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범죄자 신상공개]① '신상공개명령' 명확한 기준 없어 혼란

[性범죄자 신상공개]① '신상공개명령' 명확한 기준 없어 혼란

송민경 (변호사) 기자
2016.02.25 10:45

[the L리포트] 근거 법률엔 원칙 공개 예외 비공개 규정 뿐…세부 가이드라인 필요

성범죄자를 대상으로 신상정보를 공개하란 명령인 '신상정보 공개명령'이 내려지는 명확한 기준이 없어 피고인과 변호사가 애를 먹고 있는 가운데 형벌의 양형기준과 같은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1월에는 여제자 7명을 포함 총 9명의 피해자를 2008년부터 2014년 7월 사이에 상습적으로 추행한 전 서울대 교수 강모씨 사건이 이슈가 됐다.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피해자들을 인적 신뢰관계를 이용해 반복적으로 강제 추행했으므로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실형과 함께 개인신상정보를 3년간 정보통신망에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또 지난 8일에는 모바일 게임에서 만난 초등학생 2명과 성관계를 맺은 대학생이 징역 4년을 선고받았으나 신상정보 공개명령은 면제받았다. 다시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작다는 것이 이유였다.

위 사례들처럼 성범죄자들의 범행 내용이나 수법 등의 정도가 심각한 경우 법원에서는 징역 등의 형벌 외에 부가적으로 신상정보를 공개하라는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재범의 위험이 없거나 다른 이유가 있으면 신상정보 공개명령은 내려지지 않으며 이는 여러가지 요소를 고려해 법관이 결정한다.

보안처분에 해당해 관련 법률에 명확한 기준 없어…원칙은 의무로 규정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법)과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에 신상정보공개명령과 관련한 내용이 규정돼 있다.

아청법 제49조는 법원이 판결로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명령을 등록대상 사건의 판결과 동시에 선고해야 한다며 이를 의무로 규정했다. 다만 피고인이 아동·청소년인 경우나 그 밖에 신상정보를 공개하여서는 안 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있다고 예외도 규정해 뒀다. 그러나 역시 자세한 기준은 규정돼 있지 않다.

하희봉 변호사(은율종합법률사무소)는 "형벌의 경우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라 어떤 범죄가 있으면 어떤 형벌이 내려질지 예측이 가능한데 신상정보 공개의 경우에는 그런 예측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관련 판례를 모아 축적해 나름의 기준을 설정할 순 있겠지만 개별 사건마다 사안이 워낙 달라 예측이 어렵단 얘기다.

신상정보 공개는 형벌이 아닌 '보안처분'에 해당해 형법의 각종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보안처분이란 범죄자에 대해 형벌 이외에 형벌을 보충, 대체하는 의미로 국가가 시행하는 강제 조치를 말한다. 주로 자유를 빼앗거나 권리를 제한하는 조치들이다. 신상정보 등록, 공개, 고지, 또는 전자발찌 착용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보안처분이 만약 형벌과 같다면 형법의 '이중처벌 금지 원칙' 때문에 형벌 외에 따로 보안처분을 부과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보안처분은 형벌이 아니므로 형벌과 함께 부과할 수 있다. 다만 형벌을 내릴 때의 양형 기준과 같은 기준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고 보안처분을 내릴 것인지에 대한 법관의 재량이 넓게 인정된다.

신상정보 공개명령엔 나이, 직업, 환경, 처벌 의사 유무, 피해 사실 등 고려돼

머니투데이 더 엘(the L)에서 관련 사례를 분석한 결과 신상정보 공개명령을 내릴 때 법관은 피고인과 관련된 요소로는 △ 나이 △ 직업 △ 환경 △ 가족관계 △ 연령 △ 직업 △ 재범위험성 △ 범행과정 △ 공개로써 피고인이 입을 불이익 △ 가족이 피고인을 돌보며 선도할 가능성 등을 고려하고, 피해자와 관련된 요소로는 △ 처벌 의사 유무 △ 피해 사실 등을 주로 살펴 결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원일 변호사(법무법인 전문)는 "성범죄를 예방하려는 목적으로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원이 기계적으로 기준을 만들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양형과 유사한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을 것으로 보여 특별히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죄질이 나쁘면 양형도 높게 나오고 그에 따라 보안처분도 함께 부과된단 얘기다.

신인경 변호사(법무법인 평강)는 "신상정보 공개명령 자체는 보안 처분이지만 형벌에 준하는 정도로 피고인의 불이익이 크다"며 "양형 기준처럼 나름의 기준이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양형기준은 2009년 만들어져 법관이 형을 정할 때 고려돼야 할 기준을 제시했다. 강제된 것은 아니지만 이 기준에 벗어나는 판결을 하는 경우 판결문에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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