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회장 출마자격 경력제한 시도…로스쿨 출신 반발

변협, 회장 출마자격 경력제한 시도…로스쿨 출신 반발

유동주 기자
2016.02.16 08:20

[the L리포트][1년 남은 변협선거 벌써 후끈]① '사시존폐' 맞물려 기싸움 팽팽

하창우(61·사법연수원 15기) 대한변호사협회 제48대 신임 회장이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협회기를 흔들고 있다. 하 신임 회장은 '검사평가제 도입', '상고법원 반대' 등을 전면에 내걸고 당선됐다. 2015.2.23/사진=뉴스1
하창우(61·사법연수원 15기) 대한변호사협회 제48대 신임 회장이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협회기를 흔들고 있다. 하 신임 회장은 '검사평가제 도입', '상고법원 반대' 등을 전면에 내걸고 당선됐다. 2015.2.23/사진=뉴스1
서울지방변호사협회 임원들이 2014년 1월 24일 오후 서울 강남대로 일대에서 사법시험 존치 필요성 알리기 위한 거리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앞줄 우측 나승철 전 서울지회 회장, 가운데 김한규 현 서울지회 회장, 뒷줄 우측 두번째 최근 새누리당에 입당한 변환봉 전 서울지회 사무총장)/사진=뉴스1
서울지방변호사협회 임원들이 2014년 1월 24일 오후 서울 강남대로 일대에서 사법시험 존치 필요성 알리기 위한 거리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앞줄 우측 나승철 전 서울지회 회장, 가운데 김한규 현 서울지회 회장, 뒷줄 우측 두번째 최근 새누리당에 입당한 변환봉 전 서울지회 사무총장)/사진=뉴스1

대한변호사협회가 내년 1월 차기 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선거관련 회칙·규칙 개정을 추진중인 가운데 로스쿨 출신들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실제 개정이 이뤄질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변협이 추진중인 개정안은 협회장 출마자격을 변호사 경력 5년에 전체 법조경력 15년 이상으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재는 출마자격을 법조경력으로 제한하는 규정은 없다. 변협에 따르면 개정안은 15일 이사회를 통과해 29일 예정인 총회에서 가결여부가 결정된다.

◇반복되는 변협의 '출마자격 제한' 개정 시도 "젊은 협회장 안돼"

변협의 이같은 협회장 선거관련 회칙규칙 개정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4년 9월 위철환 협회장 시절에도 개정을 위해 상임이사회에 관련 안건을 상정하기로 했다가 일부 변호사들의 반대로 상정되지 못했다.

반대에 나선 변호사들은 개정 전에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 절차가 필요하고 협회장 출마 자격을 법조경력 15년 이상으로 제한하는 것은 지나친 피선거권 제한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변협은 경륜이 많은 협회장을 선출해 회무집행을 원활하게 하고, 선거과열을 방지하겠다는 의도로 개정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도 변협은 "재야 법조계를 대표하는 변협의 수장은 대법관 등에 준하는 법조경력을 요한다"는 개정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대법원장·대법관은 20년, 헌법재판관·검찰총장은 15년 법조경력이 필요하다. 변협은 이들과 법조경력을 맞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지난 4일 변협은 설명회를 열어 형식상의 공청회 절차를 마친 셈이다. 이어 15일 열린 이사회에서도 관련 개정안은 통과됐다.

◇한법협 "수십년간 없던 자격제한, 이제와서 만드는 의도 뻔해"

이에 대해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단체인 한국법조인협회(한법협)는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정욱 한법협 회장은 "어떤 핑계를 대도 결국은 로스쿨 출신 법조인들을 상대로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시도일 뿐"이라며 "지난 수십년간 없던 규정을 이제 와서 만들려는 것만 봐도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전체 변호사의 70% 이상이 소속된 서울지방변호사회가 10년 이상으로 회장 출마자격 제한을 걸었던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변협이 기득권을 수호하려는 치졸한 행동을 보이는 것"이라며 "서울회의 개정 사례처럼 최소한의 신뢰보호 규정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변협의 개정 시도가 기성 변호사들의 기득권을 보호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다. 아울러 현재 배출된 로스쿨 변호사들의 피선거권을 제한해서도 안된다는 의견이다. 한법협 측은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수년전 서울지회 '기득권 vs. 소장파' 싸움 '데자뷔'

변협의 지난 2014년과 올해 개정시도는 사실상 '데자뷔'에 가깝다. 앞서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지난 2011년경부터 2012년 1월 개정을 성공하기까지 겪은 과정과 내용에서 거의 같기 때문이다. 서울지회는 회장 출마자격 관련 개정시도 과정에서 소송까지 가는 치열한 내홍을 겪은 바 있다.

