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4월 22일.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한 마트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해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이날 오후 6시20분쯤 환자복을 입은 30대 남성이 마트에 들어왔다. 그는 진열된 소주를 꺼내 마신 뒤, 판매 중이던 흉기의 포장을 뜯고는 갑자기 일면식 없는 여성 2명에게 마구 휘둘렀다.
장 보러 마트를 찾았다가 흉기에 찔린 60대 여성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사망했고, 40대 여성 직원은 전치 5주의 부상을 입었다. 이 직원은 살려달라고 애원해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흉기 난동을 벌인 이는 김성진(당시 33세)이었다.
김성진은 범행 이후 행인을 향해 흉기를 휘두르며 "들어가, 들어가"라고 소리친 뒤, 마트 매대에 진열된 과자 더미 속에 흉기를 숨겼다. 이후 그는 마트에서 약 50m 떨어진 인근 골목으로 이동해 담배를 피우며 누군가와 통화하는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제가 마트에서 사람을 두 명 찔렀다", "여기 위치 추적하면 안 되냐"며 경찰에 자진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이 다가오자 "기다려, 담배 피우고 갈게"라고 말하는 등 뻔뻔한 모습을 보였다.

김성진은 체포 과정에서 "입원해 있는 병원 의사가 나를 죽이려 해 자살을 시도하려다가 겁이 나 다른 사람을 해쳤다"며 횡설수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신 감정 결과 김성진은 사이코패스로 판명됐으며, 그의 범행은 불특정 다수를 향한 이상 동기 범죄로 분석됐다.
서울경찰청은 "범행의 잔인성과 피해의 중대성이 인정되고 범행의 증거가 충분하며 범죄 예방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김성진의 신상정보 공개를 결정했다.
김성진은 2013년 상세 불명의 인격장애 등의 진단을 받았다. 정신과 약을 먹지 않으면 분노 조절 등 감정 제어가 어렵다는 걸 알았지만, 정신과 진료를 받거나 약을 제대로 먹지 않았다. 약을 먹으면 기분이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김성진은 약을 먹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에겐 잘 들리지도 않을 정도의 작은 소음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2023년 11월 마지막 처방을 받은 후 약 대신 술에 의존한 그는 이웃과 층간소음 분쟁을 일으키거나 술에 취해 폭력 범죄를 저지르기도 했다.
범행 이틀 전, 술에 취해 걷다 넘어져 손가락 골절상을 입은 김성진은 마트 인근 정형외과에 입원한 뒤 병원 내 소음 등에 분노를 느껴 범행을 결심했다. 그는 "누군가를 죽여 분노를 풀고 교도소에 들어가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범행 동기를 밝혔다.
독자들의 PICK!
재판 과정에서는 김성진의 잔혹한 범행이 드러났다. 김성진은 범행 전 칼날을 손끝에 찔러보며 칼이 잘 드는지 확인했고, 흉기를 피해 도망가려는 60대 여성을 길가까지 쫓아가 해쳤다.
범행 직전 CC(폐쇄회로)TV를 바라보며 자신이 자주 드나들던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 인증 손 모양을 만들어 보이기도 했다. 김성진은 '경찰에서 CCTV 영상을 찾을 테니 마지막 인사를 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해 7월 열린 결심 공판에서 김성진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이와 함께 30년간 전자장치 부착 명령과 '일베' 사이트 접속 금지 등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아무런 원한 관계나 갈등도 없었던, 일면식조차 없는 피해자들을 상대로 한 범행"이라며 "피고인에게는 교화 가능성이나 인간성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사회로부터 영원히 추방해 법이 살아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며 "가석방 등으로 출소할 수 있는 무기징역으로는 부족하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8월 19일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나상훈)는 김성진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과 준수사항 이행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범행) 대상의 특정과 도구 준비, 실제 범행 실행 전체 과정을 비춰볼 때 사건은 단순한 우발 범행이 아니라 계획 범행으로 보인다"면서도 "가석방을 제한하거나, 이를 위한 심사 절차를 엄격히 하는 방법 등으로 자유를 박탈하는 무기징역의 효과를 충분히 달성하는 방법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성진은 최후진술에서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분들께 죄송하다"며 "평생 속죄하고 살겠다"고 말했으나, 1심 판결 직후 항소장을 제출했다. 사형을 구형했던 검찰도 곧이어 항소했으나, 지난해 11월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단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