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랭해지는 美 통상환경, "규제대응 비용, 큰폭증가 우려"

냉랭해지는 美 통상환경, "규제대응 비용, 큰폭증가 우려"

황국상 기자
2017.03.15 16:26

[the L리포트]美행정부, 통상규제 강화 잇딴예고.. "대응시스템 사전구비, 미충족시 경제적 손실급증 우려"

지난 14일 오후 서울 태평로 대한상공회의소 대회의실에서 법무법인 율촌, 대한상공회의소,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스텝토앤존슨 공동주최로 '한·미 FTA와 최근 통상이슈'라는 주제의 세미나가 열렸다. /사진제공=법무법인 율촌
지난 14일 오후 서울 태평로 대한상공회의소 대회의실에서 법무법인 율촌, 대한상공회의소,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스텝토앤존슨 공동주최로 '한·미 FTA와 최근 통상이슈'라는 주제의 세미나가 열렸다. /사진제공=법무법인 율촌

15일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된 지 만으로 5년이 됐지만 한·미 양국의 통상환경은 종전보다 경색될 것이란 우려가 우세하다. '미국 제일주의'를 내세우며 국수주의적 통상조약 재협상을 천명해 온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데 따른 것이다.

"한국·미국 양국이 체결한 가장 포괄적이며 높은 수준의 FTA(자유무역협정)"이라는 찬사를 받고 출범한 한·미 FTA체제이지만 5년이 지나는 동안 양국의 시각차는 크다는 지적이다. 국내기업으로서도 한·미 FTA 재협상이나 미국 통상규제 강화를 미리 염두에 두고 사전대응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美통상규제 대응시스템 구축필수, 유럽·일본은 이미 1980~90년대 구축"

미국계 로펌 스텝토앤존슨의 리처드 O. 커닝햄 파트너 변호사는 지난 14일 서울 태평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법무법인 율촌, 대한상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공동주최로 열린 '한·미 FTA와 최근 통상이슈' 세미나에 참가해 "향후 미국당국이 제기하는 반덤핑 관세나 상계관세와 관련한 공격은 더 방어하기 어렵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커닝햄 변호사는 "미국으로 수출하는 기업들은 포괄적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 미국에서 실제 덤핑이 이뤄지고 있는지, WTO(세계무역기구) 기준을 위반할 소지가 있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며 "이미 유럽·일본 기업들은 1980~90년대를 거치는 과정에서 미국의 통상규제 강화에 대응한 아주 상세한 모니터링 플랜을 도입·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같은 시스템을 도입·운용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지만 미국의 통상규제에 노출도가 높은 철강·가전·화학 등 업종의 한국기업은 이같은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통상분쟁이 제기될 때 한국기업이 미국당국에 제출해야 할 서류마감 기일도 짧으면 2주일에서 길어야 1개월 정도로 주어지는데 이를 연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제한된 시간 내에 미국 통상당국이 요구하는 자료를 제공하지 못할 경우 미국당국의 임의로 조사대상 기업에 가장 불리한 세율을 적용하는 AFA(불리한 가역정보) 제도가 적용돼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기업은 물론 이들 조사대상 기업을 대리하는 로펌과 회계법인에도 상당한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 철강, 가전 등 업종에서의 미국 경상적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등 이유로 한·미 FTA를 '나쁜 협약'이라고 지적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車·IT·농식품·타이어 업종 세율인상 가능성, "美, 기존협정 전면개정에 강한의지"

이미 트럼프 대통령 뿐 아니라 미국의 통상부문 고위 당국자들은 "미국 국익을 위해서라면 WTO 규정을 어기는 것도 감수할 것"이라거는 등 경제적 국수주의자로서의 면모를 노골적으로 내비쳐왔다. 특히 미국의 현 행정부는 한·미 FTA 뿐 아니라 NAFTA(북미 자유무역협정), 중국의 WTO 가입 등으로 자국내 제조업 일자리가 감소하고 무역적자가 늘어나는 등 불이익을 입어왔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전면적으로 'TPP(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 불참'을 선언하고 종전의 양자간 경제협정의 재협상을 선언한 것도 이같은 경제적 국수주의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TPP와 같은 다자간 협상에서는 미국보다 힘이 약한 나라들이 미국과 동등한 자격으로 협상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해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반면 양자협상에서는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영향력을 여실히 발휘할 수 있는 만큼 미국은 다자간 협상보다 양자간 협상을 더 선호한다는 얘기다.

이미 미국은 지난 1월에 NAFTA 재협상을 선언한 바 있고 실제 재협상은 5월경에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관세청 차장으로 공직을 마무리한 후 KIS정보통신 대표이사 등을 역임한 박상태 율촌 고문은 "미국은 NAFTA 재협상을 통해 상당한 양보를 얻어낸 후 한국을 압박할 소지가 크다"고 전망했다.

박 고문은 "미국은 무역불균형에 민감한 국가이므로 무역적자 축소를 위해 FTA 대상품목 전반에 걸쳐 협정세율 인하를 추구할 것"이라며 "자동차, 철강, 볼베어링 등 러스트벨트(과거 미국 제조업 중심지) 재건을 위한 품목군이나 한국의 대미수출 증가가 현저한 농수산식품, 전기전자, 기계, 타이어 등에 대한 협정세율 인상안이 나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자료제공=법무법인 율촌
/자료제공=법무법인 율촌

/자료제공=법무법인 율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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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개정시점은? "조속히 마무리해야" VS "NAFTA 재협상과정 볼 필요"

현대경제연구원장 등을 역임한 후 율촌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하태형 고문은 "미국은 기존의 FTA를 보다 자유롭고 더 공정한(Freer&Fairer) 협정으로 개정하겠다는 목표로 통상조약에 구애되지 않고 국익을 수호하고 미국 통상법을 엄격히 적용하고 해외시장 개방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며 이미 체결한 모든 FTA의 재개정을 추구한다고 밝혔다"며 "특히 미국은 NAFTA와 한·미 FTA로 인한 피해를 명시적으로 주장해왔다"고 밝혔다.

하 고문은 "한·미 FTA는 대폭개정보다는 소폭개정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며 "기존 한·미 FTA에 없던 에너지 교역부문이 새로운 장으로 추가돼 미국산 셰일가스 수입량 확대 등이 규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대적으로 추진할 공공인프라 투자에서 (한국기업 참여확대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한 차원에서라도 한·미 FTA 개정을 조속히 마무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 경제에 대한 수출기여도가 계속 줄고 있고 수출일변도 통상전략은 FTA 당사국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며 "한·미 FTA를 내수확대 기회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미국의 통상협정 재협상이 어떤 결과를 나을지 지켜본 후에 한·미 FTA 개정에 참여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커닝햄 변호사는 "NAFTA 재협상 후 특히 캐나다에서 어떤 변화가 감지되는지를 지켜본 후 한미 FTA 재협상에 임할 수 있도록 시점을 미루는 것이 좋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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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국상 기자

머니투데이 황국상입니다. 잘하는 기자가 되도록 많이 공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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