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사각지대 놓인 '정서적 학대'

법률 사각지대 놓인 '정서적 학대'

박보희 기자
2016.03.16 07:31

[the L리포트][아동학대 신고법]② 외상 없으면 조사조차 어려워…"구체적 기준 마련해야"

사진=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사진=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아이 몸에 피멍과 같은 신체적 폭행 흔적이 분명하게 발견되면,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학대행위자와 즉각 격리조치를 하는 등 '응급조치'를 할 수 있다. 학대 행위자가 부모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외상이 분명히 보이지 않은 정서적 학대나 방임 행위같이 눈으로 드러나는 증거가 없다면 관계 기관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외상 없으면 조치 어려워…아동학대 '사각지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61조는 업무를 수행중인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직원을 폭행 또는 협박하거나 위계 또는 위력으로 업무수행을 방해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또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직원을 상해에 이르게 한 때는 3년이상 유기징역에, 사망에 이르게 할 때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폭행이나 협박까지 이르지 않을 경우에 강제로 수사를 하기는 힘들다. 경찰청 관계자는 "법적으로 현장출입조사권은 있지만 확실히 아동학대로 볼 수 있는 상황이 있어야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서 어느 정도까지 조사를 할 수 있는지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가 않다"고 토로했다. 이어 "조사 결과 아동학대가 아니라고 판단될 경우 강제로 수사를 당한 피해자는 경찰과 조사기관에 피해보상을 청구 하는 등 법적 조치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도 "작은 상흔이나 방임과 같은 경우는 강제로 조사를 할 수 있는 법과 제도가 부족하다"며 "학대 사실이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경우 행위자가 조사를 거부하면 주변에서 신고가 들어왔더라도 현행법상 강제적인 조치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서적' 학대도 '학대'…'훈육'과 '학대'는 다릅니다

'정서적 학대'와 '방임'도 신체적 학대 못지않은 분명한 학대다.

법원은 '정서적 학대' 행위에 대해 엄격한 판단을 내리고 있다. '학대 의도가 없더라도' '훈육의 의미가 내포됐더라도' '신체의 손상까지 이르지 않아도' '당장 아동에게 특별한 변화나 징후가 보이지 않아도'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을 저해하는 결과가 발생할 위험 또는 가능성' 만으로도 학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A 어린이집 원장은 재롱잔치를 준비하며 생후 28개월 된 아이의 머리를 스폰지 블록으로 때렸다. 원장은 연습 중 훈육 차원에서 머리를 가볍게 친 것에 불과할 뿐 학대할 의도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를 학대로 판단했다. 의정부지방법원은 "훈육의 목적이나 의도가 내포됐더라도 적정한 방법이나 수단의 한계를 넘어섰다"며 "이 사건 이후 피해아동에게 특별한 변화나 징후가 보이지 않았다고 해서 피고인의 행위가 피해아동의 정신건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이 사건에 대해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 행위는 아동의 정신건강과 그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한 경우 뿐 아니라 그 결과 초래할 위험 또는 가능성이 발생한 경우도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또 "반드시 아동에 대한 정서적 학대의 목적이나 의도가 있어야만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며 "자기의 행위로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을 저해하는 결과가 발생할 위험 또는 가능성이 있음을 미필적으로 인식하면 충분하다"고 봤다.

신진희 변호사는 "신체적으로 때리고 가두는 행위는 누구나 학대라고 생각하지만 정서적 학대에 대한 부분은 어떤 것이 훈육인지 또 학대인지 과도기적인 상황"이라며 "부모로서 훈육으로 생각했던 것이 아동학대라라 판단되는 경우도 있다. 부모에 대한 교육과 상담 등이 필요한 이유"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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