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 헌법소원 가능할까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 헌법소원 가능할까

황재하 기자
2015.10.12 13:02

헌재, 1992년 국정 국어 교과서 '합헌'…"국사 교과서는 다양한 견해 바람직" 언급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 /사진=뉴스1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 /사진=뉴스1

교육부가 중·고교 역사교과서의 국정 전환을 결정하면서 헌법재판소가 과거 국정 교과서의 위헌성을 판단한 결정에 관심을 모아진다.

헌재는 당시 국정으로 발행하는 국어교과서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국사의 경우 다양한 견해를 소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국어교과서에 대한 판단과 별개로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해서는 위헌성이 인정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1992년 중학교 국어 교사가 국어교과서를 국정으로 발행하도록 규정한 당시 교육법 157조에 대해 낸 헌법소원을 기각했다. 국정 국어교과서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헌법소원을 낸 교사는 회원 1200명인 '국어교육을 위한 교사모임'의 대표로서 국어교과서를 발행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는 국어교과서가 국정으로 결정돼 있어 헌법이 보장하는 학문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헌재는 이같은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헌재는 학문의 자유를 '진리탐구의 자유'와 '결과발표·수업의 자유'로 구분했을 때, 교과서를 발행할 자유는 후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진리탐구의 자유가 신앙의 자유나 양심의 자유처럼 절대적으로 보장받아야 하는 반면 결과발표·수업의 자유는 경우에 따라 제약이 있을 수 있다고 봤다.

헌재는 "교사 개개인이 저술한 도서가 내용과 관계없이 교과서가 될 수 있거나 교사 개개인이 자신의 소신에 따라 교과서 내용과 전혀 다른 내용을 가르칠 수 있다면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을 위한 요구는 충족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받을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교사의 수업권은 일정한 범위에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헌재는 또 교과서에 수록될 내용을 정부가 결정하는 국정 교과서의 정당성을 일부 인정했다. 교과서 내용에 대해 국민 개개인이 의견을 낼 수 있지만 모든 이론이 검증되지 않은 채 반영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양한 의견을 교과서에 싣지 못하더라도 일반 저작물로 출판할 수 있도록 헌법이 보장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됐다.

국정 국어교과서가 부실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대학이나 전문 연구기관의 질 높은 두뇌를 광범위하게 활용할 수 있어 자유발행제보다 부실할 것이라 우려할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또 "오히려 학습 교재비의 부담을 낮추고 교육 평준화 실현 등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헌재는 국정교과서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학생들의 창의력 계발이 활성화되지 않을 우려가 있는 점 △상황변화에 능동적·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점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이념과 모순되거나 역행하는 점 △교사와 학생의 교재 선택권이 보장되지 못하는 점 △교과서 중심의 주입식·암기식 교육이 이뤄지기 쉽다는 점이다. 헌재는 "국가가 교과서의 편찬에 있어 공교육 담당자로서 우월적 지위만 앞세워 적정하고도 공정한 태도를 견지하지 못할 때 그 폐단은 훨씬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헌재는 "어느 한쪽의 학설을 택하는 데 문제점이 있는 경우, 예컨대 국사의 경우 다양한 견해를 소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라며 "국정제도를 채택하더라도 반드시 하나의 교과서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국사를 예로 들며 교과목에 따라 다른 판단이 나올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한 재경지법 판사는 "23년 전 헌재의 판단이 국정 제도를 합헌으로 인정했지만, 이는 국어교과서에 대한 판단인 만큼 현재 논란이 되는 국사교과서에 대해 다른 판단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며 "다시 헌법소원이 제기되면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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