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안 때려도 심각한 정서학대…어린이집 수사

[단독]안 때려도 심각한 정서학대…어린이집 수사

방윤영 기자, 이동우 기자, 김영상 기자
2018.01.23 05:47

서울 성동구 어린이집 부모들, 동부지검에 고소…"정서학대, 뇌 발달에 치명적"

/삽화=이지혜 디자이너
/삽화=이지혜 디자이너

3살배기 아들을 둔 아빠 A씨(37)는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던 아이의 말을 단순한 투정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는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싫어했다. A씨가 거주하는 서울 성동구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해당 어린이집 근처에만 가도 몸을 뒤틀며 빨리 지나가자고 보챘다. "선생님 가", "싫어" 등 잠꼬대도 했다. 급기야 아이는 고열이 떨어지지 않고 아프기를 반복했다.

A씨는 뒤늦게 어린이집 보육 방식에 의구심을 갖고 이달 3일 어린이집에 찾아가 CCTV(폐쇄회로화면)를 확인했다. 그 결과 아이는 담임교사에게 정서적 학대를 의심할 만한 일을 당하고 있었다. 정서학대란 아동의 인성 발달에 손상을 입히는 행위로 언어적·정서적 위협, 감금이나 가학 행위 등을 모두 포함한다.

A씨에 따르면 담임교사는 점심 식사 시간에 아이가 싫어하는 반찬을 뱉어내자 자리에서 일어나 서 있게 했다. 음식물이 묻은 턱받이를 식판 위에 그대로 덮어버려 아이는 다시 식사를 할 수 없었다.

담임교사의 행동은 대체로 거칠어 보였다. 간식을 먹일 때 아이 목이 꺾일 정도로 음식물을 밀어 넣는 모습도 포착됐다. 물을 아이 입에 쏟아붓듯 먹이기도 했다. 물티슈를 바닥에 집어 던지거나 아이 한쪽 발목만 잡아당겨 일으켜 세우는 장면도 나왔다고 A씨는 설명했다. 지난해 11월부터 12월 중순까지 녹화된 분량만 확인한 내용이다.

같은 어린이집에 3살배기 딸 아이를 보낸 아빠 B씨(40)도 CCTV를 보고선 기가 막혔다.

화면에서 딸 아이가 낮잠을 이루지 못하자 담임 교사는 이불을 걷어버리고 방구석에 불러 앉힌 뒤 낮잠시간이 끝날 때까지 그곳에 있게 했다. 아이는 낮잠을 자지 못해 울고 혼나는 일이 다반사였다.

A씨와 B씨는 결국 해당 어린이집 원장과 주임·담임교사 총 3명을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로 서울동부지검에 고소했다.

A씨는 "아이가 아직 말도 서툴고 몸에 티 나게 맞은 것도 아니어서 (정서적 학대를) 금방 알아채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라며 "정서적 학대도 처벌 대상이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 검찰에 고소했다"고 말했다.

이 어린이집은 이달 4일 간담회 등을 열어 부모에게 사과하고 논란이 된 교사 2명을 퇴사 조치했지만 부모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는다.

22일 취재진이 어린이집에서 만난 부모들은 관할 성동구청에 '원장을 퇴출 시켜 달라'고 요구하는 진정서를 준비 중이었다. 진정서에 참여한 C씨(37·여)는 "그동안 어린이집에 불만이 있어도 아이에게 해가 갈 까봐 소극적으로 대처했다"며 "이번 기회에 어린이집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모 D씨(31·여)는 "구립 어린이집이라 더 믿었는데 구청의 안일한 태도와 원장의 무책임한 모습에 실망했다"며 "현실적인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어린이집 원장은 취재진에게 문자메시지로만 "(경찰) 조사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라며 "사건이 종결될 때까지 현재 재원 중인 아이들이나 교사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길 원한다"고 답했다.

보다 구체적인 해명을 듣기 위해 원장을 찾았으나 원장은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문제를 일으킨 교사 2명의 입장도 듣기 위해 연락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현재 동부지검의 지휘에 따라 서울 성동경찰서에서 이 사건을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초기라서 CCTV 등 증거를 먼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정서학대는 급격히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발간한 '2016 전국아동학대 현황 보고서'를 보면 2013년 3843건이던 정서학대는 2016년 1만2262건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전체 아동학대 중 43.1%(1만2262건)로 가장 많이 일어나는 유형으로 조사됐다. 신체학대는 38.2%(1만875건), 방임이 16.1%(4592건), 성학대는 2.6%(753건) 등이다.

전문가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정서학대가 직접적인 신체학대 못지 않게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한다.

이문수 고려대 의학과(정신건강의학교실) 교수는 "어른과 달리 아이들의 뇌는 발달 과정이기에 정서학대가 뇌에 더 큰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다만 이 교수는 "발달 중인 아이들은 타격도 쉽게 받지만 적절한 돌봄을 받는다면 그만큼 빨리 회복할 수도 있다"며 "어린이집을 바꾸는 등 아이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장화정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은 아동 정서학대의 근본적 대책으로 보육 환경 개선을 꼽았다. 장 관장은 "어린이집·유치원에서 각 교사가 담당하는 아이 수를 줄이고 업무량을 조정하는 등 근무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며 "그래야 아이들을 더 잘 볼 수 있고 정서학대도 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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