복귀를 앞둔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침 10시쯤 안 받아서 12시에 다시 했는데 자다 일어났더라고요. '이제 준비해서 가야지' 했더니 곧 갈 거라고. 그래서 잘 가라 그랬는데."
A상병 어머니는 아들에게서 평소와 다른 낌새를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몇 시간 후 아들은 동기 부대원과 함께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휴가 복귀 전에 내가 '잘 좀 봐주세요'하면 '알겠다'고 얘기를 했어요. 그 말 한마디 했다고 평소에 관심 있었던 것처럼 말하는데 형식이고 겉치레지. 행동 따로 말 따로. 당하고 보니 피부로 느끼니까 속 보이고 괘씸하고…"
A상병은 착하고 조용한 아들이었다. 준수한 외모에 연예인을 꿈꿨다. 군 입대 전부터 병영생활이 성격에 맞지 않을 것을 걱정해 수차례 입대를 연기했다. 입대 후에도 아들은 여러 번 군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전출도 고민했지만 '왕따'가 두려워 못 했다. 어머니는 아들이 받은 면담과 정신과 진료는 '형식'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아들이 그렇게 호소를 했는데… 환자를 환자로 안 본 거죠. 간부한테 얘기해서 선임병이랑 같이 군인들 가는 외부 병원으로 갔는데 상담을 가도 '밥 먹었나', '오늘 뭐 했나', '별 일 없었나' 묻고 끝이었대요. 그게 상담이야? 그 다음부터는 가기 싫다고 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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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상병 어머니는 아들이 'B급 관심병사'로 분류된 사실도 뒤늦게 알았다. 가족들은 입대 전 집에선 멀쩡했던 아들이 '관심병사'로 낙인찍힌 게 청천벽력 같다. "자기들끼리 물고기 등급 매기듯이 B급이니 A급이니 등급 매겨놓고. 난 알지도 못했어. 기준이 뭐예요? 관심병사? 말이 좋아 관심이지, '방치'지."
군에 따르면 B상병은 같은 부대원에게 A상병과 "8월 휴가 중 동반 자살하려 한다"고 말했으나 간부에게 제대로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족들은 아들이 왜 죽음에 내몰렸는지 진실을 알고 싶지만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A상병 어머니는 "워낙 배려심 깊은 아들이라 평소 힘들다고만 했지 28사단에서 폭행이나 가혹행위가 있었는지 말한 적은 없다"면서도 "군대가 워낙 폐쇄적이라 죽어서 나오기 전까진 알 수 없지 않나. 겪어보지 않고선 모른다"고 말했다.
A상병 어머니는 장례식장에서 일하는 병사들을 보며 '우리 아들도 이런 일을 했으면 얼마나 잘 했겠어'라며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 그는 "애들 학교 들어갈 때도 적성검사를 하는데 군대 배치할 때도 적성검사를 했으면 얼마나 좋나. 무대포로 집어넣어가지고 결국 아들을 이렇게 죽게 만들었다. 군대에서 죽으면 '개죽음'이라더니, 눈 하나 깜빡 안 할 것"이라고 한숨지었다.
어머니는 아들이 끝까지 성격대로 조용히 떠난 것이 안쓰럽다. 그는 "숨진 아들과 동기는 순진해서 마지막까지 조용히 이쁘게 말썽 없는 사고를 당하고 간 것"이라며 "아직도 아들의 죽음이 실감나지 않는다. 죽은 걸 봤는데 잘생긴 얼굴도 그대로고… 보고도 믿기지 않는다"며 말끝을 흐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