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리포트][Q&A] 회생절차 신청에서 인가까지 최단 4주, "충실한 서류준비와 사전합의 필요"

지난해 8월 하순부터 기업 회생절차(법정관리) 소요기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도입된 '프리패키지 제도'(Pre-Package, 이하 P플랜)가 활성화되려면 채권단·채무기업의 충실한 합의는 물론 다양한 창의적인 금융기법이 적용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지난 29일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에서 서울회생법원 주최로 열린 'P플랜 회생절차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서울회생법원의 부장판사들이 'P플랜 회생절차 일반론' '미국에서의 P플랜 회생절차'에 대해 발표한 후 참가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며 이같이 밝혔다.
P플랜은 '회생절차 신청' 이전단계에서부터 채권자·채무자 사이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회생계획을 미리 수립하도록 하고 법원이 이를 신속히 인가해 구조조정에 소요되는 기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도입됐다.
이날 간담회에는 금융위원회, 중소기업진흥공단, 시중·국책은행을 비롯해 국내 6대로펌, 국내 4대 회계법인 등 총 26개 기관의 구조조정 전문가들이 참가해 P플랜이 실제 어떻게 운용될 것인지에 높은 관심을 표했다.
아래는 이날 참석자 사이에 오고간 문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답변자로는 서울회생법원의 정준영 수석부장판사, 심태규 부장판사, 이진웅 부장판사가 나섰다.
문) 기존의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 방식의 구조조정을 진행하다보면 회생절차 신청에서부터 변제절차가 끝날 때까지 빨라야 3개월, 길면 9개월까지 소요되곤 한다. P플랜을 통해 회생절차를 진행할 때 산술적으로 얼마의 기간단축을 기대할 수 있을까.
답)법이 규정한 각종 절차에 소요되는 기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가정할 때 산술적으로 나오는 기간은 이론적으로는 단 4주다. 물론 실제 구조조정이 진행되기 위해 신주발행 등 절차를 거치면 시간은 더 소요될 수 있다.
하지만 채권의 종류나 규모, 채권을 확정하는 과정의 어려움, 개개기업의 사정 등 다양한 변수에 의해 기간은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채권단·채무자 사이의 충실한 합의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 그 합의에 기초한 사전회생계획안 역시 공정성과 형평성을 갖춰야 한다. 채권목록을 미리 철저하게 작성하는 것도 기간단축에 도움이 된다.
문) 회생절차가 진행되는 기간 내에 진행되는 신규자금지원은 채권금융기관의 부담을 키울 수 있다. 사전회생계획을 통해 '회생절차 종결 후 자금지원'을 실시하는 쪽으로 틀을 짜도 무방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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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원칙적으로 회생절차가 종결되기 위해서는 '회생계획에 따른 채무변제'가 시작돼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물론 회생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신규로 지원받은 자금이 아닌 기존 자금으로 변제를 시작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은 신규자금을 지원받는 경우가 많다.
P플랜을 통해 구조조정에 소요되는 기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되면 기업이 살아날 확률도 그만큼 높아진다. 채권금융기관의 입장에서도 (신규자금지원에 따르는 부담 등이 아니라) 회생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 더 주목해주시기 바란다.
문) 지금까지 성공적인 회생절차로 꼽히는 팬오션, 동양시멘트, 동양 등의 공통점은 적시에 좋은 M&A(인수합병) 인수자를 찾아 신규자금을 공급받고 효율적으로 기업을 정상화시켜 손실을 최소화했다는 점이다. 미국처럼 P플랜의 사전계획을 수립하는 단계에서부터 선제적으로 인수의향자를 발굴해서 그들과 함께 회생계획안을 짜도록 하는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답)법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법정(회생절차) 밖에서 채권자·채무자와 인수의향자가 MOU(양해각서)를 체결할 때 법원이 이를 허가하거나 미국법원이 일정 요건 하에 채권단·채무자 등이 작성한 RSA(구조조정 지원약정)를 그대로 승인하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다만 사전에 인수의향자와 논의하는 데 대해 모든 채권자가 이의가 없다는 점이 확인되는 등 경우에는 법원이 과감하게 그 M&A 계약을 끌고갈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채권자 일부가 이의를 제기하거나 공정성 훼손 등의 이슈가 발생할 경우 공정성을 중요시 여기는 회생절차에서는 새로운 비딩(입찰절차)을 해야할 필요가 생길 것이다. 사전에 협의를 거친 인수의향자와 새로운 비딩절차를 통해 나타난 새 인수의향자 사이에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이들에게 채무기업을 매각하는 등 방법을 고민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회생절차는 지금까지 '신청에서 종결까지'의 단계로만 간주됐지만 P플랜은 신청 이전 단계에서부터 준비해야 할 사항이 매우 커졌다. 그림을 그려넣어야 할 도화지가 아주 커졌다는 얘기다. P플랜 하에서는 훨씬 효율적으로 시장가치를 반영한 M&A 등 창의적이고 다양한 방법의 금융기법이 동원될 수 있다. 법원 내부적으로도 이와 같은 방식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 검토 중이다.
