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무인화'가 안전을 위협한다고?

[MT리포트] '무인화'가 안전을 위협한다고?

김영상 기자
2018.12.26 18:04

[사람이 없다, 안전이 위험하다 ④] '4차 산업혁명' 무인화에서 안전의 새 활로 찾아야

[편집자주] 이달 11일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 석탄이송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하청 노동자 김용균씨가 숨졌다. 컨베이어벨트를 멈춰줄 한 사람만 있었어도 그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다. 김씨의 사례처럼 사람이 없어진 자리에 도사린 위험의 불씨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발견된다. 무인화, 경영효율화의 그늘에 가려 위태해진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조망한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효율을 내세운 무인화가 안전을 위협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선 4차 산업혁명 등 기술 혁신에 따른 무인화가 안전 강화를 위한 새로운 활로를 열어줄 것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사회공공연구원에 따르면 JR(일본여객철도) 동일본의 역무원들은 인력이 부족해 한달에 5~7회 숙직을 하고 출퇴근 시간에도 혼자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2014년 JR 동일본 수도권 가와사키역에서 외주 작업 차량이 완전히 빠져나가기 전 열차가 진입하면서 탈선 사고도 발생했다.

김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JR에서 본사 인력 규모를 줄이는 동시에 비정규직을 늘리는 방식으로 위험을 외주화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렇게 벌어진 사고의 피해는 대부분 하청 노동자의 몫이었다. 민영화 후 JR이 출범한 1987년부터 2013년까지 사망을 포함한 중대 재해를 당한 노동자 342명 중 약 80%(275명)가 하청 노동자였다.

김 연구위원은 "철도망이 촘촘하고 길어 외진 역이 많은 일본에서 무인화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사고 대응·노동 시간·사회적 약자 배려 등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철도 등 공공 분야에서 값싸게 사람을 쓰기 위해 무인화를 강행하지 않도록 잘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술 발전에 따른 무인화는 피할 수 없는 대세라는 지적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트는 앞으로 5~10년 내 무인화로 일자리 약 1050만개가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경제포럼(WEF)도 앞으로 5년간 전세계 고용의 65%를 차지하는 상위 15개국에서 일자리 710만개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렇다고 무인화가 모두 안전 공백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무인화가 위험한 작업에서 사람을 해방시켜줄 수도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 기본계획'에 따르면 스위스 벤처기업인 플라이어빌러티(Flyability)는 좁거나 장애물이 있는 공간의 안전 점검에 활용할 수 있는 드론을 개발했다. 이 드론은 장애물에 부딪혀도 추락하지 않아 광산·발전소·항공기 등을 쉽게 점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에서도 안전관리 분야에 새로운 기술들이 도입되고 있다. 특히 소방 분야에서는 화재를 스스로 탐지한 후 로봇이나 드론이 직접 불을 끄는 등 무인 소방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화재 안전관리 기술과 관련된 국제 특허출원 공개 건수는 2013년 41건에서 지난해 87건으로 늘었다.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은 사람의 힘이 덜 들어가는 과정으로 발달했고 자동화·무인화 추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며 "무인화 자체가 위험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인화 과정에서 안전 문제를 놓치지 않도록 다른 방법을 모색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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