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우리 자르려는 거지"…무인화·자동화의 전쟁

[MT리포트] "우리 자르려는 거지"…무인화·자동화의 전쟁

이동우 기자
2018.12.26 18:03

[사람이 없다, 안전이 위험하다 ③] 지하철, 부산항 등 곳곳 갈등…전문가 "여유 인력의 스마트한 업무 방식 고민해야"

[편집자주] 이달 11일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 석탄이송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하청 노동자 김용균씨가 숨졌다. 컨베이어벨트를 멈춰줄 한 사람만 있었어도 그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다. 김씨의 사례처럼 사람이 없어진 자리에 도사린 위험의 불씨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발견된다. 무인화, 경영효율화의 그늘에 가려 위태해진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조망한다.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무인화·자동화를 놓고 곳곳에서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사측은 무인화·자동화를 경영 효율화의 기회로 본다. 반면 노동자들은 안전과 고용을 위협하는 '괴물'로 인식한다.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해법 마련이 시급하다.

24일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동시장 일자리의 43%는 자동화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전체 취업자 약 2660만명 중에 1136만명이 향후 무인화될 가능성이 높은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는 셈이다.

고위험군 일자리의 72%에 해당하는 818만명은 '사무 종사자', '판매 종사자', '장치·기계 조작 및 조립 종사자' 등에 해당한다. 최근까지도 무인시스템 도입으로 노사 갈등을 빚고 있는 서울 지하철도 대부분 자동화 고위험군인 장치·기계 조작 분야다.

갈등은 지난 6월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 8호선에서 DTO(전자동운전·Driverless train operation) 시험운행을 하며 촉발됐다. DTO는 운전업무는 자동이지만 비상 상황에 대비해 승객 안전을 담당하는 기관사가 탑승하는 시스템이다.

공사 노조 측은 무인시스템 도입 목적이 '인력 감축'에 있다고 보고 즉각 반발했다. 노조는 "공사가 추진하는 DTO는 '무인역사'와 '무인운전'으로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노조위원장의 단식이 한 달 넘게 이어질 정도로 대립하던 노사는 9월21일 노사특별합의서를 채택하고 무인시스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시민단체·학계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를 거치기로 했다.

공사 측은 노조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DTO 도입 여부를 검토 중이다. 해외 사업 진출 등 미래 먹거리를 위해서다.

공사 관계자는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해외 지하철 사업에 진출하기 위한 데이터를 축적하기 위해 8호선 시범운행을 했던 것"이라며 "1~8호선 노선에 DTO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열차 운행은 무인화가 빠르게 이뤄지는 분야다. 실제 인천 2호선, 신분당선, 우이신설선 등 최근 만들어진 노선은 설계 단계부터 무인운전이 도입돼 운행 중이다.

스마트항만 도입을 준비 중인 부산항도 비슷한 진통을 겪고 있다. 올해 3월 정부는 2024년까지 8개 선석(항내 선박을 계선시키는 시설을 갖춘 접안장소)이 들어가는 새 부두에 무인항만시스템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컨테이너를 차량에 싣는 '야드 영역'에만 적용된 자동화를 전체로 확대하는 것이다. 생산성이 30% 이상 높아지고, 연간 운영비도 15% 절감된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일자리다. 부산항운노동조합은 무인시스템이 항구에서 일하는 1700여명의 노동자를 위태롭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갈등이 커지며 해양수산부와 부산항만공사, 노조 등은 노사정 협의체를 구성해 무인시스템 도입의 타당성과 일자리 대책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10월 연세대에서 불거진 노사 갈등도 무인화 움직임에서 비롯됐다. 야간 경비를 CCTV(폐쇄회로화면)와 중앙관제센터 중심의 '무인 방범체제'로 바꾼다는 학교 측의 발표로 경비·미화 노동자 150여명은 "대학 구성원의 안전을 위협한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전문가들은 무인화로 발생하는 갈등 해결을 위해선 노사의 상생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술의 발달로 무인화가 일어나는 것을 과거 러다이트 운동처럼 기계를 없앤다고 해서 막을 수는 없다"며 "중요한 것은 일자리 방어 차원에서 대응하기보다는 기존 인력이 새로운 일자리로 이전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의 무인화 경향은 무조건 사람을 없애고 자동화만 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무인화로 발생하는 여유 인력의 스마트한 업무 방식을 고민해 새로운 경쟁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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