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노란봉투법이 남긴 숙제

[기자수첩]노란봉투법이 남긴 숙제

세종=김사무엘 기자
2026.04.23 05:00

그동안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에 대한 여러 우려들이 제기될 때마다 정부의 일관된 입장은 "과도한 우려"라는 것이었다. 사용자성 판단이나 노동쟁의의 범위 등과 관련해 산업현장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에도 정부는 "사실과 다름" 혹은 "가능성이 낮다"는 등의 표현으로 우려를 일축해 왔다.

합리적 이성에 기초한 인간을 전제로 한다면 정부의 설명도 이해는 간다. 갈등이 있어도 노사가 합리적 대화를 통해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고, 아쉬운 부분이 있더라도 서로 양보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일각에서 제기되는 과도한 교섭 우려나 무차별 파업 등은 발생할 일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 일이란 언제나 예상을 벗어나고 인간의 행동은 합리성만으로 설명되진 않는다. 최근 CU 물류센터에서 벌어진 화물연대 조합원의 사망 사고는 정부가 예상하던 상황은 아니었을 것이다. 개정 노조법으로 하청 노동자가 원청 기업과 원활히 교섭하고 노동자들의 처우도 개선되길 바랐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물론 CU 사태의 책임을 오롯이 개정 노조법탓만으로 돌리기도 어렵다. 애초에 노란봉투법은 다단계 하도급 구조하에서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권리를 찾기 위한 방안이었고 노란봉투법 이전에도 소송 등의 절차를 통해 인정돼 왔던 권리였다. 정부도 노란봉투법 시행 초기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사 협의체 운영, 시행령·지침 마련 등의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번 CU 사태에서 보여준 정부의 입장은 다소 실망감을 남긴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사안은 개정 노조법에 따른 원·하청 교섭문제를 넘어선 상황"이라며 "안타깝다"는 입장뿐이었다. 개정 노조법 시행에도 "아무 일 없을 것"이라는 예상을 벗어나 사망 사고까지 일어나자 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정책은 만드는 것 만큼이나 시행 이후 부작용이 없도록 안착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이번 사태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이후 정부가 추진할 일련의 노동정책에 대한 신뢰도 문제와도 연결된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 근로자추정제, 포괄임금제 폐지, 정년연장, 근로시간단축 등 이번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과제는 모두 기대요인 만큼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상당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노란봉투법처럼 정책을 시행하고도 연착륙을 위한 책임을 방기한다면 이후 추진할 정책도 '제2의 노란봉투법'이란 꼬리표를 떼기 어렵다. 정부는 그저 안타깝다고만 할 게 아니라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끝으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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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무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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