문) P플랜 하에서는 채권단, 특히 채권금융기관의 역할이 매우 커졌다. 어떻게 계획을 짜느냐에 따라 '신속한 구조조정의 종결'이라는 P플랜의 목적달성이 좌우될 수 있다. 역할이 커진 만큼의 권한을 채권금융기관에 부여해주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
답)법원이 채권금융기관에 무엇을 해줄 것인가에 대해 답하기 이전에 채권금융기관이 진정으로 무엇을 얻고 싶은지 되묻고 싶다. 통합도산법(채무자 파산 및 회생에 관한 법률)에만 해도 수백개 조문이 있고 다양한 제도가 도입돼 있다. 그 제도들을 활용해 채권금융기관이 로펌, 회계법인과 함께 주도적으로 그림을 그려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 회생절차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신속성, 예측가능성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지 여부다. P플랜을 통해 신속성은 확보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예측가능성을 어떻게 담보할 수 있을지가 문제다. 채권자·채무자가 사전계획을 작성하는 단계에서부터 법원이 참가해 회생절차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를 도입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답)미국 뉴욕남부 파산법원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P플랜의 실무절차에 대해 협의하는 과정이 나오기는 한다. 우리는 이같은 부분을 실무적으로 어떻게 할지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다만 법원은 재판을 하는 기관으로서 채권단·채무자 사이의 사전계획 작성단계에 개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법원 대신에 국내 로펌과 회계법인 등의 도산부문 전문가들이 참가하면 충분하다. 이들과 회생절차 신청 이전에 구조조정 전반에 대한 밑그림을 충실히 그려달라. 그림이 잘 그려지면 그만큼 신속하게 구조조정이 종결될 수 있다.
문) P플랜에 따르면 1회 관계인집회를 생략할 수 있고 2~3회 관계인집회도 한 번에 끝낼 수 있도록 돼 있다. 종전에는 1회 집회에 나와서 판사님께 이것저것을 질문할 수 있었지만 그와 같은 기회가 없어지는 셈이다. 회생절차 관련사항을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도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쉬운 문구로 공시토록 하는 절차를 마련해줬으면 한다.
답)P플랜이 촉박하게 진행될 경우 정보공개를 얼마만큼 해야할 지의 문제가 있다. 대형사안에 대해 회생법원 홈페이지를 통해 모든 자료와 일정을 공개해 국민들이 제대로 알고 기업을 평가하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관계인집회를 1회로 하는 대신 신속진행 사건에 대해서는 수차례 심문을 거치면서 다양한 의견을 법원이 들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문) 대형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의 경우에도 구조조정을 진행하다보면 해당기업의 특정 사업부문이나 사업장 등을 사고 싶어 하는 이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스토킹호스(Stalking Horse) 방식의 M&A가 가능해진다면 보다 유연하고 다양한 방식의 구조조정이 가능해 질 것으로 기대된다.
답)법원 역시 스토킹호스 방식의 M&A가 도입될 경우 중소기업의 구조조정이 매우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데 동감한다. 대기업의 구조조정이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는 반면 중소기업 관련 문제는 사전준비만 잘 된다면 순식간에 해결될 수도 있다. 충분히 검토하겠다.
;※스토킹호스 방식 : '들러리 후보' 등의 의미를 가지는 영어단어. M&A시 사전에 인수의향자과 가계약을 체결하되 추후 입찰에 참가한 인수의향자가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할 경우 종전의 가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 보다 높은 가격의 매각을 가능케 한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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