2011년 4월 서울지회는 임시총회에서 회장 선거 출마 자격을 법조경력 10년, 변호사경력 5년 이상으로 제한한 임원선거규칙을 가결시켰다. 2012년부터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배출되는 것에 대비해 경력이 짧은 후보 난립을 막겠다는 의도였다. 아울러 2011년 1월 선거에서 오욱환 당시 서울지회 회장 당선자에게 26표차로 낙선한 나승철 변호사 등 청년변호사들의 출마도 제한하려는 목적이었다.

결국 나 변호사 등은 소송을 통해 서울지회 임시총회에서 '회칙'이 아닌 '선거규칙'을 개정하는 방식으로 중요한 회원권리인 피선거권을 제한한 것은 무효라는 판결을 얻어냈다. 이후 서울지회는 부칙에 '개정 전까지 회원인 변호사는 출마자격을 갖는 것'으로 단서를 달았다. 사실상 나 변호사 등과 타협한 셈이어서 부칙을 단 개정안은 2012년 1월 통과됐다.

결국 나 변호사 등 청년변호사들은 선배 변호사들과 소송까지 가는 싸움을 거쳐 그때까지 배출된 사법연수원 41기까지의 '피선거권'을 지켜냈다.

◇로스쿨 변호사들 피선거권 지켜낼 수 있을까?

로스쿨 1기 일부 변호사들 외에는 서울지회 회장 출마도 제한된 상태에서 변협 회장 출마자격도 박탈당한다면 로스쿨측은 향후 법조계에서 불리한 입지를 그대로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법시험 존치와 폐지 이슈가 아직도 법조계의 가장 뜨거운 문제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피선거권 박탈'은 로스쿨 측 힘빼기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법협을 중심으로 한 연차가 낮은 로스쿨 변호사들이 서울지회 개정 당시 소위 '소장파' 청년변호사들이 '부칙'을 통해 피선거권을 지켜낸 것과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을 지에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현재 5년차 이하인 로스쿨 변호사들은 실제로 당장 변협 회장 선거에 직접 출마할 가능성은 낮지만 '피선거권'자체를 박탈당하는 것은 큰 의미가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향후 최소 10년이상 로스쿨 출신은 협회장 선거에 출마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피선거권이 유지되면 로스쿨 변호사가 출마한 뒤 선거과정에서 후보단일화 등을 통해 영향력을 발휘하는 방법이 가능하다.

특히 로스쿨 측은 사시존치를 주장하는 연수원 출신 기성 변호사들이 선거를 통해 변협과 서울지회를 장악해 회무활동과 공약사항이라는 이유로 사시존치를 추진하는 데에 크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연수원과 로스쿨로 양분돼 있는 법조계 구도에서 향후 2~3년내에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더 많아짐에도 불구하고 대표성은 10년 이상 갖지 못한다는 것은 로스쿨 측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로스쿨 측은 사시폐지와 로스쿨로의 법조인 양성제도 일원화가 법정화 돼 있음에도 변협과 서울지회의 강력한 사시존치 추진이 이를 뒤집는 시도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승철 변호사가 서울지회 회장에 당선된 2013년 1월 이후 서울지회의 예산과 집행력을 중심으로 한 사시존치 활동이 활발해졌다.

지난 2015년엔 나승철 회장시절 부회장 출신인 김한규 현 서울지회 회장이 역시 사시존치를 걸고 회장 자리를 이어가고, 하창우 협회장도 사시존치를 공약으로 변협 협회장에 당선됐다. 지난해 양단체가 힘을 합해 사시존치에 집중하면서 12월초 법무부의 '사시폐지 4년 유예발표 사태'로 이어지는 등 변호사단체의 로비력과 영향력은 무시하기 힘들다.

결국 변협 회장선거 피선거권은 단순히 재야 법조계 수장을 '연륜있는 변호사가 맡아야 한다'는 장유유서(長幼有序)의 '당위성' 문제가 아니다. 여전히 유동적인 '법조인 양성제도'를 흔들거나 지키는 기반을 어느 쪽이 갖느냐의 문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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