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변호사 "난민 왜 돕냐고요? 약한 사람이니까요"

김종철 변호사 "난민 왜 돕냐고요? 약한 사람이니까요"

박보희 기자
2016.01.09 09:27

[the L]공익법센터 어필 설립 5년만에 '변호사공익대상' 수상

김종철 공익법센터 어필 대표변호사는 지난 6일 공익법센터 어필 사무실에서 "우리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인 난민에 대한 처우가 곧 우리사회의 인권 수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종철 공익법센터 어필 대표변호사는 지난 6일 공익법센터 어필 사무실에서 "우리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인 난민에 대한 처우가 곧 우리사회의 인권 수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만나자마자 이주아동 구금 문제를 꺼냈다. 인사를 나눌 시간도 없이 난민들의 인권 침해 상황과 이를 개선할 방안을 말하는 그. 형체가 없는 열정이라는 단어에 모양이 있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공익법센터 어필의 김종철 변호사(45·연수원 36기)를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 변호사는 지난 7일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와 대한변협인권재단이 공동 주관하는 변호사공익대상을 수상했다. 난민과 인신매매 피해자, 구금된 이주민, 다국적기업에 의한 인권침해 피해자 등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권리구제와 인권신장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았다.

그는 "감사하고 격려가 되는 것 같으면서 동시에 정신이 번쩍 든다"며 "일을 잘 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돌아봤다"고 소감을 말했다.

◇ "난민 처우…인권 수준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

한 나라의 인권 수준을 보려면 가장 취약한 사람이 어떤 대우를 받는지 보라는 말이 있다. 김 변호사는 "우리 사회가 약자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난민에 대한 영역"이라며 "우리 사회 인권 수준에 대한 리트머스 시험지 같다"고 말했다.

최근 시리아 내전으로 난민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기는 했지만, 국내에서 '난민'이라는 영역은 여전히 생소하다. 특히 김 변호사가 어필의 문을 열었던 지난 2011년에는 한국에도 난민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조차 많지 않았을 때다. 그는 왜 난민이라는 분야에 뛰어들었을까.

김 변호사가 이 일을 시작한 것은 사법연수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연히 난민지원단체에서 자원봉사를 하다 만난 난민들의 '이야기'에 매료됐다. 죽음의 문턱에서 우여곡절 끝에 한국까지 온 난민들은 저마다 영화같은 사연들을 갖고 있었다.

"해외토픽에서나 볼 수 있을 이야기들이 많았어요. 케냐의 어느 부족에서는 남편이 죽으면 시동생과 결혼을 하거나 남편 쪽 가족 누군가와 성관계를 해야 저주가 풀리는 악습이 있다고 해요. 그래서 유독 이 지역 출신만 에이즈 감염 비율이 높죠. 부족 간 일어나는 일에 개입을 꺼리는 정부는 도움이 되지 못했고, 이것 때문에 도망나온 케냐 여성을 만났어요. 이 사람 뿐만이 아니에요. 이야기를 듣다보면 세상에 이런 일도 있구나 싶은 일들이 정말 많아요."

난민이라는 주제에서 출발해 지금은 인신매매 피해자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게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는 이주민들까지 조금씩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하지만 그 바탕에 깔린 주제는 '한국 사회 속의 난민들'이다.

◇ "난민은 '착한'사람이 아닌 '약한'사람…그래서 도와야 한다"

'난민'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잠재적 범죄자'나 '세금을 축내는 이방인' 등 불안 요소로 보는 이들이 많다. 한국에 왜 왔느냐며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어떤 난민은 불이 났을 때 어디로 피할지 정해놓고 가는 것이 아닌 것처럼 무작정 열린 곳으로 가다보니 한국에 오게 됐다고 말하더군요. 선택의 여지가 있었다면 한국보다 처우가 좋은 곳을 갔겠죠. 대부분 주변 국가로 가는데 이조차 힘들 경우 더 먼 곳 예를들면 한국으로 오게 되는거에요. 그래서 한국까지 온 난민들 중에는 특히나 힘든 과정을 거친 이들이 많아요."

김 변호사는 "난민들은 당장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할 뿐 특별히 도덕적이거나 착한 사람들은 아니다"고 말했다. 의외다. 그렇다면 그는 왜 난민이라는 주제를 선택했을까.

"약자들이 항상 착한 사람들은 아니고, 이 사람이 착하기 때문에 지원을 하는 건 아니죠. 약하기 때문에 지원하는 겁니다. 특히 한국같은 인종차별적 사회에서 난민들이야 말로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죠."

김종철 공익법센터 어필 대표변호사는 지난 6일 "난민은 착한 사람이 아닌 약한 사람이기 때문에 도와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종철 공익법센터 어필 대표변호사는 지난 6일 "난민은 착한 사람이 아닌 약한 사람이기 때문에 도와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난민법 제정 뿌듯…이주아동 구금 제도 개선 시급"

어필은 100% 후원 만으로 재정을 충당한다. 난민에게 수임료를 받을 수는 없을테니 당연해보이지만 운영자 입장에선 어려운 일이다. 그 역시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는 "변호사가 다른 사람의 후원으로 살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고 말했다. 그가 어필의 문을 열 수 있었던 것은 지인들의 도움이 컸다.

"동료 변호사 두 명이 시작도 하기 전 1000만원 씩 기부를 해줬어요. 반갑지만은 않더라고요. 할지 말지 고민 중인데 무슨 기부냐고 하니 안할꺼면 그 돈으로 여행이라도 다녀오라고 했어요. 큰 힘이 됐죠. 막상 시작하고 나서는 오히려 걱정 없었어요."

어필은 지난 4일로 5번째 생일을 맞았다. 그는 지금까지 큰 어려움없이 지원사업을 이어올 수 있었던 비결로 작지만 잘 할 수 있는 일을 차근차근 해왔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인신매매 피해자 지원건을 스스로 잘한 일로 평가했다. 국내 외국인 인신매매 피해자가 있다는 사실도 생소하다. 김 변호사는 연예비자로 들어왔지만 성매매를 위해 인신매매 당한 여성, 원양어선에서 일하려고 한국에 왔지만 여권을 뺏기고 하루 18시간씩 맞으며 일하는 선원 등의 사례를 이야기했다.

난민법 초안을 만들고 법 제정을 이끌어 낸 것도 뿌듯한 일 중 하나다. 한국은 지난 2013년 난민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유일하다. 난민법 제정 후 우리 사회는 난민에게 좀 더 친절해졌을까.

"법이 생겼다는 것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이행과 관련해 여전히 문제가 많아요. 외국인에 차별적인 법과 제도도 많고요. 예를들면 헌법의 인권 주체가 사람이 아닌 국민으로 돼있어요. 사람들의 차별적 의식도 여전하죠. 사회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 정부 차원의 장기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봐요."

특히 당장의 숙제로 이주구금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외국인들은 추방 당하기 전 외국인보호소에 구금을 당한다. 난민들의 경우 난민심사 과정에서 수개월에서 수년씩 구금을 당하기도 한다. 문제는 구금 결정에 사법심사도 없고, 구금 기간에 대한 제한도 없다는 점이다.

"가장 야만적인 제도 중 하나라도 생각해요. 특히 아동 구금은 당장 근절돼야 합니다."

[Who is?]

김종철 변호사는 고려대를 졸업하고 44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가 됐다. 사법연수원(36기) 시절 국제난민지원단체인 '피난처'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난민 인권에 관심을 갖게 됐다. 고민 끝에 지난 2011년 1월 난민 등 이주민을 위한 공익법센터 어필을 설립해 지난 5년간 난민과 구금 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의 권리 구제를 위해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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