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TX·이석기 등 '재판거래' 사건 '재심' 특별법 추진

[단독] KTX·이석기 등 '재판거래' 사건 '재심' 특별법 추진

백인성 (변호사) 기자
2018.07.30 04:00

[the L] 박주민 민주당 의원, '사법농단 의혹' 특별재판부 국민참여재판 '특별법'도 발의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재판거래 의혹 사건에 대해 재심을 허용하는 내용의 특별법 제정이 국회에서 추진된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KTX 해고 승무원과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내란선동죄 사건 등에 대한 재심이 가능해진다. 또 사법농단 사건에 대한 재판을 특별재판부에 맡겨 국민참여재판으로 다루도록 하는 특별법도 발의된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45·서울 은평구갑)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가칭 '사법농단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 제정안과 '사법농단 책임자 처벌을 위한 특별법'을 각각 이번주 중 발의할 계획이다.

◇KTX·쌍용차·이석기 사건 등 '재심' 길 연다

법안은 대법원이 상고법원 도입 등을 위해 청와대를 상대로 재판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사건의 판결로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의 재심 청구를 가능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5년 11월19일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상고법원 입법 추진을 위한 협상 추진 전략' 제하의 문건에 "사법부는 그동안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왔다"는 문구와 함께 기재된 20여개 사건이 그 대상이 될 전망이다. KTX 해고 승무원, 쌍용차 정리해고, 이 전 의원 사건 뿐 아니라 제주 강정 해군기지, 과거사정리위원회, 대통령긴급조치 사건 등이 포함된다.

법안에는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2018년 5월 25일 발표한 조사보고서에서 정부 운영에 대한 사법부의 협력 사례로 기재된 재판 사건 △위 사건을 포함, 양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에서 작성한 문서에서 정부에 대한 사법부의 협력 사례로 기재되거나 그에 준하는 재판 개입 또는 거래 대상으로 의심되는 내용이 기재된 재판 사건들에 대해 재심 요건을 충족시킨 것으로 간주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현행 민·형사소송법상으론 재판거래 의혹 사건에 대한 재심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재판에 관여한 대법관이 그 직무에 대해 유죄 확정 판결을 받으면 재심을 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 그런 선례가 없다. 대법원이 전·현직 대법관의 재판에 대해 스스로 유죄 선고를 할지도 미지수다.

◇사법농단 의혹, '특별재판부' 국민참여재판으로

다른 법안은 사법농단 사건의 재판을 특별재판부에 맡기고 반드시 국민이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국민참여재판'으로 심리토록 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법안에는 △양 전 대법원장 재임기간 중 사법행정권을 남용해 재판에 개입하려 하고, 재판을 거래대상으로 삼으려고 한 의혹 △개별 판사와 특정 판사들의 모임 및 외부단체를 사찰하고 개입하려고 한 의혹 등 각종 사법농단 의혹사건 △위 사건들과 관련된 파일삭제 등 수사과정에서 추가로 인지돼 기소된 관련 사건들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합의부 형태로 설치된 '특별재판부'에서 전속적으로 관할하게 한다는 문구가 포함된다.

이 특별재판부는 법원 외부 추천위원회에 의해 구성된다. 추천위는 △대한변호사협회가 추천한 3명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추천한 3명 △학식과 덕망이 있고 각계 전문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 변호사 자격이 없는 사람 3명(1명 이상 여성) 등 총 9명으로 구성된다. 추천위는 2배수 인원을 추천하고 대법원장이 이 가운데 영장전담특별재판관 1명과 특별재판부 구성 법관들을 임명하게 된다. 상소에 대비해 서울고등법원에도 같은 형태의 특별재판부가 설치된다.

만약 특별재판부가 설치된다면 이는 박정희정권 이후 처음이다. 과거 박정희정권은 5·16 군사정변 직후 '반국가적 반민족적 부정행위 또는 반혁명적 행위를 한 자'들을 처벌하기 위해 1961년 '혁명재판소 및 혁명검찰부조직법'을 공포하고, 3·15 부정선거에 관련한 수사 및 공판을 이른바 '혁명 특별재판소'에 일임한 바 있다.

◇법원, '영장 줄기각'으로 자승자박

국회에서 이 같은 특별법 제정이 추진되는 것은 법원이 사법농단 사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잇따라 기각하는 등 '제식구 감싸기'식 행태를 보이면서 자초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 6월 대국민 담화를 통해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실제로 대법원은 법원행정처의 기획조정실 자료를 제외하곤 사법정책실·사법지원실 자료와 인사자료, 재판자료, 정모 판사 등 일선 판사 자료, 이메일, 메신저 내역 등에 대한 검찰의 제출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또 법원은 검찰이 두 차례에 걸쳐 청구한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김모 판사 등의 자택 및 사무실 압수수색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박 의원은 "사법농단 수사 과정에서 영장이 줄줄이 기각되는 등 법원의 제식구 감싸기 우려가 이미 현실화됐다"며 "사법농단 관련자에 대한 공정한 재판을 위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법원행정처가 특정 재판에 개입하려 했거나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재판을 이용하려 했다는 점만으로도 그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는 무너진 것인 만큼 재심을 통해 당사자가 수긍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재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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